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티 없는 맑은 거울(거울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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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3-07 ㅣ No.565

[레지오와 마음읽기] 티 없는 맑은 거울(거울세포)

 

 

“인다라망”이란 단어가 있다. 이는 인도의 신(神) ‘인드라’가 사는 성(成)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커다란 그물을 일컫는 것으로, 그 그물은 날실과 씨실이 만나는 이음새마다 구슬이 달려 있다고 한다. 이 구슬들은 특유의 빛이 있고 그 빛으로 서로를 비추어 주기에, 구슬 하나의 빛이 달라지면 그 옆 구슬이 영향을 받고 다시 그 주변으로 영향을 미쳐 전체 그물의 빛이 달라진다고 한다.

 

말이나 행동은 들리고 보이기에 그 영향을 분명하게 알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감정도 전이되어 영향을 준다고 하니 놀랍다. 실제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에 따라 울고 웃은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으니 확실히 감정은 전이된다. 뿐만 아니라 행복이 전염된다는 뜻의 ‘행복 바이러스’라는 단어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니, 우리는 이미 알게 모르게 감정의 전이를 경험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서로 얼굴을 맞대지 않은 상태, 즉 직접 접촉 없이도 감정이 옮겨질까? 2012년에 SNS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페이스북을 통해서 실시된 실험에 의하면, 긍정적인 게시물을 많이 보는 사람은 긍정적 게시물을 많이 올리고, 반대로 부정적 게시물을 많이 보는 사람은 부정적 게시물을 많이 올린다는 결과로, 우리의 감정은 서로 마주보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상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

 

1996년 이탈리아 파르마대학의 지아코모 리졸라티(Giacomo Rizzolatti)는 원숭이의 뇌에 전극을 꽂고 운동과 관련된 실험을 하던 중 신기한 것을 발견하였다. 원숭이가 땅콩을 집을 때 신호를 보내던 특정 행동 뉴런이, 원숭이가 보는 앞에서 연구원이 땅콩을 집을 때에도 같은 신호를 보낸 것이다. 즉 원숭이가 땅콩을 집을 때 반응하던 특정 뉴런이, 상대방이 땅콩을 집는 것을 ‘보기만 해도’ 실제로 집을 때와 똑같이 반응했다는 것이다. 이 특정 뇌세포를 리졸라티는 ‘거울뉴런(거울세포)’이라 이름 붙였다.

 

정리하면 원숭이 뇌 안에는 거울세포라는 것이 있어 상대방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원숭이가 실제로 행동하는 것처럼 원숭이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거울세포가 원숭이뿐 아니라 사람의 뇌 속에도 있음을, 2010년에 캘리포니아 신경생리학자들이 발견해내면서 거울세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고, 그 결과 타인의 행동뿐만 아니라 감정까지도 우리에게 거울처럼 반사되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타인의 감정까지도 우리에게 거울처럼 반사되어 영향 끼쳐

 

S자매는 레지오 10년 차의 베테랑 단원이지만 한 때는 탈단을 결심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성격상 남들과의 관계가 불편한 것이 힘들어 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늘 웃으려고 노력하면서 불쾌한 말을 들어 속이 상해도 전체 분위기를 망칠까봐 그냥 웃으며 넘겼다고 한다. 그녀의 노력 덕분인지 실제로 그녀가 소속되어 있는 Pr.은 활기가 넘쳤고, 그녀 또한 단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단원생활 1년쯤이 되었을 때 그녀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주회 참석이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점점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탈단을 결심하고 단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자신이 그동안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기 위해 에너지를 지나치게 많이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이 힘들고 걱정이 있을 때도 웃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고, 더구나 부드럽고 섬세한 그녀의 성격으로 인해 상처를 쌓아두며 속앓이를 했던 것이다.

 

이후 그녀는 기도와 성사생활을 더욱 열심히 하면서 좋은 강의와 책들을 찾아 듣고 읽으며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돌보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오늘날까지 단원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나의 감정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기에 부정적 감정을 숨기고 명랑한 기분을 유지하는 것은 분명 상대에 대한 배려인 듯해요. 하지만 억지로 하는 행동은 힘들뿐만 아니라 진정성이라는 면에서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저는 하느님을 만나 그 속에 젖어 있는 시간은 꼭 챙깁니다. 그 시간을 보내고 나면 절로 기뻐져서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되더라구요. 마치 하느님을 향수처럼 입는다고나 할까요?”

 

 

주회합이나 활동 전에 자신의 감정을 점검하고 정리해야

 

교본에서 “언짢은 기분만큼 전염성이 강한 것은 없다. 특히 윗사람의 기분이 언짢게 되면 곧 전체 분위기를 해치고 만다.”(324쪽)고 한 것처럼, 주회합 때 단장을 비롯하여 단원들이 보여주는 감정은 크든 작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주회합이나 활동 전에 자신의 감정 상태를 한 번 점검하여 감정을 어느 정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또한 관계에서 느낀 감정은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람과 만난 장소에 대한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그 관계가 끝난 뒤에도 지속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니 주회 때 느낀 감정은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성당이라는 장소에 대한 감정과 나아가 신앙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삶의 어려움에서 비껴갈 수 없으니 좋은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더욱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어떠한 처지에서도 기뻐하였으며, -중략- 안팎으로 언제나 즐거운 분위기에 싸여 있도록 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였다.-휄데르-”(교본 263쪽)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필립피4,6)라는 말씀을 믿고 신앙 안에 머무는 것이 근본적으로 기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모든 단원들의 모범이시고 인도자이시며 기쁨이시고 후원자이신 성모님”(교본 503쪽)을 사령관으로 모시고 있는 레지오 단원은, 레지오에 몸담는 것만으로도 성모님을 닮아가는 길임을 명심하고 인내롭게 기도하고 활동하여야 한다.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필립피4,7)라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온갖 생각, 감정, 소원, 계획 등을 반영하는 거울이 되었고, 예수님께서는 더욱 뛰어난 방법으로 성모님의 영혼인 순결과 사랑과 신심과 한없는 애덕 등의 온갖 경이로운 모습들을 마치 티 없이 맑은 거울에 온전히 비추듯이 드러내셨다.”(드 콘칠리오/De Concilio : 성모님에 대한 이해, 교본 316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3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행복디자인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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