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영혼을 여는 문 이콘: 자비의 성모 - 돈(Don)의 성모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2-25 ㅣ No.314

[영혼을 여는 문 이콘] 자비의 성모 (3) ‘돈(Don)의 성모’

 

 

- ‘돈(Don)의 성모’, 1392년, 테오판 그릭(Theophanes, 1340~1410), 러시아 모스크바 트레차코프 미술관.

 

 

이 이콘은 지난 호에 소개한 블라디미르의 성모와 같이, 어머니와 아기 예수가 뺨을 마주 대고 서로의 깊은 애정과 사랑을 보여 주고 있기에 ‘자비의 성모’ 유형에 속한다. 성모는 아기 예수를 향해 머리를 숙이고, 오른팔로 아기 예수를 안고 왼손으로는 발을 받치고 있다. 아기 예수의 두 다리는 가지런히 모아져 있으며, 무릎 위까지 옷이 걷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1380년 러시아의 드미트리 대공(1363~1389)이 타타르인들과의 전쟁에 이 이콘을 모시고 나가 9월 8일 성모님의 성탄 축일에 돈(Don)강 상류 쿨리코보에서 벌인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 전투는 대공의 이름에 전투가 벌어졌던 인근 돈 강의 이름을 붙여 드미트리 돈스코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으며, 이때 모시고 나갔던 이콘도 돈의 성모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승리 후 이 이콘은 돈 카자크에 의해 그들의 사령관인 드미트리 대공에게 선물로 보내졌고 그는 이 이콘을 모스크바로 옮겨 모셨다.

 

1591년에 크림 지역의 칸 누라딘과 그의 형제 카지 기레이는 수많은 타타르 군대를 이끌고 다시금 러시아를 침략해 모스크바 근처까지 진군하면서 보로비예프 언덕에 진을 쳤다. 러시아 사람들은 다시금 이 돈의 성모 이콘 앞에서 적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주시기를 간청하는 기도를 바치며, 이 이콘을 모시고 타타르인들과의 전투를 벌였는데 뜻밖에도 타타르의 대군이 패해 물러가게 되었다.

 

이에 러시아인들은 수도 모스크바가 함락되지 않고,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음은 성모님의 도우심과 보호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이어 그 기념으로 1593년 성모님의 도우심에 감사드리며, 전투에서 이 이콘을 모시고 나갔던 그 장소에 돈스코이 수도원을 세우고, 8월 19일을 이 이콘의 축일로 정했다.

 

이 전투에서 승리한 후, 이 기적의 이콘은 모스크바 크렘린 성모승천대성당에 모셔졌고, 나중에는 성모영보성당에 옮겨졌으며, 현재는 모스크바의 트레차코프 미술관에 보존돼 있다.

 

오늘 소개한 이콘은 삼위일체로 유명한 ‘안드레이 루블료프’를 가르쳤던 스승 ‘테오판 그릭’의 작품이다. 그는 그리스에서 러시아로 건너와 이콘을 보급하며, 비잔틴의 성화 기법을 러시아에 정착시킨 인물이다. 이 돈의 성모 이콘은 테오판 그릭에 의해 처음으로 그려졌는데, 그는 이 이콘에서 기쁨, 평온함, 부드러움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14세기 러시아의 새로운 상징적인 전통의 시작을 잘 보여 주고 있다.

 

*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 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정교회 모스크바총대주교청 직할 신학교에서 ‘비잔틴 전례와 이콘’ 과정 등을 수학한 후 디플로마를 취득, 이콘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가톨릭신문, 2016년 12월 25일,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3,254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