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복 대상자 약전] 김이식 마르티노 신부

덕원 수도원, 1920년 7월 20일 생, 강원 양양

세례명 : 예로니모

첫서원 : 1945년 3월 19일

사제 서품 : 1948년 12월 26일

소임 : 덕원 본당 보좌

체포 일자 및 장소 : 1949년 5월 11일, 덕원 수도원

순교 일자 및 장소 : 1950년 10월 3일, 평양(추정)

김이식 마르티노(金利植, 1920-1950?) 신부는 1920년 7월 20일,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났다. 부모나 가정환경에 대하여는 알려진 바가 없으며 예로니모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될 뿐이다. 1938년, 춘천 지목구 소속 신학생으로 서울 용산 예수성심 신학교에 입학했다. 태평양 전쟁이 일어난 후 일제가 무허가 학교라는 명분으로 용산 신학교를 폐쇄하려들자 서울 대목구장 노기남 바오로 주교는 신학생들을 덕원 신학교로 전학시키기로 결정했다. 1942년 4월 초순, 그를 포함하여 용산 신학교 소속 신학과 10명, 철학과 13명, 소신학생 3명이 덕원 신학교로 왔다.

김이식 마르티노 신부는 덕원 신학교에 다니는 동안 수도성소를 발견했다. 2년 간의 철학과정을 마친 1944년 3월, 그는 덕원 수도원에 입회하여 마르티노라는 수도명을 받고 수련기를 시작했다. 1945년 3월 19일, 그는 동료였던 김영근 베다(金英根, 1918-2002) 수사와 노규채 아우구스티노(盧奎彩, 1923-생존) 수사와 함께 첫서원을 했다. 첫서원 이후 학업은 순탄치 못했다. 1945년 봄, 소련군의 원산 침공이 두려운 일본군은 덕원 신학교를 징발하여 병영으로 썼다. 1946년 봄, 수업이 다시 시작되었으나 땔감과 양식이 부족하여 휴교가 잦았다. 이런 혼란 속에서 젊은 수도자들이 끈질지게 자기 길을 고수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종신서원을 앞두고 김이식 마르티노 신부는 다시 자신의 성소를 두고 고민했다. 그는 더 철저한 수도생활을 꿈꾸며 일본으로 건너가 트리피스트회 수도자가 되려는 원의를 품고 있었다. 1948년 11월 17일, 루치오 로트(Lucius Roth, 洪泰華, 1890-1950) 원장 신부는 크리소스토모 슈미트(Chrysostomus Schmid, 金時練, 1883-1962) 총아빠스에게 이렇게 보고한다. “김이식 마르티노 수사는 지난 주일인 14일에 장엄서원을 했습니다. 원래 지난가을에 해야 했지만, 그는 자신의 성소가 트라피스트회에 있다고 생각하여 일정이 연기되었습니다. 그는 어제 차부제품을 받았고, 성 안드레아 축일(11월 22일)에 부제가 되며, 아마도 올해 안에 사제가 될 것입니다. 교구 사제들인 그의 동기들은 벌써 사목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김이식 마르티노 신부는 1948년 12월 26일, 성 스테파노 축일에 사제품을 받고 덕원 본당 보좌로 사목활동을 했다. 그는 육체노동을 즐겼고 또 등산을 좋아하여 산속에 자리 잡은 공소들도 기꺼이 찾아갔다. 1949년 2월부터 소신학교 교사로 근무를 시작했는데, 그해 4월 26일에 쓴 보니파시오 사우어(Bonifaz Sauer, 辛上院, 1877-1950) 주교 아빠스의 편지에 그의 마지막 근황이 적혀있다. “김 마르티노 신부는 신학교에서 전일 근무하고 있습니다.” 1949년 5월 9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의 정치보위부원들이 덕원 수도원을 수색했고 독일인 수도자 전원과 한국인 신부들을 체포해 평양으로 압송했다. 김이식 마르티노 신부도 이때 수도형제들과 같이 체포되어 평양인민교화소에 수감되었는데 그 이후의 행방은 알 수 없다. 그는 1950년 10월, 인민군이 평양을 포기하고 북으로 퇴각할 때 피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 자료 출처 - 덕원의 순교자들(분도출판사, 2012년), 한국가톨릭대사전(한국교회사연구소, 1995년), Todesanzeige von 1957(1957년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부고)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분도, 2016년 가을호(Vol.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