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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찬미받으소서: 생태 문화적 혁명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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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7-21 ㅣ No.1414

[찬미받으소서] 생태 문화적 혁명의 길

 

 

내성천을 아시나요? 경북 영주와 예천을 지나는 내성천은 우리나라에서 하나뿐인 모래 강입니다. 깨끗한 수질과 아름다운 모래를 자랑하는 내성천은 멸종 위기종 1급 수달이 살고, 강모래를 조금만 파면 재첩이 나오는 생태 하천입니다. 수년 전 이 모래 강을 걸으며 강 한 가운데서 물고기 잡는 수달을 본 경이로움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내성천은 또 ‘구곡천(九曲川)’이라 불립니다. 말 그대로 아홉 번 굽어 흐르는 강입니다. 이 내성천이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낙동강 권역 공사에 포함되었습니다. 아홉 구비 가운데 모래톱이 가장 발달하고(모래톱이 발달했다는 말은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을 뜻합니다.)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강 중류에 소위 다목적 댐이라는 영주댐이 들어섰습니다. 영주댐은 강의 흐름을 끊어 강은 말라버렸고, 자연 경관도 망쳐버렸습니다. 다목적 댐이라 말하지만 그 용도가 없습니다. 영주 지역은 전기가 부족한 지역도 아니고 물이 부족하지도 않습니다. 영주댐이 맡은 역할의 90%는 단순히 낙동강에 물을 흘려보내는 기능입니다. 하지만 낙동강도 이미 4대강 사업으로 물이 넘쳐납니다. 홍수 예방과 물 부족 해결 같은 댐 본연의 용도는 5% 정도로 미미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영주댐 건설(시공업체: 삼성물산)에 국민 혈세 1조 2천 억을 퍼부었습니다.

 

내성천이 흘러 드는 본류本流 낙동강은 녹조로 해마다 큰 진통을 겪습니다. 4대강 사업이 끝난 뒤 2014년 낙동강에 붕어가 죽어 떠올랐습니다. 심각한 녹조로 웬만큼 더러운 물에도 살아가는 붕어조차 살지 못하는 강이 되었습니다. 2015년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곳곳에 3급수 지표종인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했습니다. 강물이 흐르지 않자 바닥에 펄이 생기고 큰빗이끼벌레가 살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4대강에서 실지렁이가 나왔습니다. 실지렁이는 4급수 지표종입니다. 환경부에서 정의하고 있는 4급수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오염된 강물로 수돗물로 적합하지 않으며 약품처리 등 고도 정수처리 후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 실지렁이, 깔다구, 나비애벌레, 거머리, 꽃등에 등의 생물이 산다.” 4대강은 고도 정수를 해도 못 먹는 물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생명의 젓줄, 어머니 강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난겨울 1,684만 8천 촛불이 켜졌습니다. 촛불 시민 혁명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되었고, 장미 대선이 치러져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 보 상시개방’과 ‘4대강 사업 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 감사 실시’를 지시했습니다. 청와대 사회수석은 “4대강 사업은 정상적인 정부 행정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성급한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정부 내 균형과 견제가 무너졌고 비정상적인 정책 결정 및 집행이 ‘추진력’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됐다.”고 4대강 사업의 실태를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4대강 민관합동 조사 · 평가단 구성과 2018년까지 보철거와 재자연화 대상을 선정하는 처리 방안을 확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명박 정부 4대강 난개발 사업에 저항했던 환경단체들과 지역주민들, 종교인들도 다시 모였습니다. 김해에 사는 낙동강 어민은 4대강 사업 후 낙동강에서 잡힌 물고기는 상인들이 사가질 않아 어민들은 모두 공사판에 나간다고 분노했습니다. 수문 서너 개 연다고 물이 좋아지지 않으며 모든 보와 하구 둑까지 철거해야 강이 살아난다고 말합니다. 그 자리에서 다시 영주댐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영주댐을 건설한 삼성물산 회장의 형제가 영주 지역 고택(故宅)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본래 지방 문화재였던 이 고택이 4대강 사업 후 국가 지정문화재로 재지정되면서 수백 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았다는 증언이었습니다. 영주댐 건설 당시 지역 529가구가 고향을 버리고 이주했습니다. 일부 남은 주민 40여 세대는 댐 인근 이주단지로 이사했지만 농사지을 땅이 없어서 생계가 막막했습니다. 영주댐 건설로 모래 강과 강 생명들은 말살당하고, 그 강변에 살던 사람들은 고향 땅과 집을 잃고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데 누군가는 수 조, 수백 억 원의 이득을 취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말합니다. “모든 피조물은 서로 관련되어 있기에 사랑과 존경으로 소중히 다루어야 합니다”(회칙 『찬미받으소서』 42항). 사람과 사람, 사람과 강, 사람과 수달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서로 사랑과 존경으로 대해야 했는데, 이를 무시한 자본과 권력의 추진력으로 내 이웃이, 수달이, 모래 강이 고통당했습니다. 유럽연합은 이미 2001년부터 강에 대한 태도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모든 하천을 자연스러운, 또는 자연에 최대한 근접한 형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동물과 식물이 다양한 종들로 풍부하고, 인위적인 개입으로 인한 변형이나 방해 없이 천연적인 수질과 순도를 유지하며 흐르는 것이 바로 생태적으로 건강한 하천의 상태이다”(EU 물 관리 기본지침). 이 지침은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형식적인 지침이 아니라, 회원국의 실행 규정이고 강제 규정입니다. 이를 어기면 해당국가는 범칙금을 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낙동강 보 상시 개방 발표 이후 낙동강 8개 보 가운데 창녕 함안보와 합천 창녕보의 수문이 열렸습니다. 강물이 다시 흐릅니다. 그동안 불의한 권력과 탐욕스러운 자본이 막아 버려 고이고 썩어가던 강물이 다시 흐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말합니다.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의 공세에 대항하는 다른 시각, 사고방식, 정책, 교육 계획, 생활양식, 영성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심지어 최선의 환경 보호 운동도 동일한 세계화의 논리에 빠져 버리고 말 것입니다”(회칙 『찬미받으소서』 111항). 그간 잘못된 정권의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과 세계화의 공세에서 이제 벗어나야 합니다. 대통령 한사람 바뀌었을 뿐인데하고 말하지만, 정작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주권을 행사하는 국민이 나서야 합니다. 우리가 ‘문화적 혁명’을 통하여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절박한 필요성을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회칙 『찬미받으소서』 114항 참조). 4대강 사업 당시 곡학아세와 거짓선전을 일삼던 학자들, 정치인들, 공직자들, 언론들 모두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생태, 문화적 혁명의 길을 갈 때 세상은 바뀝니다. 강물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계속 흐를 것입니다. 우리와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까지 언제나.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분도, 2017년 여름호(Vol. 38), 맹주형 아우구스티노(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사진 정수근 프란치스코(대구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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