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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쉽게 풀어쓰는 기도 이야기: 연재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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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1-01 ㅣ No.874

[민범식 신부의 쉽게 풀어쓰는 기도 이야기] 연재를 시작하며


‘형식’ 아닌 ‘일상의 삶’… 진실한 영성 찾는 은총의 여정

 

 

찬미 예수님.

 

안녕하세요. 이번 호부터 한 해 동안 가톨릭신문 지면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을 만나 뵙게 될 서울대교구 신부 민범식 안토니오입니다.

 

이번 기획의 원고 청탁을 받고 무슨 내용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도움이 될까 하여 교회 신문들의 지난 내용들을 살펴보면서, 특별히 그리스도교 영성 생활 또는 신앙 생활과 관련하여 어떠한 내용들이 다루어졌는지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영성 생활과 관련하여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그동안 참 많이 다루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스도교 삶의 모범을 보여주신 여러 성인들의 삶을 소개함으로써 우리에게 완덕을 향한 길을 안내해주는 기획 글도 있었고, 이러한 길을 이미 걸어가고 있는 여러 수도회 회원들의 삶을 그 증거로써 보여주는 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성 생활이나 기도 생활에 대해서 학문적으로 자세히 풀어 설명해 주는 기획도 있었습니다. 모두, 신앙 생활 안에서 우리의 성장을 위하여 도움을 주는 고마운 나눔들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나눔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제 안의 고민은 더 커져만 갔습니다. ‘이 지면을 무슨 내용으로 어떻게 채워나가야 하나?’ 하는 고민이었지요.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영성 생활, 기도 생활과 관련해서 다룰 수 있는 새로운 내용도 없는데, 무턱대고 이 기획의 원고 청탁을 받아들인 것이 큰 실수였구나. 내가 너무 성급했구나’ 하는 후회까지도 들었습니다. 이런 후회 속에서 여러 날을 고민하면서 신문사에서 전해 주신 이 지면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기도 하고 또 지금의 제 상황에서 독자분들을 위해 나눌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다가 문득 제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신학교에서의 체험이 떠올랐습니다.

 

신학교에서 신학생들과 생활하면서, 제가 책임을 맡고 있는 학생들을 매달 만나 면담을 합니다. 면담을 하기 전에는 면담에 도움이 될 질문지를 미리 만들어 나누어 주지요. 이 면담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어떤 질문일까요? 그것은, 방학을 지내고 온 후의 첫 번째 면담이라면 ‘지난 방학 동안의 생활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는 어떠합니까?’라는 것이고, 학기의 제일 마지막 면담이라면 ‘이번 학기 동안의 생활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는 어떠합니까?’라는 질문입니다.

 

이처럼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면, 또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답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영성 생활 또는 기도 생활의 부족함에 대한 반성입니다. ‘영성 생활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방학(또는 새 학기)을 시작하면서는 기도를 더 많이, 열심히 하려고 계획했고 또 그렇게 노력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노력에 게을러졌고, 방학(학기)이 끝나가면서는 기도 생활에 많이 소홀한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라는 대답입니다.

 

사실 이러한 고민은 신학생들만이 아니라 저를 포함한 우리 대부분이 하게 되는 고민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도 생활에 대해서 그리고 영성에 대해서 정말 많은 관심과 마음을 지니고 있고 그래서 기도 생활을 잘 해보려고 애쓰지만, 많은 경우 우리에게 남는 것은 ‘기도 생활을 잘 못 하고 있다’ ‘믿음이 부족하다’ ‘신앙인으로서 잘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는 마음들일 것입니다. ‘영성’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그 이야기는 많이 듣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그에 대해서 알 듯 모를 듯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알긴 알겠는데 그 길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입니다.

 

영성이나 기도 생활에 대한 소개나 도움이 부족해서는 아닐 것입니다. 다만, 그렇게 이해하고 알아들은 것을 자신의 삶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다른 사람이 살아간 모습을 보는 것 말고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물음과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하여, 이 기획 원고의 제목을 ‘쉽게 풀어쓰는 기도 이야기’로 정했습니다.

 

이처럼 제목을 ‘기도’에 대한 것으로 정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도하는 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다루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내용들은 이미 교회 안의 많은 곳에서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냐시오 성인의 ‘영신수련’이라는, 우리 교회의 큰 보물을 전해주시는 예수회원들의 헌신을 통해서는 물론이거니와 여러 수도회들의 재속회의 삶, 그리고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기도학교’의 활동 안에서 이러한 내용들은 이미 충분히 다루어지고 있고, 많은 신자분들께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기도’나 ‘영성’에 대한 학문적인 이해, 곧 영성신학의 접근을 통한 도움도 여전히 필요하고 또 실제로 다양하게 주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지면을 빌어서는 기도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내용보다는 그리스도교 신자로서의 영성 생활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영성에 대해서, 기도 생활에 대해서 참으로 많은 열망이 있지만 그 삶을 온전히 살아가기 어려워하는 우리들이 어떻게 하면 기도 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신앙인으로 더 성장하고 또 하느님 자녀로서의 모습을 각자 삶의 구체적인 자리 안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을 풀어보려는 것입니다.

 

그럼 왜 제목을 ‘기도 이야기’라고 했을까요? 이후에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기도라는 것이 단지 정해진 장소와 시간 그리고 주어진 형식에 따라서 행하는 구체적인 신심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인으로서의 우리의 삶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살아가는 우리 일상의 삶 자체가 기도이고 영성이고 또 영성 생활이기 때문입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다음과 같이 우리에게 가르칩니다. “교회는 사도신경에서 신앙의 신비를 고백하며, 성사 전례 중에 이를 거행하여, 신자들의 삶이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해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와 일치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신자들은 이 신비를 믿고 거행하며, 또한 살아 계시는 참 하느님과 맺는 생생하고 인격적인 관계 안에서 이 신비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 관계가 바로 기도이다.”(2558항)

 

‘살아 계시는 참 하느님과 맺는 생생하고 인격적인 관계’인 이 기도를 우리가 어떻게 살아낼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자녀로서 더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여정에 하느님께서 함께 해주시기를, 당신 은총으로 우리의 길을 비추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 민범식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2003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로마 그레고리오대학에서 영성신학 박사와 심리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월 1일, 민범식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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