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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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

생활 속의 교회법49: 사랑과 용서를 전하는 교회가 왜 벌을 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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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1-07 ㅣ No.407

생활 속의 교회법 (49) 사랑과 용서를 전하는 교회가 왜 벌을 주나요?

 

 

가끔 어떤 신자들이 ‘저런 신자들에게 벌을 줄 수 있는 교회법 규정은 없나요?’ 하고 물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교회는 교회법 규정이 명시한 범죄를 범한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형벌 제재로 징벌하는 천부적이고 고유한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교회법 1311조).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22)고 말씀하신 주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교회가 성직자나 신자를 용서하지 않고 벌을 준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악한 죄를 범한 사람에게 보복하기 위하여 벌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사고는 시민법의 형법 목적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법의 형벌 제재는 응보(應報)의 목적을 지니지 않습니다. 교회법의 형벌은 보복이 아니라 영혼의 구원(salus animarum)을 목적으로 합니다. 교회법의 형벌 제재는 치료벌(poena medicinalis), 속죄벌(poena expiatoria), 예방제재(remedia poenalis), 참회고행(paenitentia)으로 구분됩니다(교회법 1312조).

 

치료벌(poena medicianlis)은 잘못에 빠진 이를 교정(censura)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벌입니다. 치료벌 중에 가장 무거운 벌로 교회의 친교에서 추방하는 ‘파문’ 처벌과, 교회의 친교 안에 머물지만 성사와 준성사의 거행과 수령을 할 수 없는 ‘금지’ 처벌 그리고 성직자에게만 적용되는 처벌로서 성품권이나 통치권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정직’ 처벌이 치료벌에 속합니다(교회법 1331조-1335조).

 

속죄벌은 손상된 정의를 회복시키기 위한 벌입니다. 특별히 성직자나 수도자에게 일정한 장소나 지역 내에 거주하는 것을 금지시키거나, 성직자 신분에서 제명하거나 속죄벌을 부과하는 장상의 권한에 속해 있는 특정인의 권력, 직무, 임무, 권리, 특전 등을 박탈하는 벌입니다(교회법 1336조-1338조).

 

예방제재는 범죄 가능성이 높거나 범죄의 혐의가 짙은 사람에게 직권자가 ‘경고’하거나 추문이나 심한 질서의 혼란을 일으키는 사람에게 ‘견책’하는 것으로서 범죄를 예방하거나 형사 재판을 보충하기 위하여 부과됩니다(교회법 1339조).

 

참회고행은 하느님과 교회에 미친 해악을 보속하기 위하여 죄인에게 종교적 신심행위나 애덕활동을 부과하는 것으로 직권자의 판단에 따라 예방제재에 속하는 ‘경고’나 ‘견책’에 추가하여 부과될 수 있습니다(교회법 1340조).

 

이렇듯 교회법의 형벌 제재는 범죄자를 괴롭히거나 그에게 복수하기 위한 벌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그리스도교 신자가 잘못이나 악행에서 뉘우치고 회개하도록 하거나 죄로 인해 손상된 정의를 회복시키고 교회에 끼친 해악을 보속시키거나 범죄를 예방하여 최종적으로는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또한 교회법원의 심판권(교회법 1401조)에 해당하여 적법한 절차에 의해 형벌 제재를 부과한 경우, 다시 시민법에 재판을 요구할 이유는 없으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하여 교회가 범죄 사실을 숨긴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2018년 11월 4일 연중 제31주일 가톨릭제주 4면, 황태종 요셉 신부(제주교구 사법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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