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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이탈리아 로마 성 바오로 대성당의 제단 모자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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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30 ㅣ No.447

[이종한 신부의 성화 이야기] 바오로 사도 통해 드러나는 신앙의 내용 명쾌하게 표현

 

 

성 바오로 대성당의 제단 모자이크. 성전 제단 뒤편을 장식한 제단화로 길이 24m, 높이 12m에 이르는 대작이다.

 

 

△ 제목 : 성 바오로 대성당의 제단 모자이크 

△ 소재지 : 이탈리아 로마 성 바오로 대성당

 

성 바오로 대성당은 로마 4대 성당 중 하나다. '이방인의 사도'인 성 바오로의 위격상 베드로 대성당과 같은 중요성을 지닌 성당이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6월 29일) 제1 저녁기도의 다음 후렴은 두 성인이 교회 안에서 지닌 탁월한 위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베드로 너는 반석이니, 나는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라/ 거룩한 사도 바오로, 당신은 하느님께 선택된 도구로서 온 세상에 진리를 전파하였도다."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 칙령으로 교회가 종교의 자유를 얻으면서 바오로 사도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이 대성당은 여느 성당 못지않게 큰 비중을 두고 계속 보강됐다. 보강공사는 13세기 무렵 교황 호노리오 3세가 이 제단화를 제작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이 작품은 중앙 제단 뒤편을 장식하는 제단화로 길이 24m, 높이 12m에 이르는 대작이다. 당시 고도의 제작기술을 자랑하던 베니스 장인들을 초대해 만들었기에 산 마르코 대성당 모자이크와 유사한 점이 많다. 대작과 동시에 수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작품 구성은 단순하면서도 웅장해서 바오로 사도를 통해 드러나는 신앙의 내용을 명쾌히 표현하고 있다. 세상의 구원자이신 주님께서 가운데 옥좌에 앉아 왼손에 성경을 펴들고, 오른손으로 강복을 주는 모습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인성과 신성을 지닌 삼위일체 하느님으로서, 당신 자녀를 언제나 보호하시고 축복하신다는 표상을 나타낸 손가락 모습도 담겨 있다.

 

보통 성화는 예수님 곁에 마태오, 마르코, 요한, 루카 등 사복음사가나 열두 사도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바오로와 루카, 베드로와 그의 형 안드레아가 있다.

 

성 바오로는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종교를 세계적 종교로 선포한 이방인의 사도이며, 루카 복음사가 역시 이방인 출신으로서 교회의 세계화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아 작품 오른쪽에 배치된 것이다. 성경에서는 베드로가 주님에게서 교회를 인도할 으뜸으로 선택됐으나 바오로 위상에 존경을 표시하는 뜻으로 바오로 사도를 주님 오른편에 배치했다.

 

이 작품의 백미라고도 할 수 있는 장면. 하느님 오른발 밑에 엎드린 교황 호노리오 3세 모습이다.

 

 

이 작품의 백미는 주님 오른발 밑에 엎드려 있는 흰옷 차림의 교황 호노리오 3세(재위 1216~1227)다. 그는 이 작품을 제작한 사람일 뿐 아니라 전형적인 중세 교황이었다. 비록 그는 성인이 되지 못했지만, 총명하고 정확한 사리판단과 행정적 역량으로 교황권을 끌어올린 교황 인노첸시오 3세(재위 1198~1216) 후계자였다. 십자군 성전(聖戰)에 몰두하는 교회 지도자 역할과 시민을 통치하는 군주 역할 모두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그의 열정이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는 이 제단화를 제작하면서 봉헌자인 자신을 주님 발치에 엎드린 인간 모습으로 그렸다. 흡사 풍뎅이같이 초라한 모습으로 주님 발치에 엎드려 있는 교황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단순히 '겸손'이란 단어로 얼버무리기에는 부족하다. 그리스도교적 인간관을 매우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교황일지라도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 피조물이고 죄인이기에 하느님 은총을 끝없이 갈망해야 할 허약한 존재임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하느님 가까이 있을 때 인간답다는 사실을 이 작품을 통해 웅변하고 있다.

 

이 작품은 교회가 제도화되면서 지도자들이 비복음적 권위의식에 사로잡혀가는 반면 신자들 의식 수준은 높아감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처방을 내리고 있다. 

 

[평화신문, 2011년 9월 25일, 이종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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