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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성사] 성령의 축복이 함께하는 혼인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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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2-11 ㅣ No.228

성령의 축복이 함께하는 혼인성사

 

 

혼인식에서 신랑과 신부는 떨리는 목소리로, 평생토록 신의를 지키며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기로 서약한다. 이러한 서약의 실천은 현실의 삶속에서 많은 도전을 받는다.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 되어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가는 부부에게 혼인성사는 자애로운 하느님의 축복을 더해준다.

 

 

사람은 부르짖었다.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창세 2,23) 탐스럽고 먹기 좋은 나무 열매가 가득한 에덴 동산, 수많은 짐승과 새들 사이에서 자신의 협력자를 찾지 못했던 사람이 여자를 보고 처음으로 한 말이다. 협력자를 찾은 사람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한 몸이 되고 사람과 아내는 알몸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창세 2장 참조).

 

자신의 협력자를 찾은 사람의 모습은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인간의 고유성을 확인시켜 준다. 하느님은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고 그들이 함께 이 세상을 다스리게 하셨다(창세 1,27-28 참조). 혼인성사는 이러한 인류의 소명을 신랑 신부의 아름다운 사랑의 서약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신랑은 그리스도가 교회를 사랑해서 자신의 목숨을 바치셨던 것처럼 신부를 사랑하고, 신부는 그러한 신랑을 진심으로 믿고 존경하겠다고 서약한다(에페 5, 21-33 참조).

 

인류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물질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서로의 협력자가 되어 일생을 함께하겠다는 서약의 실천은 쉽지 않다. 신랑과 신부가 자라온 가정과 문화의 차이, 맞벌이 시대라는 사회·경제적 조건, 육아와 교육, 신체의 노화라는 현실이 부부를 기다리고 있다. 냉정한 삶의 현실 앞에서 사랑하는 이의 충실한 협력자가 되어주겠다는 신랑 신부의 순수한 마음은 도전을 받는다. 그러기에 혼인성사는 새로운 가정을 꾸리려는 젊은이들에게 더욱 필요하다. 그들의 인간적인 사랑에 더하여 현실적인 삶의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해 갈 수 있도록 성령의 은총이 더하여지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주신 ‘사랑의 가죽옷’, 혼인성사

 

혼인의 서약을 끝낸 신랑 신부에게 사제는 “그리스도 안에서 혼인한 이 부부에게 주님께서 자애로이 강복하시고 성령의 은총을 내리시고 주님의 사랑을 이들 마음에 부어주시어 부부의 신의를 끝까지 지키게 하여 주소서”라고 간구한다. 혼인성사의 전례는 하느님께 은총을 청하는 축복기도와 성령 청원기도를 담고 있다. 성령 청원기도에서 신랑 신부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랑의 친교이신 성령을 받는다. 성령께서는 친히 부부 계약의 인장이 되어 주시고, 부부의 사랑을 끊임없이 길어 내는 샘이 되며, 부부의 신의를 늘 새롭게 하는 힘이 되어 주신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624항 참조).

 

사람과 여자도 삶 안에서, 하느님이 먹지도 만지지도 말라고 한 나무 열매를 뱀의 유혹에 빠져 따먹었고 남편에게도 주었다. 하느님께서는 이들을 에덴동산에서 내치셨지만, 가죽옷을 만들어 입혀 주시며 보호해 주신다(창세 2-3장 참조). 하느님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신랑 신부가 ‘알몸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축복의 삶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신다. 당신을 따라 세상을 다스리고 창조사업을 이어가기를 원하시기에 신랑 신부에게도 ‘사랑의 가죽옷’을 주신다. 사랑의 친교이신 성령을 혼인성사에서 베풀어 주시는 것이다.

 

신랑 신부를 축복하는 하느님의 사랑을 잘 보여주는 성경의 또 다른 이야기는 토비야와 사라가 드리는 첫날밤의 기도이다. “저와 이 여자가 자비를 얻어 함께 해로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토빗 8,7). 사라는 토비야에 앞서 일곱 남자와 혼인하였지만 마귀의 개입으로 첫날밤을 지내기 전에 남자들이 모두 죽었다. 사라를 향한 토비야의 사랑은 첫 순간부터 ‘죽음’이라는 시련에 마주선다. 토비야와 사라는 인간적 사랑에 더하여 하느님의 은총을 간절히 구했고 그 기도는 응답받았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성령의 은총 안에서 신랑 신부는 서로 자신을 내어주며 영원한 신의로서 도와주고 봉사한다. 자신들이 이룬 일치의 의미를 체험하고 충만하게 되어간다. 이러한 사랑은 그리스도의 생생한 현존과 교회의 진정한 본질을 모든 사람에게 드러내 주는 훌륭한 모범이 된다(「사목 헌장」, 48항 참조).

 

 

혼인하는 젊은이들을 교회로 초대하자

 

혼인은 상대방을 위한 조건 없는 내어줌과 자녀 출산이라는 창조사업에 동참하기에 그리스도인들을 완덕에로 초대하는 소중한 부르심이다. 그럼에도 수원교구의 「2016년 통계」를 보면, 교구 신자의 혼인 중에서 약 30%만 성사로 행해지고 나머지는 관면혼으로 행해졌다. 관면혼은 신자와 비신자와의 혼인으로 성사가 아니다. 비신자인 배우자가 신자인 배우자와 자녀들의 신앙생활을 인정해주겠다는 조건부 서약이다. 결혼 적령기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들이 혼인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은총을 더욱 풍부히 받을 수 있도록 유의해야 한다. 교회 또한 젊은이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교회의 축복 속에 결혼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교구 혼인강좌를 담당하고 있는 강희재 신부(복음화국 부국장)는 “정자동주교좌본당의 혼인 전례비용을 낮추었더니 신청자 수가 늘어난 예가 있었어요!” 또한, “혼인성사를 앞두고 있는 미래의 주인공들인 주일학교 학생들과 청년들에게 성(性)과 생명, 혼인성사의 중요성을 잘 알려주는 것도 교회의 미래를 위해 정말 중요합니다”라고 언급했다. 교구 복음화국장 이근덕 신부도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교회가 고민해야할 부분으로 혼인을 앞둔 젊은이들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교회는 혼인강좌, 약혼자 주말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홍보해야겠지요. 마지막으로 각 본당의 혼인예식 실무자들도, 혼인성사에 대한 교회절차나 규정을 잘 숙지하여 혼인당사자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2017 제22회 수원교구 심포지엄 자료집」 참조).

 

혼인 첫날밤, 하느님을 향해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응답받았던 토비야와 사라(토빗 8,7 참조)처럼 혼인성사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신랑 신부를 축복한다. 하느님을 신뢰하는 신랑 신부의 사랑은 다가오는 인생의 많은 고난을 함께 이겨내고 기뻐하게 할 것이다(1코린 13,7 참조).

 

[외침, 2017년 11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도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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