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양심 -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 제10장 ‘환경 보호’를 중심으로

하느님의 선물인 환경

교회의 믿음은 이 세상을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신 선물이며 인간의 책임 있는 관리와 활동에 맡기신 장소이자 계획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보시니 좋았던” 이 피조물의 정점에 인간을 세우심으로써 모든 피조물 가운데 오직 인간만이 “하느님의 모습”으로 지어졌고 모든 피조물을 인간의 책임에 맡기심으로써 인간에게 그것들을 조화롭게 발전시키며 돌볼 임무를 맡기셨다(창세 1,26-30). 따라서 인간과 세상의 관계는 인간의 정체성이며, 인간은 하느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고, 미래 세계에 대한 영감과 규범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교회는 과학기술을 하느님께서 주신 인간의 놀라운 창조적 능력의 산물로 여기고 있지만, 이 기술이 인간의 발전에 이용될 수도 있고 인간의 파멸에도 이용될 수 있으므로 과학적 기술적 적용의 핵심이 되는 준거는 인간에 대한 존중이다. 따라서 이러한 도덕성은 다른 모든 생물체에 대하여도 존중하는 태도를 수반해야 한다. 교회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조작이나 비도덕적인 새로운 형태의 개발이 이루어질 때 다른 생물체 영역에 미치는 결과와 미래세대의 행복에 마땅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한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 1990년 세계평화의 날 담화, 7항).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환경을 주신 목적을 망각할 때 인간은 하느님의 협조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하느님 자리에 올려놓음으로써 자연을 남용하거나 손상하게 된다.

인간과 환경의 관계에서 발생되는 문제점들은 도덕적 성찰을 무시하고 사물에 대한 무조건 적인 지배를 주장하는 인간의 오만함에서 시작된다. 인간이 오랜 역사를 통해 저지른 창조물에 대한 ‘무분별한’ 착취는 자원뿐만 아니라 인간과 사회에 대한 정복과 착취의 양상으로 확대되어 오늘날 인간과 환경의 균형을 위협하고 있다. 자연을 인간의 기술로 제어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전제로 인해 자연을 기계론적 관점에서 보며, 개발을 소비주의적인 면에서 볼 뿐만 아니라, 존재보다는 행위와 소유를 우위에 둠으로써 심각한 인간소외 현상을 빚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과학 기술 연구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연구의 필요조건인 과학만능주의와 기술중심주의 사상에서 비롯되었다.

환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자연을 단지 조정하고 착취할 대상으로 격하시키는 공리주의적 시각에 맞섬으로 시작해야 한다. 인간 스스로 초월적인 하느님과 관련시키는 창조신앙을 거부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을 독립적인 존재로 여겼고, 세상과 하느님을 일치시키는 유대를 상실함으로써 인간과 세상이 분리되었으며 이로 인해 인간의 정체성 자체가 약화되었다. “인간이 동료 인간이나 환경과 맺는 관계를 결정짓는 것은 바로 인간이 하느님과 맺는 관계이다. 그리스도교 문화는 언제나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피조물을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로, 창조주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르고 보살펴야 할 존재로 인정해 왔다.” 따라서 교도권은 모든 사람을 위하여 건전하고 건강한 환경을 보존할 인간의 책임을 강조한다.

결국 인간의 과학기술로 탄생한 핵발전과 핵무기는 공동선을 지향할 수 없다. 공동선은 인간과 모든 인간의 선을 지향하지만 핵발전과 핵무기는 인간과 모든 인간의 선에 대한 지향을 철저히 가로막는다. 인간이 핵을 만들었으나 일단 세상에 등장한 핵기술은 인간과 사회와 자연을 지배함으로써 공동선의 실현을 부정한다. 만약 정치권력이 핵무기와 핵발전을 지지한다면 물질적 요구를 충족하고자 사람들이 자기완성에 필요한 조건을 파괴하며 공동선을 위한 도덕적 정신적 문화적 요구를 억압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과학 기술주의는 자연과 사회와 이웃을 이기적 목적달성을 위한 대상쯤으로 보아 소비주의를 촉진하고 폭력과 착취를 정당화하기까지 한다(「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124항-143항). 따라서 인류는 도덕적 관점으로 과학 기술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내고 대체 에너지원을 개발하며 핵에너지의 안전을 강화해야한다. 결국 환경 보호는 온 인류의 과제이며 공동의 보편적인 의무로서 공동선을 존중할 의무의 문제이다.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창조주의 우주질서 안에서 서로 의존하며 살아가기에 범세계적 차원에서 세계적 생태위기의 근본 원인과 대처해야 할 당위성을 숙고할 책임이 있다. 환경을 존중하는 경제는 이익의 극대화를 유일한 목표로 삼지 않는다. 인간의 눈앞에 있는 세상은 그 자체로 하느님에 대한 증거이기 때문에 환경과 생명에 대한 감사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본질적으로 피조물에 대한 인간의 행동 양식이 되어야 한다.

[외침, 2017년 11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한만삼 신부(광교1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