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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

생활 속의 교회법30: 저는 모태 신앙이지만 제 아이에게는 종교의 자유를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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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1-14 ㅣ No.386

생활 속의 교회법 (30) 저는 모태 신앙이지만 제 아이에게는 종교의 자유를 주고 싶어요

 

 

혼인교육을 하면서 관면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성사혼을 준비하는 신혼부부들 가운데도 “저는 모태 신앙이라서 천주교 신자가 되었지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므로 자녀에게는 종교 선택의 자유를 주고 싶다.”고 하면서 자녀의 가톨릭 세례와 자녀에 대한 종교교육의 의무(제1125조)를 문제 삼는 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인권의 한 부분을 이루는 ‘종교의 자유’는 1948년 12월 10일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인권에 관한 세계 선언문’에 기초합니다. 인권선언문 제18조는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자신의 종교 또는 신념을 바꿀 자유와 선교, 행사, 예배, 의식에 있어서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공적으로 또는 사적으로 자신의 중교나 신념을 표명하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한민국 헌법 제20조에서는 ‘모든 국민의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하여 인권선언문에 기초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권선언문이 명시한 ‘종교의 자유’가 지니는 참된 의미는 부모가 자녀에게 종교교육을 시키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가의 공권력이 국민 전체에 대하여 종교를 가지지 못하도록 할 수 없으며, 또한 특정 종교를 가질 것을 강요하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실제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의 사례는 종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이나, 종교 활동의 자유가 심하게 억압된 중국이나, 특정 종교만을 가질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 같은 나라들입니다.

 

오히려 종교의 자유는 개인이 공권력에 의하며 방해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신앙 실행의 자유’를 포함하고 있으며, 신앙 실행의 자유는 ‘포교의 자유’와 ‘종교교육의 자유’를 포함합니다. 이 중에서 종교교육의 자유는 가정과 학교에서 특정 종교의 교리에 입각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자유를 뜻합니다.

 

따라서 가톨릭 신자인 부모가 자신의 자녀들이 유아세례를 받도록 하고 그들에게 종교교육을 시키는 것은 인권선언문이 규정한 종교의 자유에 반하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인권선언문에 의해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누리는 행위입니다.

 

한 아이가 대한민국 제주에 태어나서 그 지역의 언어를 익히고 문화를 배우며 지역의 음식에 맛들이게 되는 것은,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한 아이가 가톨릭 부모의 가정에 태어나 자연스럽게 유아세례를 받고 종교교육을 받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자신의 아이에게 종교 선택의 자유를 주겠다는 의도에서 자신들은 성당에 가서 미사에 참례하고 성체를 모시면서 자녀에게는 세례를 받지 않도록 하고 성체도 모시지 못하게 하며 심지어 가정에서 부모들은 서로 기도를 바치면서도 사랑하는 자녀에게는 ‘너에게는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 우리와 함께 기도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하는 있는 ‘종교교육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며 동시에 자녀에게 부모의 삶을 전달하는 자연스런 인륜에도 반하는 태도입니다.

 

인권은 부모가 자녀에 대해 갖게 되는 자연스러운 교육의 본능과 의무를 막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보장해 주는 것이 인권의 정신입니다. 자녀는 성인이 된 후에 인권선언문에 따라 자유롭게 자신의 신념이나 종교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권은 부모가 자녀를 자신의 종교와 문화와 관습에 따라 양육하고 기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기 때문에 가톨릭 부모의 자녀가 유아 세례를 받고 종교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은 결코 인권선언이 제시하는 종교의 자유에 반하는 것이 아닙니다.

 

[2018년 1월 14일 연중 제2주일 가톨릭제주 4면, 황태종 요셉 신부(제주교구 사법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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