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
(백)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7성사ㅣ 준성사

[세례성사] 초기교회는 세례자를 어떻게 탄생시켰는가?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20 ㅣ No.215

초기교회는 세례자를 어떻게 탄생시켰는가?

 

 

세례성사는 마치 태아가 세상의 빛을 보듯,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과정이다. 초기교회의 예비 신자는 오랜 시간 수련 후, 그 끝에 느껴지는 은총에 감사드렸다. 오늘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세례성사를 청하는 이 형제들을 위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자비를 간구합시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이 형제들을 부르시고, 오늘 이 시간까지 이끌어 주셨으니, 이 형제들에게 빛과 힘을 주시어…”(간략한 어른 입교식 중)

 

세례식이 거행된 후, 교회 공동체는 세례를 받은 이들을 향해 커다란 박수를 친다. 열렬한 환영에도 불구하고 곧 성당에서 이러한 새 신자들의 얼굴들은 점점 잊혀 간다. 많은 본당 공동체들이 새 신자 입교에 기울이는 노력에 비해, 그들이 공동체에 정착하기까지 그만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배경의 하나로 새 신자가 공동체에 속하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들이 오늘날 축소되거나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세례성사는 예비 신자, 교리 교사, 대부(모) 그리고 사제의 일로만 여겨지기 쉽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헌장」은 이렇게 전한다. “여러 단계로 나뉘어 있는 어른들의 예비 신자 기간을 복구시켜 (중략) 예비 신자 기간의 시간은 계속 이어지는 시기에 거행되는 거룩한 예식들로 성화될 수 있게 하여야 한다”(64항). 로마제국이 그리스도교화 되던 6세기부터 유아 세례가 주류가 되었고, 이후 어른들의 입교 예식은 간략한 예식으로 대치되었다. ‘새로운, 수원교구’에서는 초대 교회의 입교과정을 살펴보며, 오늘날 우리가 놓치고 있는 세례성사의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초기 교회에서 세례를 받는 것은 삶의 엄청난 전환이었다. 교회는 신앙공동체 안에 들어오기를 원하는 자들에게 엄격한 조건들을 내세웠다. 이는 박해와 이교도들의 모함 그리고 배교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3세기 초 히뽈리뚜스(Hippolytus)에 의해 저술되었다고 알려진 「사도전승」에 따르면,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들어오게 되는 입교과정(15장~21장)은 상당히 엄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교회를 찾아온 사람은 예비 신자 등록에 앞서 여러 질문을 받았다. 지망자의 윤리적 생활, 사회적 신분 그리고 직업 등 여러 각도에서 답을 해야 했을 뿐 아니라, 그를 교회에 인도한 후견인의 증언도 있어야 했다.

 

인도된 사람의 하는 일과 직업도 중요한 문제였다. 포주, 매춘부 등은 윤리적인 이유 때문에, 마술사, 점성가 등은 직접적인 미신행위 때문에 그리고 조각가, 화가, 배우 등은 당시 미신적인 요소와 연관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예비 신자 등록에서 제외되었다. 금지된 직업을 가진 이는 일을 중단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사직은 잡신들에 대한 우화를 설명해야 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특별한 기술이 없어 다른 직업을 갖기가 어려우면 예외적으로 용납되었다.

 

이러한 선발 기준에 따라 예비 신자로 등록된 사람은 원칙적으로 3년간의 교리교육을 받았다. 본인의 교리 받는 태도와 생활 태도에 따라 기간은 가감될 수 있었다. 예비 신자 기간은 교육 뿐 아니라 윤리적 수련을 위한 시기이기도 했다. 그들은 자주 기도, 단식, 그리고 다른 참회행위를 실천하도록 권고받았다. 예비 신자들은 미사에도 참석했으나, 성찬례에는 참여가 허락되지 않았다. 3년간의 예비 신자 교육이 끝날 즈음, 예비 신자들은 세례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심사를 받았다. 세례 대상자의 선발 심사에서는 예비 신자 교육 기간 동안의 생활 전반에서 어떤 발전이 있었는지 물었다. “성실하게 살았는지, 과부들을 공경했는지, 병자들을 방문했는지, 온갖 종류의 선행을 했는지”에 대한 물음은 단순한 의무사항들 보다 실천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심사에서 예비 신자 등록 때 그를 인도했던 후견인이 다시 그에 대한 증언을 해야 했다. 후견인들이 3년간의 예비신자 기간 동안 예비 신자를 돌보아주고 지도했음을 말해준다. 선발된 예비 신자들은 선발된 날부터 세례일까지 매일 구마식과 안수를 받았다. 사순시기에 그들은 교리 교육, 정화의 준비, 전례적 준비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 심사를 받게 되는데, “선하지 못한 사람이나 깨끗하지 못한 사람은” 세례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선발된 예비 신자는 목요일에 목욕하고, 금요일에 단식하고, 토요일 오후에 주교로부터 성대한 구마식을 받았다. 그리고 토요일 해가 진 시각부터 철야기도를 시작하여 수탉이 우는 시간에 세례식을 거행하였다. 이는 세례 받는 자가 그리스도와 함께 묻히며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부활을 연상케 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에서 예비 신자의 지위에 대해 “그들은 교회와 결부되어 있으며 벌써 그리스도의 집의 것이며, 벌써 신앙과 희망과 애덕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일도 드물지 않다”(14항)고 했다. 초기 교회는 예비 신자들이 비록 완전한 신자는 아니지만, 그들의 신앙이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예비 신자들은 참된 회심과 견고한 준비를 한 후 세례를 받음으로써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성인 세례가 잦았던 이 시대, 세례로 얻게 된 구원은 너무나 특별한 것이었다. 성인 치프리아누스(Thascius Caecilius Cyprianus, 200?~258)는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내가 천상 성령의 물을 흠뻑 받고 나서 제2의 탄생이 나를 새로운 인간으로 바꾸어 놓았으니, 모든 의심이 묘하게도 사라지고, 닫혔던 것들이 열리고, 어둡던 것들이 빛나고, 전에는 어렵게 보이던 것들이 쉬워지고,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되던 것들이 행할 수 있게 된 거야”.

 

이렇듯, 세례는 자연적 출생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성취하거나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하느님의 힘으로 일어나는 경이로운 전환이라고 받아들여졌다. 비록 세례를 받기 위해 직업을 바꿀 일도, 3년간의 수련 시간을 보낼 필요도 없는 오늘날이다. 그러나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니다. 세례는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에 일치함으로써 거룩하신 삼위일체 하느님의 생명으로 들어가는’(「가톨릭 교회 교리서」, 1239항) 과정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평신도 그리스도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세례의 물에서 일어날 때 요르단 강변에서 언젠가 들려왔던 그 소리를 다시 듣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 3,22).

 

[외침, 2017년 6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이지원 팀장]



2,40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