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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의신학ㅣ교부학

[교회] 구원의 방주인 교회 - 교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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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1-24 ㅣ No.453

[윤주현 신부의 신학 이야기] 구원의 방주인 교회 - 교회론

 

 

우리가 나고 자란 고향인 교회

 

교회는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우리에게 고향과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교회의 품 속에서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났으며, 신앙생활을 하며 그곳에서 자랐습니다.

 

또한 우리는 구원의 요체이신 그리스도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영적 여정을 걷도록 초대되었습니다. 바로 그 교회 안에서! 어머니이신 거룩한 교회는 우리의 구원과 성화를 위해 하느님께서 준비하신 모든 수단과 더불어 일생 동안 우리를 품어주고 천상 본향으로 인도해 줍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우리 존재의 완성은 우리가 교회와 어떤 관계를 맺고 이 여정에 임하는 지에 달려있습니다. 한마디로 교회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존재가 뿌리내린 곳이자 삶의 장이요, 우리가 하느님께 받은 개별 성소가 꽃피는 토대입니다.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은 교회를 통해서 실현되고 완성됩니다.

 

 

교회의 기원인 삼위일체 하느님

 

교회는 삼위일체 하느님께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성부, 성자, 성령 이렇게 세 위격 간의 내밀하고도 충만한 사랑의 친교가 흘러넘쳐 세상에 대한 창조와 그 창조의 완성을 위한 당신의 계획이 준비되었습니다. 인류의 구원과 성화를 위한 하느님 아버지의 놀라운 계획에서 우리는 교회의 씨앗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교회는 역사 안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통해 준비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류를 구원하시고자 먼저 이스라엘 민족의 선조들을 선택하셨고 그들을 통해 당신 백성을 준비시키셨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계약을 맺고 그들의 하느님이 되셨습니다.

 

이러한 ‘하느님 백성’은 역사가 흐르는 가운데 하느님께서 계약을 통해 약속하신 결정적인 구원을 위해 그분께서 보내주실 메시아를 고대하기에 이릅니다. 또한 우리는 이 기다림의 정점에서 그리스도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스도야말로 오랜 세월 동안 구약의 하느님 백성이 고대해 온 메시아였습니다.

 

 

그리스도의 교회 설립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며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인류를 구원하시려고 구약의 하느님 백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하느님 백성을 세우고자 하셨습니다. 그분은 이를 위해 구약의 열두 지파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이를 대체하는 열두 사도를 세우셨습니다. 이 열두 사도야말로 ‘새로운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초석입니다.

 

그리고 주님은 그 가운데 열두 사도의 맏형인 베드로 사도를 교회의 반석으로 세우시며 그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맡겨주셨습니다. 그분의 계승자가 바로 역대 교황님이십니다.

 

무엇보다도 주님께서는 최후의 만찬 때 성찬례를 제정하시고 교회를 설립하셨으며, 교회를 지탱할 사제직도 세우셨습니다.

 

교회와 교회 활동의 정점인 성찬례, 그리고 이 성찬례를 집전할 사제직은 예수님께서 세말에 다시 오실 때까지 변함없이 이어질 구원의 삼중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후의 만찬으로 교회가 만들어졌다면, 예수님의 승천 뒤 성령강림으로 바로 그 교회에 주님의 혼, 곧 성령이 현존하게 되었습니다.

 

 

교회의 정통성을 보장하는 사도 계승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구원의 방주 역할을 하는 교회는 주님께 전해 받은 진리의 가르침을 보존하고 다음 세대에 전수하려고 교계제도를 정착시켰으며, 이를 통해 ‘사도 계승’을 이어갔습니다. 사도 계승은 가톨릭교회라고 하는 거대한 하느님의 가족을 대대로 이어주는 족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어느 사제의 가르침이 참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그 사제가 어느 주교님께 사제품을 받았는지, 그리고 그 주교님은 선대의 어느 주교님께 주교좌를 물려받았는지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열두 사도 가운데 한 분을 만나게 되고, 마침내 예수님을 만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초대 교회로부터 각 교회는 이런 사도 계승 목록을 보관해 왔습니다.

 

사도 계승의 당사자는 열두 사도의 후계자인 주교들로서 주교들은 자신이 맡은 지역 교회에 속한 하느님의 백성에 대한 구원과 성화의 책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주교들은 이를 위해 사제들을 양성합니다.

 

곧 적합한 자질을 갖춘 지원자들을 선별해서 교회 공동체 전체의 유익을 위해 당신의 사목 직무에 협력할 지원자들에게 사제품을 수여함으로써, 지역 교회 곳곳에서 성찬례가 거행되고 여러 성사로 영혼들의 유익을 도모합니다.

 

또한 다양한 교도권의 수행으로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의 유산을 시대의 징표에 따라 재해석해서 선포하며 신앙의 진리를 위협하는 모든 이단으로부터 교회를 보호할 책임을 갖습니다. 그러므로 ‘사도 계승’은 이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예수님의 가르침이 그대로 만민에게 선포되고, 그럼으로써 주님께서 승천하신 뒤 다시 오실 때까지 교회가 수행해야 할 사명을 보장해 주는 핵심적인 제도라고 하겠습니다.

 

 

교회의 다양한 이미지

 

예로부터 교회는 자신이 간직한 신비스러운 모습 때문에 여러 호칭으로 불렸습니다. 이를테면, 교회는 그리스도가 유일한 문인 ‘우리’라고 말합니다.

 

교회는 ‘주님의 양떼’라고 불립니다. 그래서 하느님 친히 그들의 유일한 목자가 되시며, 비록 그 무리는 인간적인 목자들에게 인도되지만, 실은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에게 인도됩니다. 교회는 농부의 밭이라는 관념에서 출발해 하느님께서 일하시는 ‘농사 경작지’라는 이미지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종종 ‘주님의 포도밭’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신약성경은 교회를 ‘하느님의 건물’로 부르곤 했습니다. ‘하느님께서 계시는 방’, 사람들 사이에 있는 ‘하느님의 천막’, 특히 ‘거룩한 성전’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또 흠 없는 어린양의 ‘신부’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이 신부의 성화를 위해 당신을 봉헌하시며 절대 풀리지 않을 계약과 더불어 그와 하나가 되십니다. 그러나 이런 모습 이외에도 여러 교부는 이 교회에서 죄인이면서 동시에 하느님의 거룩함을 간직한 ‘창녀 라합’의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교회는 특별히 ‘어머니이신 교회’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교회는 진리와 구원을 통해 자녀들을 낳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 치프리아노는 그 누구도 교회를 어머니로 두지 않는 사람은 결코 하느님을 아버지로 둘 수 없다고 가르쳤습니다.

 

또한 교회는 ‘하와’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이는 교회가 두 번째 아담인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의 옆구리(거기서 흘러나온 피와 물)에서 탄생했음을 표현하려는 것입니다.

 

교부들은 교회를 ‘달의 신비’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교회 안에 존재하는 진리의 빛이 근본적으로는 그리스도의 빛을 반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역사적으로 교회가 자신을 표현하면서 가장 선호했던 이미지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였습니다. 이는 교회가 그리스도와 더불어 누리는 깊은 일치를 신비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가 간직하고 있는 구세사의 신비를 표현하고자 교회를 ‘하느님의 백성’으로 소개했습니다.

 

 

교회의 사명

 

교회는 복음을 설교하고 당신 이름으로 모든 사람에게 세례를 줄 임무를 그리스도에게서 친히 받았습니다. 이와 더불어 교회는 사람들 사이에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과 더불어 드러나는 그분의 구원 신비를 성체성사로 재현해야 할 임무를 받았습니다.

 

이러한 교회의 사명은 본질에서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을 이 세상 안에 지속시키는 것으로, 교회는 성령의 도우심에 힘입어 이 사명을 실현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교회의 사명에는 성자와 성령께서 함께하십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교회의 사명에 대해 가르칩니다.

 

“순례하는 교회는 그 본성상 선교하는 교회이다. … 교회의 사명은 그리스도의 명령에 순종하며 성령의 은총과 사랑으로 움직여 모든 사람과 민족에게 교회가 온전히 현존하게 하는 활동으로 이행된다. 교회는 생활의 모범, 설교, 성사와 또 은총의 다른 방법으로 그리스도의 신앙과 자유와 평화로 모든 사람을 이끌며, 이렇게 하여 그리스도의 신비에 온전히 참여하는 자유롭고 탄탄한 길이 그들에게 열리는 것이다”(선교교령 5항).

 

그러므로 교회는 만민을 위한 구원의 성사로, 그가 이 현세 여정 동안 해야 할 사명은 그리스도께서 자신에게 맡겨준 인류의 구원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것입니다.

 

교회의 존재 이유는 바로 시대의 징표를 읽고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새롭게 선포하고 실현하는 데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이 세상에 오셔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교회는 그 시대마다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고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하느님 나라는 결국 그분의 인격과 동일시되어 드러납니다. 그분이야말로 인류가 걸어야 할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이 현세의 여정 동안 인류를 그분께 인도해야 할 막중한 사명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사명은 결국 천상 본향에 가서야 완성될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이미’와 ‘아직’ 사이에 살면서 천상을 향해 순례하는 공동체입니다

 

* 윤주현 베네딕토 - 가르멜수도회 사제. 현재 가르멜수도회 대구수도원 원장,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의신학 교수로 활동하며 다양한 저서와 역서를 펴내고 있다. 교황청립 데레사대학에서 신학적 인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스페인의 아빌라 신비신학대학원 교수를 지냈다.

 

[경향잡지, 2015년 11월호, 윤주현 베네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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