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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읽기: 스콜라 철학의 방법이 맺은 결실 신학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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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5-21 ㅣ No.526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읽기] 스콜라 철학의 방법이 맺은 결실 「신학대전」

 

 

토마스 아퀴나스의 명성을 듣고 그의 주저인 「신학대전」을 펼쳐 든 일반 독자는 무척이나 당황하게 된다. 아우구스티노의 책을 읽어 본 독자조차도 「신학대전」의 기술 방식은 낯설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짧은 단위로 끊어진 단락에서 제시된 질문과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답변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신학대전」은 새롭게 설립된 중세 대학의 교육 현장에서 생겨났고, 그곳에서 공부하는 특정 수준의 학생들을 위해서 저술되었다. 그래서 「신학대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중세 대학의 고유한 방법으로 자리 잡았던 스콜라 철학의 방법론에 대한 지식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중세 대학의 강의와 주해서

 

중세의 학자들은 객관성을 중시하면서도 자연 관찰이나 실험이 아니라 권위 있는 저서들(auctoritates)의 분석으로부터 출발한다.

 

예컨대 신학은 「성경」과 페트루스 롬바르두스의 「명제집」, 수사학은 키케로의 저서, 문법학은 프리스키아누스와 도나투스의 저서, 논리학과 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와 보에티우스의 권위서이다. 학문마다 규정된 권위서들은 큰 경외심을 가지고 해석되는 반면에, 동시대의 저자들은 잘해야 ‘어떤 이’(Quidam)라고 언급될 정도였다.

 

권위 있는 텍스트에 의존하는 수업은 강의와 질문, 토론으로 구성되었다. ‘강의’(lectio)는 권위 있는 텍스트의 한 절을 큰 소리로 읽고, 그 절을 작은 문단들로 분해하여 텍스트 전체의 골격을 설명한 뒤에, 각 문단을 상세히 해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특별히 중요한 부분에 대해 실제 토론 사례나 가상적 토론 상황을 설정하여 논의함으로써 교부학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질문’(quaestio)이라는 방식이 널리 사용되었다. 이 질문은 먼저 주석 옆의 여백에 기록되는 형태로 시작되었지만, 곧 그 제한된 분량을 넘어 독립적인 ‘토론’으로 발전하였다.

 

숱한 강의에서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주석서가 생겨났다. 어려운 텍스트들은 전체 작품을 배경으로 또는 저자의 의도에 따라 해석되었다.

 

 

중세 대학의 토론과 토론 문제집

 

‘토론’(disputatio)은 대학 교과 과정에서 핵심 구실을 했던 부분으로 강의보다 횟수는 적었을지라도 그 중요성 면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았다. 중세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 방법으로 떠오른 토론은 12세기 최고의 스타 강사 아벨라르(Abélard, 1079-1142년)가 개발한 방법이었다.

 

논리학 교사였던 그는 다양한 신학 관련 서적을 저술하면서 신앙의 가르침을 조직적으로 체계화하려고 철학에서 발달한 방법들, 곧 논리학적인 도구와 개념 분석 등을 즐겨 사용했다.

 

그는 자신의 주저인 「예와 아니요」(Sic et Non)에서 교부들의 다양한 의견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 신학 문제에 관한 정확한 해답을 얻고자 서로 반대하는 양쪽의 가장 권위 있는 견해들을 대비시켰다. 이 방법은 후대 대학 설립 이후에 토론에서 지속해서 사용함으로써 스콜라 철학의 ‘고유한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토론은  정규  토론(disputatio ordinaria)과 자유 토론(disputatio quodlibetalis)으로 이루어졌는데, 정규 토론에서는 교수가 공적으로 토론할 질문을 미리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토론은 이틀에 걸쳐서 이루어졌다.

 

첫날은 미리 선발된 ‘대학원생’(baccalaureus)이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제시한 뒤 청중이 제기한 반론에 대해 나름대로 응수해야 했다. 이튿날 교수는 찬반의 모든 논거를 검토해 본 다음, 문제 전체에 대한 자기 자신의 ‘해결책’ 또는 결론을 제시했다. 이와 같은 토론은 연중 내내, 가능한 한 매우 빈번하게, 거의 주마다 이루어졌다.

 

반면에 주제의 설정이 임의적이고 자유로웠던 자유 토론은 대개 일 년에 두 번, 곧 사순 시기와 대림 시기에 했을 뿐이다. 이러한 토론은 개별적 문제에 대한 학생의 이해력, 논증의 능력, 반론을 논파하는 능력을 길러 주고자 시도되었다.

 

언젠가 토마스의 스승 알베르토는 정규 토론의 기회가 왔을 때 토마스를 발표자로 지정했다. 토마스는 최선을 다해 발표를 준비했고, 토론 첫날 교수들과 동료 대학원생들의 질문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일일이 자신이 아는 것을 답변했다. 그러자 알베르토는 토론을 잠시 중지시키고, “왜 교수처럼 답변하는가?” 하고 꾸중했다.

 

알베르토는 토마스가 통상적인 발표의 역할을 넘어 교수의 결정문에 가까울 정도로 결정적인 대답을 하자 그가 교만해질 것을 경계해 꾸중한 것이다. 나중에 알베르토는 토마스가 몸집이 크고 말수가 적어서 붙게 된 ‘벙어리 황소’라는 별명을 빌려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자네들은 토마스를 벙어리 황소라고 불렀지만, 앞으로 그가 가르치게 될 때, 그 울음소리는 전 세계에 울려 퍼질 것이다.” 이러한 그의 영감에 찬 예언은 실제로 이루어졌다.

 

이렇게 대학에서 벌어진 토론에서 ‘정규 토론 문제집’과 ‘자유 토론 문제집’이 생겨났다. 스콜라 철학의 특별한 서술 형태인 이 문제집들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지닌다. 각각의 질문에 대해서 찬(Pro), 반(Contra)의 논증을 제시한다. 이러한 시도는 언뜻 보아 모순되어 보이는 권위 있는 텍스트들 사이의 일치를 찾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토론 문제집은 생동감이 넘치는 대학 내의 토론에 기초하지만, 출판된 문제집이 실제로 벌어진 토론을 그대로 전달해 주는 것은 아니다. 앞의 주석서와  토론  문제집들이 종합되어 ‘대전’(summa)들로 발전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이다.

 

 

「신학대전」의 개별 구조

 

토마스는 「신학대전」의 머리말에서 이 책을 인문학부를 마치고 신학부로 올라오는 초심자를 위해서 저술했다고 밝힌다. 그는 초심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제까지의 다른 저작들, 특히 ‘정규 토론 문제집’이 한편으로는 “문제들, 절들, 논거들을 쓸데없이 증폭시키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배워야 할 내용이 ‘적절한 교육 순서’에 따라 제시되지 않고, 책 저술에 요구되는 순서나 ‘토론’의 기회에 따라 제시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같은 것들이 여러 번 반복됨으로써 학생들의 정신 속에 지겨움과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에 중복을 최소화하고 가장 강력한 논변들만을 골라 지금과 같이 압축하였다.

 

따라서 「신학대전」에서 다루어지는 각각의 질문은 ‘예와 아니요’(sic et non) 방식으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으로 구성되고 다음과 같은 일정한 순서와 틀에 따라 논의된다.

 

1) 논박될 이론들(objectiones, ‘그렇지 않은 것 같다’) : 여기서는 본문에서 논박될 이론을 지지하는 논거들이 소개된다. ‘정규 토론 문제집’에서는 십여 개씩 나오는데, 「신학대전」에서는 그 가운데 핵심적인 것 세 가지만 골라서 제시했다.

 

2) 이에 대한 짧은 반론(sed contra, ‘그러나 반대로’) : 논박될 이론에 반대되는 논거나 권위 있는 명제들이 소개된다. 토마스는 찬성하는 논거들이 본문 부분에서 다루어지는 것을 참작하여 과감하게 생략해서 짧게 줄여 버렸다.

 

3) 절의 본문(corpus articul ; ‘나는 이렇게 대답해야만 한다’) : 여기서 토마스는 제시된 질문에 대한 핵심적인 답변을 정확하게 제시했다.

 

4) 논박될 이론에 대한 해답들 : 정규 토론에서 교수들이 잘못된 근거에 대해 하나하나 해답해 주려고 고민했던 것처럼, 토마스는 이렇게 자기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의 주장을 단순히 ‘틀렸다.’라고 단정 짓지 않고 왜 틀렸는지에 대해서 하나하나 밝혀 주었다.

 

이러한 「신학대전」의 구조는 이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중대한 실수를 피하려는 데 중요하다. 위의 네 부분 가운데 토마스 아퀴나스의 의견이라고 그대로 인용해도 좋은 부분은 바로 ‘3) 본문’이다. 절대로 토마스 아퀴나스의 의견으로 인용해서는 안 될 부분은 바로 ‘1) 논박될 이론들’이다. 이 부분을 인용하면 토마스 아퀴나스와 반대되는 의견을 쓰게 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신학대전」의 각 절은 한결같이 이렇게 일정한 순서에 따라 전개된다. 그런데 「신학대전」은 이런 구조화된 질문과 답을 4,000개가 넘게 담고 있는 엄청난 대작이다. 도대체 그 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일까?

 

* 박승찬 엘리야 - 가톨릭대학교 철학 전공 교수. 김수환추기경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가톨릭철학회 회장으로 활동한다. 라틴어 중세 철학 원전에 담긴 보화를 번역과 연구를 통해 적극 소개하고, 다양한 강연과 방송을 통해 그리스도교 문화의 소중함을 널리 알린다. 한국중세철학회 회장을 지냈다.

 

[경향잡지, 2019년 5월호, 박승찬 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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