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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일상 속 영화 이야기: 소통과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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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5-21 ㅣ No.1098

[일상 속 영화 이야기] 소통과 협업

 

 

영화현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역할에 따라 팀에 속해 있고 그 팀들은 감독을 중심으로 협업(協業, Cooperation)을 통해 영화를 제작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疏通, Communication)이다. 감독은 배역에 관해 배우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고 촬영감독으로부터 ‘장면(Scene)’ 묘사에 대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 촬영감독은 조명감독과 소통해야 원하는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외에도 음향팀, 의상팀, 소품팀, 분장팀 등 수많은 팀들이 각자의 역할을 서로 연결시켜야 한 장면, 한 장면이 만들어져 연결되고 촬영을 마칠 수 있다. 촬영 이후에도 편집팀, 음악팀, 마케팅팀 등의 작업을 통해 영화가 완성되고 대중에게 전해진다. 영화에 있어서 소통과 협업은 끝이 없다. 만약 팀들 간에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협업은 불가능하게 되고 불의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과는 참담해진다. 그러나 소통과 협업은 단순히 이론이나 규정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다. 필자가 공부했던 학교는 ‘실행하면서 익힌다.(Learning by doing)’는 모토 아래 6학기 동안 계속 프로젝트 방식의 수업을 진행했다. 그곳에서 배운 것은 영화를 만드는 지식뿐만 아니라 작업을 해나가면서 수많은 갈등과 화해를 거듭하며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영화도 스토리지만 영화를 만드는 과정도 갈등, 배신, 그리고 화해가 펼치지는 하나의 스토리다.

 

대학에서 일하다보니 현대의 교육흐름과 방식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진다. 몇 년 전부터 방송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들려오는 4차 산업혁명은 교육 분야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각자의 분야에서만 일을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전혀 다른 분야와 소통하고 협업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수업도 교사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선행학습을   한 후에 수업시간에는 토론을 통해 익히는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으로 점점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있는 대학들을 방문했을 때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전혀 다른 학과들이 소통과 협업을 통해 학문을 익히는 세계적인 흐름의 방식을 이미 채택해서 교육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세계적인 추세라고 해서 우리 대학에 바로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절감했다. 왜냐하면 단순히 해외의 새로운 교육방식을 벤치마킹(Benchmarking)하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 어느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는 이론적인 틀이나 개념)을 변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소통과 협업이 가능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패러다임은 우리 신앙에 있어 새로운 것이 아니며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다.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는 수직적인 구조일까? 수평적인 구조일까? 구약에서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는 수직적인 구조로만 이해되었다. 창조주와 피조물, 완전자와 불완전자의 공식만이 진리로 이해되어 왔던 때에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는 하느님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설정의 사건이다. 창조주께서 피조물인 인간의 육신을 취하시고 무한자가 유한자인 인간처럼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하느님과 인간의 수평적 관계를 드러낸다. 하느님 나라의 완성에 대해서도 예수님께서는 수직적 관계에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신다. 유다인들이 생각했던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슈퍼맨 같은 메시아가 아닌 하느님과 함께 소통하며 함께 해결해 나가는 수평적 관계에서 진행하신다. 그래서 제자들을 뽑으시고 교회를 이루시고 지금까지 하느님 나라를 향해 우리와 함께 일하고 계신다. 하느님과 인간의 소통과 협업은 수평적인 관계설정에서 시작된 것이다.

 

소통과 협업은 상부조직이 하부조직에게 내리는 지침이나 캠페인 구호 같은 수직적 전달방식이 아닌 ‘수평적인 구조’ 안에서 발생한다. 리더(Leader)와 멤버(Member)는 수직적인 지배구조가 아니라 수평적인 역할구조로 이해되어야 소통과 협업이 가능하다. 영화현장이나 교육현장에서뿐만 아니라 이제 모든 사회구조가 소통과 협업을 요구받는 시대, 그 해답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미 우리에게 당신의 육화와 죽음을 통해 보여주셨음을 기억하며, 먼저 교회와 신앙인들이 실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

 

[월간빛, 2018년 5월호, 한승훈 안드레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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