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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4차 산업 혁명과 그리스도인: 빅 데이터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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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5-22 ㅣ No.1519

[4차 산업 혁명과 그리스도인] 빅 데이터의 미래

 

 

인도의 간디 기념관 입구에 ‘진실은 신이다.’(Truth is God)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 글귀에는 큰 진리가 담겨 있겠다. 수많은 신이 존재하는 힌두교에서 힌두교도인 그가 믿는 신은 바로 ‘진실’이다.

 

 

데이터와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빅 데이터

 

하나의 ‘사실’만을 담고 있는 ‘데이터’(data)는 정보의 최소 단위인 라틴어 ‘datum’의 복수형으로 더는 나눌 수 없는 자료 하나를 뜻한다.

 

데이터가 증대하면서 대규모 데이터 집합을 처리하는 특수한 기술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 결과 ‘데이터베이스’라는 개념이 등장하였다. 그 뒤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이 폭넓게 활용되었고, 이는 ‘정보 시스템’의 핵심을 이루었다.

 

하지만 전 세계에 단일 시스템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데이터베이스 관리 기술로는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입력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기가 불가능하였다. 이를 해결하고자 등장한 것이 바로 ‘빅 데이터’이다.

 

빅 데이터는 방대하고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므로 신기술이 요구된다. 주로 다국적 기업인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같은 회사에서 이 기술이 연구 개발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는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기업 정도가 이를 다루고 있다.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빅 데이터

 

데이터를 관리하고 처리하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빅 데이터가 오늘날 주목받는 이유는 인공 지능 분야에서 확대 응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저장하고 검색하는 기능을 넘어 수십 년간 누적된 데이터를 고부가 가치로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다차원 데이터 분석’과 ‘데이터 마이닝’이다.

 

이제 우리는 표면적인 데이터 활용에서 벗어나, 무형의 데이터를 통해 유형의 다이아몬드보다도 값진 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데이터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라 할 수 있는 다국적 기업 ‘구글’은 이 빅 데이터의 확보를 데이터 처리의 알고리즘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구글이라면 지구촌 전체 인구의 데이터를 확보하여 개개인의 모든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구글의 전자우편 서비스인 ‘gmail’은 2017년 7월 12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였다. 이는 전 세계 전자우편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규모다. ‘페이스북’은 22억 명이 사용하고 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이들 기업에서 창출되는 매출의 규모는 엄청나다. 미국 포브스가 밝힌 기업 순위에 따르면 이 두 회사의 순위가 다른 기업보다 높다. 그 이유는 이 회사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빅 데이터의 응용

 

질병은 후천적인 것도 많지만 선천적인 유전자에 기인한 것도 많다. 불치병 환자의 유전자를 모두 파악할 수 있다면 발병의 원인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의료 분야에서는 이만 개가 넘는 사람의 전체 유전자 염기 서열을 완전히 밝히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로 말미암은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여 암과 같은 불치병의 발병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빅 데이터가 확보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교통과 물류 분야의 적용도 활발하다. 일 년간의 모든 교통 현황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다면 정체 구간을 미리 파악해서 최적의 방법과 최소한의 도로 건설을 통해 원활한 교통 흐름을 만들 수 있다. 시민들의 출퇴근과 그 이동 경로를 분석한 데이터는 버스 노선과 지하철 운행의 시간 조정 등에 활용된다.

 

복지 분야에서도 빅 데이터의 활용으로 전 국민의 소득과 지출을 파악하여 경제 정책 운용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부동산 정책에 이를 활용하여 주택의 수요와 공급을 분석하고 예측하여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같은 문제에 잘 대처할 수 있다.

 

빅 데이터 기술의 확보로 누구나 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더는 표본 수집을 통한 통계나 여론 조사를 하기보다는 인터넷 공간에 표출된 시민의 의견을 수집, 분석하여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도 투표할 수 있게 되었다. 국민 투표로 대표되는 직접 민주주의로 잘 알려진 스위스는 많게는 한 해에 네 번 넘게 국민 투표를 시행한다. 기존에는 우편을 사용했으나 지금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더욱 손쉽게 투표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으로 편리하게 선거한다면 막대한 선거 관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인터넷 선거 방식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해외 교포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우리나라의 선거 실정을 감안하더라도 이 새로운 선거 방식의 도입은 절실하다.

 

국민 한 사람의 의사는 민주주의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소수 정예가 독점하고 있는 공산주의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조차 외면하고 국민에게 왜곡된 사실을 믿으라고 강요하는 체제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빅 데이터의 현상과 미래 변화

 

자연에 실제로 존재하는 검증된 사실을 기반으로 과학이 발전해 왔듯이 지금은 기존보다 더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시대이다. 이에 등장한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가 통계와 경영 분야뿐 아니라 인문, 사회 과학에서도 주요 연구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태풍의 방향이나 지진의 발생, 기후 변화도 아직 데이터 값이 충분하지 않아 예측에 오류가 생긴다. 사물 인터넷 기술의 발달과 충분한 데이터로 해수면과 바람, 기후 등의 예측 결과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신물질의 독성 실험에 많은 실험동물이 희생되고 있는데 독성 물질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이를 분석한다면 시간과 비용의 절감뿐 아니라 생명도 보호할 수 있다. 지구의 오염을 막고자 핵실험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수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스라엘 예루살렘히브리대학교의 유발 하라리 교수는 「호모 데우스」를 통해 미래의 인간은 신이 아닌 데이터를 믿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 이유는 앞으로 데이터가 종교보다 더 명확히 미래를 예측하여 우리에게 이를 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게이오주쿠대학교의 나카무로 마키코 교수는 「데이터가 뒤집은 공부의 진실」에서 우리가 교육을 통해 단순히 배워 왔던 것의 상당수가 잘못된 근거로 판단되고 있음을 알린다. 그는 그동안 우리의 시선을 어지럽히던 그릇된 경험에서 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더 명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듀크대학교의 댄 애리얼리 교수는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에서 우리가 평소에 잘 모르던 부정행위에 관한 여러 현상을 다양한 실험 사례와 연구 자료를 통해 객관적인 데이터로 제시한다.

 

최근 법조계와 정치, 문화, 심지어 종교계 인사들이 저지른 성폭력 폭로(이른바 ‘미투’)는 우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영화계의 경우 여성 영화인의 61.5%가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알고 있었지만 침묵했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애리얼리가 말한 것처럼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것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국내의 데이터 관련 산업이 지지부진하다. 개인 정보 보호 등의 문제로 여러 단체의 반대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앞날을 걱정스럽게 만든다.

 

앞으로의 성장 산업으로 손꼽히는 금융(finance)과 정보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핀테크’(FinTech) 산업과 앞에서 언급한 의료 산업의 경우만 보더라도 개인의 신용과 의료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개인 정보 보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해당 분야의 성장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무한한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우주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무지’라고 말했다. 인간의 무지는 끝이 없으므로 그만큼 끝없이 앎을 추구해야 한다. 인간이 무지에서 벗어나고자 빅 데이터를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용환승 - 이화여자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한국정보과학회 정책기획위원장과 부회장을 지냈다.

 

[경향잡지, 2018년 5월호, 용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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