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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협ㅣ사목회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한국 교회의 평신도 중심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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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18 ㅣ No.57

[평신도 연구]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한국 교회의 평신도 중심 쇄신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와 우려

 

이제 세상은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AI(인공지능)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바둑의 알파고, 의료의 AI 닥터 왓슨에서 보듯이,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1등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여기서 파생될 것으로 예견되는 심각한 문제로서 무엇보다 먼저 걱정되는 것이 젊은이들의 앞날이다. 그들은 ‘인간필패 증후군’에 사로잡혀 처음부터 아예 노력을 포기해 버리고 선망하던 일자리마저 사라지는 상황에서 사회에서 쉽게 일탈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 전체적으로는 중간 기술이 사라짐에 따라 지식과 기술, 소득과 부의 양극화로 삶의 불평등구조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크다. 이런 4차 산업혁명의 우려로 교회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기술진보에 따른 교회의 위기

 

사실, 그동안 급속한 기술진보로 이루어지는 산업혁명 시대의 전환을 거치면서 인간의 종교적 심성은 갈수록 피폐해졌다. 사람들은 종교와 과학, 교리와 진리 사이에서 혼돈을 겪는 가운데 종교에 대한 불신과 무신론이 조장되었다. 그로 인해 종교를 떠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가톨릭교회 또한 예외가 아니다. 서방 세계 곳곳에서 대형 교회들의 공동화 현상이 두드러져 유명 성당들은 관광명소로 바뀌었다. 이렇게 된 데는 계속되는 산업혁명 시대의 전환기를 맞으면서도 교회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 무엇보다 ‘현세 질서의 그리스도교화’에 헌신하는 평신도 활동의 결여가 큰 취약점으로 작용하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환기인 지금은 어떠한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복음의 기쁨」과 「찬미받으소서」에서 누누이 지적하듯, 이 시대에 인간의 지적 창조능력은 커졌지만 미래보다 현재만을 위한 소비주의와 찰나적인 쾌락주의 만연으로 영원한 삶과 행복의 가치를 더욱더 등한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징검다리가 된 3차 산업혁명 시대는 정보화기술 사회라고 하지만 정작 인간 자신의 깊은 내면에 대한 정보는 간과되고 정보기기에만 매몰된 채 가장 가까운 가족 간의 소통마저 단절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위기적 시대 상황 아래서 한국 교회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한국 사회에서 높아진 가톨릭교회의 위상 때문에 신자 수는 2016년에 574만 명을 넘었지만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는 1/5도 채 안 되는 112만 명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한국의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신자의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2016년 주민등록 인구 중 신자 비율은 11.1%이지만 10대 이하 신자 비율은 5.8%에 불과하다. 미래의 신자 수 급감이 우려되는 이유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절실한 평신도 중심 쇄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회가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청소년들을 교회로 불러들이는 일이 급선무이다. 지금도 방황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욱 방황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그들의 앞날이 막막하기에 꿈이 있을 수 없다.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꿈이 없으니 누구라도 붙잡고 묻고자 할 것이다. 교회는 이들에게 답을 주어야 한다. 한국 교회는 과연 그들에게 만족스러운 답을 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AI가 분석해 내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적 기록이 담긴 소셜 빅데이터의 활용이 일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국가와 기업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 결과의 활용을 통해 인간의 마음과 세상의 흐름을 복음화로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방식도 학생들이 수업을 이끄는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로 바뀌고 있다. ‘가르치는 교회’(Ecclesia docens)와 ‘배우는 교회’(Ecclesia discens)의 엄격한 구분을 경고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세상 학교들이 먼저 실행하는 셈이다.

 

이런 변화에서 교회에 요구되는 것이 전문성 있는 평신도들의 교회업무 참여 확대이다. 시대적 상황을 정확히 읽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서를 통합 개편하여 평신도 전문가들을 대거 참여시키고 있다. 작년에 개편된 ‘평신도 · 가정 · 생명 성’과 올해 개편된 ‘통합적 인간발전증진 성’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세상도 교회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서둘러야 할 쇄신의 출발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과 「교회법」에 충실함이다. 성좌 국제신학위원회의 「교회 생활에서의 신앙 감각」(4항)에서 지적된 대로 “능동적 교계제도와 수동적 평신도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한국 교회의 교계와 평신도 모두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와 동시에 「교회법」(제512조와 제228조)에 따라 각 교구 ‘사목평의회’에 평신도 전문가들의 폭넓은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하여 비성무(非聖務)적 교회 사업은 평신도 전문가 중심 체제로 과감하게 개편하여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게 하여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 교회에 허용된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평신도, 2017년 가을(계간 57호), 오용석 프란치스코 사베리오(사회사도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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