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교회문헌ㅣ메시지

2020년 서울대교구장 사목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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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12-02 ㅣ No.991

2020년 사목교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본당 공동체 -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성령께서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교구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복음화를 이루기 위하여 신앙의 기초를 다지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이러한 신앙의 기초를 토대로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새로운 열정과 방법으로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교회 공동체’를 만들고자 마음을 모았습니다. 이를 위하여 복음의 참된 기쁨을 체험하고 또 그 기쁨을 전하는 ‘가정 공동체’를 이루고자 힘써왔습니다. 이제 2020년에는 가정이 맺은 열매를 바탕으로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본당 공동체’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고자 합니다. 그리고 2021년에는 교구의 모든 신자들과 본당 및 기관이 힘을 모아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교구 공동체’를 이루려고 합니다.

 

교황 프란치스코께서는 2019년 전교주일 담화문에서 “저는 언제나 선교사이고, 여러분도 언제나 선교사입니다. 세례 받은 모든 이가 선교사입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세례를 받은 우리 모두가 무엇보다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는 선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선교의 사명을 올바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교회 공동체를 선교의 공동체로 변화시켜 나아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교회 공동체는 우리가 복음을 전해 받고, 또 전해 주는 선교의 역동적인 자리이며 동시에 선교를 가르치며 배우는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신앙의 공동체인 교회 안에서, 특히 각자가 속한 지역 본당 안에서 복음 선포의 사명을 배우고 시작하며 성장시켜 나갑니다. 교회 공동체 역시 복음의 기쁨을 주고받는 그리스도인들을 통하여 성장하고 발전하게 됩니다. 이처럼 ‘자신이 전해 받은 복음을 전해 주는’(1코린 15,3 참조) 모든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선교사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가정과 본당 그리고 사회 안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복음을 체험하고 전하는 선교적 교회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본당 공동체는 복음을 전하고 살아가는 우리 각자의 선교적 노력을 통해 세상 속에 복음을 증거하는 그리스도의 참된 성사(聖事)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 안에 깊이 뿌리 내린 무관심과 개인주의를 넘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과 위로가 되어주며 환대하는 선교사가 됩시다. 그리고 소외되고 어려운 형제자매들을 우선적으로 돌보고 사랑하는 분위기가 자리할 수 있는 본당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선교사로서의 사명을 공동체 안에서 충실히 살아갈 때, 우리가 살아가는 본당 공동체는 진정 사랑을 받고 사랑을 전해 주는 공동체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제 올 한 해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본당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다음의 세 가지 측면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본당은 ‘신앙의 공동체’입니다.

 

본당은 그리스도인들이 ‘복음화되고 복음화하는 공동체’입니다. 다시 말해 본당은 ‘복음의 기쁨을 믿고, 체험하며, 보존하고, 성장시키는 신앙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선교는 우리의 생각과 말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보여주신 복음을 전하는 것이기에 무엇보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며 그분의 뜻을 올바르게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당 공동체가 인간의 생각이 아닌 하느님의 뜻을 먼저 찾고 따르고자 할 때, 그 공동체는 참된 선교 사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교회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무엇보다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미사와 전례 안에서 또 다양한 신심 활동들 안에서 같은 마음으로 함께 기도하는 공동체는 언제나 하느님을 믿고 사랑하며 희망하는 공동체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러한 공동체의 모습은 예비 신자들의 신앙심을 고취시킬 것이며, 냉담 신자들의 회심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사랑을 우리는 알게 되었고 또 믿게 되었습니다.”1)라고 그리스도인의 생활을 요약하십니다. 그러므로 참된 선교사로서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 본당 공동체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신앙의 공동체를 이루어야 합니다.

 

(2) 본당은 ‘하나 되는 공동체’입니다.

 

본당은 복음의 기쁨으로 하나 되는 공동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이 기도의 지향처럼 출신도, 생각도 달랐던 제자들은 하나가 되어 같은 곳을 바라보며 충실히 복음을 선포할 수 있었습니다.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가 하나의 신앙 공동체를 이루는 본당 공동체는 예수님을 머리로 하여 한 지체가 되어 복음을 선포하여야 합니다.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가 화목한 한 가족을 이루는 모습이야말로 ‘살아있는 복음의 증거’이며, 세상을 ‘복음화하는 삶’이 됩니다. 아울러 본당의 여러 가정들, 다양한 세대들, 소공동체들, 교회 운동과 단체들이 조화를 이루게 될 때 본당은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신 기쁨 안에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끼리끼리 문화의 병폐를 넘어서 다양성 안에 일치를 이룰 때 본당은 모든 사람을 맞아들이고, 모든 사람을 섬기는 따뜻한 가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본당 공동체는 진리를 목말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목을 축일 수 있는 ‘동네 샘’으로 자리하게 될 것입니다.2)

 

(3) 본당은 ‘선교하는 공동체’입니다.

 

본당은 복음을 전하고 증거하는 선교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급변하는 세상 가운데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 됩니다. 때로는 그 도전이 무거운 짐처럼 여겨질 때도 있을 것이며, 사람들의 냉대와 무관심 등으로 인해 두렵게 느껴지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도전 앞에 우리는 언제나 세상을 향해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우리가 본당 공동체를 선교를 지향하는 모습으로 만들어 갈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의 두려움을 기쁨으로 바꾸어주실 것입니다. 또한 아직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주님을 통해 새로운 삶의 희망을 얻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주님의 부활을 체험한 이후 선교사로서 복음을 전파했고, 그 복음이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함께 마음을 모아 복음을 전한다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예상을 넘어서는 풍성한 열매를 맺어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본당이 각 지역 공동체 안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증거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사제 여러분, 교구장 주교인 저와 일치하는 가운데 사목활동 안에서 선교를 위한 노력에 더 힘을 기울입시다. 그러기 위하여 사제들이 먼저 복음의 기쁨을 체험하고 확신할 수 있도록 합시다. 이러한 삶을 바탕으로 “단순한 현상 유지를 넘어서 참으로 선교하는 사목으로”3) 옮아갑시다. 본당 신자들뿐 아니라 구역 안의 다양한 사회복지 시설, 학교, 병원, 관공서 등에도 더 큰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특히 독거노인이나 이주민 등과 같은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에 대한 깊은 관심과 돌봄에 힘써주십시오. 본당 구역 안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들이 복음의 기쁨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찾아가는 사목’에 힘을 기울여 주십시오.

 

남녀 봉헌 생활자 여러분, 여러분의 고유한 신분 안에서 선교에 충실합시다. 여러분의 기도와 고유한 활동을 통해 선교를 지향하고 노력하는 사목자들의 좋은 협력자가 되도록 힘써주십시오. 또한 선교의 바탕은 하느님과의 사랑의 관계에서 시작되어야 함을 알 수 있도록 본당의 신자들에게 기도와 사랑의 모범을 보여주십시오.

 

신자 여러분, 가정을 비롯한 학교, 직장, 각종 모임뿐 아니라 본당과 지역 안에서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갑시다. 자신의 재능, 시간, 그리고 가진 바를 복음화를 위하여 기쁜 마음으로 봉헌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지난 10월 우리가 함께 마음을 모았던 ‘특별 전교의 달’의 정신과 실천 내용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도록 합시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교회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첫 시작부터 지금까지 복음화를 위해 공동체 안에서 서로 사랑을 증거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5)라는 말씀처럼 우리 교구의 모든 본당 공동체가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사랑의 기쁨을 체험하고 나누며 전한다면 진정 선교의 공동체, 복음화의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세상은 하느님이 누구이신지를,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랑과 은총이 얼마나 크고 좋은지를 우리 공동체를 통하여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닫게 될 것입니다. 분명 선교적 삶을 지향함에 있어서 공동체 안에 어려움과 두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전해주신 복음의 놀라운 기쁨을 믿기에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교구의 모든 본당 공동체가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은 공동체가 되도록 여러분을 위해 언제나 기도하겠습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는 주님의 말씀이 올 한 해 각 본당 안에서 더욱 풍성히 열매 맺기를 바랍니다. 이는 우리의 가정과 교회 공동체를 넘어 세상 곳곳에 ‘복음의 기쁨’이 도달하는 길이 될 것이고, 2031년에 맞이하게 될 ‘교구 설정 200주년’ 의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증언한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이 땅에 복음의 빛을 전하신 한국의 순교자들,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9년 대림절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

 

……………………………………………………

 

1) 교황 베네딕토 16세,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항

2)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평신도 그리스도인」, 27항

3) 교황 프란치스코, 「복음의 기쁨」, 15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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