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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49: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성 스테판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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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2-18 ㅣ No.502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49)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성 스테판 대성당’


세상 향해 문 활짝 열어둔 도심 속 웅장한 성당

 

 

- 성 스테판 대성당 전경과 광장.

 

 

동유럽에 속한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Budapest)에도 유럽의 다른 나라들처럼 오래된 건물과 성당이 많다. 이 건물들은 부다페스트의 장구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며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그 가운데서도 성 스테판 대성당(St. Stephen’s Basilica)은 웅장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은 헝가리어로는 성 이슈트반 대성당(Szent István Bazilika)이라고 부른다.

 

엥겔스 광장 근처에 있는 스테판 성당은 헝가리의 첫 번째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왕이 됐고 후에 성인의 품에 오른 스테판(975년경~1038년) 왕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스테판 왕의 오른손 유해는 성당의 부속 경당에 보존돼 있는데 헝가리의 가장 중요한 유해로 소중히 보관되고 있다.

 

원래 성당 터가 있던 곳은 18세기부터 극장이 있어 많은 사람이 즐겨 찾던 곳이었다. 1851년에 요세프 힐드(Josef Hild)가 성당을 고전주의 양식으로 설계해 공사가 진행됐다. 후에 다른 건축가들에 의해 르네상스 양식이 새롭게 덧붙여졌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1868년에는 뜻하지 않게 중앙 돔이 붕괴돼 잠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1905년에 완공됐다. 이 성당의 전면에는 두 개의 높은 종탑이 있어서 웅장함을 더해 준다. 성당 내부는 그리스 십자가 형태이며 길이 87.4m, 폭 55m, 중앙돔의 높이는 96m다. 성당은 8500여 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매우 크다.

 

성 스테판 성당 내부 제단의 모습.

 

 

내부와 기둥은 나무색과 비슷한 갈색의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고 기둥머리와 천장은 황금색으로 꾸며져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복음이 참으로 고귀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성당 곳곳에는 네 복음사가와 여러 성인상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돔 내부는 성체와 성혈을 든 천사와 이를 찬미하는 천사들의 모습이 화려하게 그려져 있다. 이는 마치 제단 위에서 봉헌되는 미사인 성체성사에 대해 천상에서 화답하며 찬미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스테판 성당이 더욱 웅장해 보이는 것은 그 앞의 넓은 사각형 광장 때문이다. 사람들은 주먹 크기의 흑석을 하나하나 땅에 박으면서 가운데를 화려한 대리석 문양으로 장식해 아름답게 만들었다. 이 광장은 일반 건물에 둘러싸여 있지만 서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한다. 또한 광장은 성당에 속한 공간이지만 주변 건물과 공유하고 있다. 이것은 성당과 주변 건물, 그리고 이 공간을 함께 쓰는 신자와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전에 극장터였던 스테판 성당의 광장에서는 오늘날에도 다양한 장르의 콘서트를 자주 열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성당은 평지에 건립됐지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수십 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 계단은 우리가 믿는 하느님께서 비록 사람들 사이에 머무시지만 지극히 높은 분이시라는 것을 알려준다. 계단 위는 음악회의 무대로도 즐겨 사용돼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스테판 성당 안에서는 미사나 기도 모임뿐 아니라 여러 문화 행사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더욱 선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또한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302개의 계단을 오르면 가장 가운데 돔의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에 이르게 된다. 그곳에서는 역사 깊은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운 전경을 바라보며 자신이 아름다운 곳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성당 제단 내부의 벽화.

 

 

성 스테판 대성당은 부다페스트 도심에 자리 잡고 있어서 다른 대성당과는 달리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자신을 낮추어 인간이 되신 것처럼 이 성당도 사람들 가까이에 자리 잡았다. 특히 성당 문은 언제나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려 있어 사람들은 편하게 성당을 드나들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성당과 광장 주변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우리 교회의 성당도 대부분 사람들이 사는 곳의 한 가운데나 가까이에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많은 사람이 성당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려는 뜻도 있지만 더 깊은 이유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 

 

하느님은 멀리 계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들 가까이, 우리 안에 계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그것은 스테판 성당처럼 교회가 문을 활짝 열고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다. 성당 내부뿐 아니라 광장이나 마당도 내어줌으로써 교회는 더욱 교회다운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성체성사에서 보여주신 예수님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어 내어줄 때 비로소 이 세상에서 구원의 징표로 빛날 수 있을 것이다.

 

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2월 17일, 정웅모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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