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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정] 마음이 머무는 피정: 씨튼영성센터 - 존재의 중심으로 향하는 향심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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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1-22 ㅣ No.800

[마음이 머무는 피정 – 씨튼영성센터] 존재의 중심으로 향하는 향심 기도

 

 

온갖 정보와 소리의 홍수는 현대인들을 나 자신으로서 살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현대인들에게는 참자기와 대면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고요해져야 한다. 침묵은 나 자신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말을 아끼고 내면이 전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러면 온갖 상념과 분심이 사그라지고 하느님께서 건네시는 말씀을 듣고자 내면으로 깊숙이 빠져들게 된다. 피정은 하느님 앞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올 한 해 동안 ‘마음이 머무는 피정’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피정을 소개한다.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인근에 십여 곳의 수도회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서울 성북동은 ‘한국의 작은 로마’라 불린다.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9길 5, 그곳에 2013년 사랑의 씨튼 수녀회가 문을 연 ‘씨튼영성센터’가 있다. 피정은 물론,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기도와 심리 상담, 영성 강좌까지 아우르려는 마음에서 ‘피정의 집’이 아닌 ‘영성센터’라 이름 지었다.

 

씨튼영성센터에서는 ‘씨예주’(씨튼 예비부부 주말)나 씨튼 예비 부모 교실, ‘마라나타’ 가족 기도 교실처럼 다양한 가정 사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여러 주제로 피정을 진행하는데 그 가운데 향심 기도 침묵 피정이 있다.

 

 

침묵 속에 머무르는 기도

 

향심 기도(向心祈禱, Centering Prayer)는 존재의 중심에서 드리는 기도, 존재의 중심으로 들어가게 하는 기도, 존재의 중심으로 향하게 하는 기도를 말한다.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려면 존재의 중심으로 들어가 기도해야 한다”(토마스 머튼).

 

향심 기도는 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께 자신을 열어 드리고 맡겨 드리면서 하느님 활동에 동의한다는 지향으로 ‘침묵 속에 머무르는’ 기도이며, ‘주님의 현존 안에 쉬는’ 기도이다. 또한 사랑으로 주님을 기다리는 것이고, 특정한 말이나 개념, 이미지 또는 상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서 행하시는 활동(치유, 정화 등)에 동의하겠다는 지향을 유지하는 것이다.

 

향심 기도는 초대 교회 때부터 전해 내려온 관상 기도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누구나 쉽게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과 순서를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재구성해 놓은 것이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 6,6). 이 골방은 우리 내면의 깊은 곳, 곧 우리의 마음이다.

 

또한 향심 기도는 무엇인가를 행하는 기도이기보다는 내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에 함께 머물러 존재하려는 수동적이고 수용적인 기도이다.

 

 

향심 기도는 이렇게

 

향심 기도는 네 가지 지침에 따른다.

 

첫 번째, 하느님께서 내 안에 현존하시고 활동하심에 동의하는 지향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거룩한 단어를 선택한다. 하느님, 예수님, 주님, 자비, 사랑, 평화 등 두세 음절의 단어이면 좋다.

 

두 번째, 편안히 앉아 눈을 감고,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우리 안의 하느님 현존과 활동에 동의한다는 상징으로서 고요히 거룩한 단어를 떠올린다. 솜털 위에 깃털을 내려놓듯이 거룩한 단어를 부드럽게 내면으로 불러들인다.

 

세 번째, 생각에 빠져들었다면 거룩한 단어로 아주 부드럽게 돌아간다. 여기서 ‘생각’(잡념과 분심)이란 감각적 지각, 느낌, 영상, 기억, 계획, 성찰, 개념, 비평, 영적 체험 등 모든 지각 활동을 말한다. 거룩한 단어로 돌아가라는 의미는 선택한 거룩한 단어를 의식 속에 떠올리거나 마음으로 암송하라는 의미이다. 이 지침은 향심 기도를 하는 방법 중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네 번째, 기도가 끝나면 2-3분간 눈을 감고 침묵 가운데 머문다. 이러한 시간은 기도 상태에서 일상적 의식으로 나가는 준비를 하는 것이며, 침묵의 분위기를 일상생활로 가져갈 수 있게 한다.

 

 

쉬고 기다린다

 

12월 4-8일(4박 5일)온갖 소리로 가득한 도심 속이지만 고요함의 오아시스 같은 씨튼영성센터를 찾았다. 피정 참가자 10여 명이 성당에서 정좌한 채 침묵 속에 마음을 하느님께로 향한다. 1년에 두 번, 곧 여름과 겨울에 있는 향심 기도 심화피정(4박 5일)은 깊은 침묵과 하느님 현존 안에 잠기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삶을 재정립할 뿐만 아니라 침묵으로 말씀하시는 하느님과의 친교가 깊어지게 시작부터 절대 침묵으로 진행되는 피정이다.

 

30분의 깊은 침묵과 10분의 걷기, 다시 30분의 침묵과 10분의 걷기, 그리고 다시 20분의 침묵 동안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계심을 믿고 침묵으로, 마음으로, 믿음으로 그분의 현존 앞에서 나를, 내 존재를 내어 맡긴다. 그리고 쉰다. 기다린다. 모든 생각과 분심, 심지어 가장 좋은 생각조차도 놓아 버린 채 말이다. 이렇게 100분의 침묵 후 이어지는 렉시오 디비나(거룩한 독서)는 우리 존재의 영적 차원에서 생생하게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영혼 깊숙이 울려 퍼지게 된다.

 

뎅~ 뎅~ 뎅~. 사이를 잇는 종소리만이 고요를 깨운다. 성당 안을 천천히 걷는 묵상적 걷기는 다음 기도를 더 깊게 한다. 이렇게 하루에 두 시간씩 세 번, 곧 여섯 시간 동안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내맡기며 그분과 친밀한 교제가 이루어지는 시간을 갖는다.

 

4박 5일의 피정 중에는 미사와 강의, 면담과 자비 묵상의 시간도 갖는다. 강의 때는 향심 기도와 렉시오 디비나의 방법을 다시 설명하면서 다양한 기도의 전통을 살핀다. 면담을 통해서는 기도하면서 궁금한 점을 나누며, 나와 너, 그리고 세상과 인류 모두를 포용하는 하느님의 자비를 묵상하는 시간도 갖는다.

 

 

고요한 가운데 함께하시는 하느님

 

파견 미사를 마친 뒤 피정 가운데 느낀 은총, 하느님과의 만남을 통해 느낀 것을 나누는 시간이 되면 침묵에서 벗어난다. 참가자들은 향심 기도가 결코 쉬운 기도는 아니지만 하면 할수록 기도 생활과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다고 입을 모은다.

 

“분심으로 시작해 분심으로 끝난 피정이었지만 하느님께서는 고요한 가운데 함께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셨어요.”

 

“본당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게 신앙생활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늘 마음이 공허했어요. 기도 가운데 내가 높은 울타리를 치고 있다는 걸 알고 울타리를 하나씩 없애자 편안해졌어요. 내 안의 상처가 다 씻기듯 가벼워졌으며 자유롭고 행복합니다.”

 

“대형 교회에서 사역하다가 농사를 배우는 목사입니다. 농부의 삶을 알아 가는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피정 덕분에 많이 회복했어요. 주님께 모든 걸 맡기면 된다는 걸 깨달았고, 기도할 때마다 샘솟는 기쁨을 느꼈어요. 피정 이후가 기대됩니다.”

 

향심 기도의 중요한 결실은 일상생활에서 “성령의 열매”(갈라 5,22)를 맺는 것, 곧 우리의 삶이 복음적인 삶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갈라 2,20)이라고 고백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깨닫게 된다.

 

“향심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관계 안에서 있었던 우리의 상처와 결함을 치유해 주시고,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어 온 거짓 자아를 소멸시켜 참자아로 부활시켜 주십니다.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나는 소중하고 귀한 존재가 되어 새롭게 살아가게 됩니다. 본디의 나를 발견하게 된 다음부터 진짜 나, 참자아로 살 수 있게 됩니다.” 피정을 이끈 씨튼영성센터의 김경순 아녜스 수녀의 말이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하느님 안에서 영혼과 정서와 육신이 쉴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향심 기도로 초대한다.

 

문의 : ☎ 02-744-9825 씨튼영성센터 www.setonsc.com

 

[경향잡지, 2018년 1월호, 글·사진 김민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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