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단순 소박한 말씨(효율적인 의사소통)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5-09 ㅣ No.518

[레지오와 마음읽기] 단순 소박한 말씨(효율적인 의사소통)

 

 

다음은 S성당 주일학교 초등부 2학년들이 어떤 단어를 설명한 것이다. 무엇을 설명한 것일까? ‘끝나고 놀아요, 좋은 말을 듣는 시간, 성당에 대해 알 수 있어요, 잘못을 뉘우치고 예수님을 만난다’ 이다. 답은 미사이다. 한때 이런 형식의 TV프로가 인기리 방영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의 생각이 어른들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쪽으로 이해되어 있다가 표현되면서, 재미와 웃음을 주었다. 물론 그 단어를 들으면 설명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기에 더욱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말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주고받는 내용을 서로 다르게 이해하게 되는 것은, 대체로 사람마다 ‘준거의 틀’(frame of reference)이 다르기 때문이다. 준거의 틀이란 개인이 세상을 보고 해석하는 눈으로, 각자의 다양한 경험에 의하여 만들어져, 어떤 안경을 썼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리 보이듯, 동일한 상황도 서로 다르게 해석하게 한다.

 

이 준거의 틀은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대표적인 걸림돌로,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는 다르게, 듣는 사람이 각자의 해석으로 메시지를 이해하게 한다. 의사소통의 걸림돌은 이것만이 아니다. 말하는 사람이 애매하거나 생소한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나 전체를 축약한 내용만을 전하는 경우 또한, 의도가 왜곡될 수 있다.

 

물론 의사소통의 걸림돌은 듣는 사람에게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나 원하는 것만을 중심으로 선택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며,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에게 부정적 감정이 있거나 그 내용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경우에도 정확한 정보수용이 어렵다. 또한 때에 따라서는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서 요약이나 결정이 어렵거나, 시끄러운 잡음이 있는 상황에서도 말하는 사람의 의사를 정확히 알아듣기 힘들다.

 

 

‘준거의 틀’은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대표적 걸림돌

 

S자매는 성모님에 대한 개인적인 특별한 체험으로 레지오에 입단하게 되었다. 전업주부로 평소에 대인관계가 많지 않았던 그녀에게, 레지오는 단원들과의 관계가 조금 힘들긴 했지만 성모님의 사랑으로 견디어낸다는 마음으로 지냈다. 그러다 그녀의 성실성이 인정되어 단장이 되었는데, 말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던 그녀가 직접 만나서 말하기 보다는 주로 문자로 소통을 하면서, 의사전달이 정확하지 않아 오해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즉 그녀의 문자가 그녀의 의사와는 다르게 이해되면서 단원들과의 갈등이 시작되었고, 급기야 그 갈등이 깊어져, 어느 날 서기와 사소한 일로 성당에서 단원들이 보는데서 큰소리로 싸우게 되었다. 결국 꾸리아 단장의 개입으로 그녀는 단장직에서 물러나 탈단하게 되었고, 그때 몹시 자존심이 상한 그녀는 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레지오 입단을 거부하고 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와 문자로 소통을 할 때는 크게 다르다. 전자의 경우는 표정과 어조와 음조 등 다양한 요소들로 의사전달을 할 수 있고, 듣는 사람은 그런 다양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의사 내용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비언어적 요소가 빠지고 표현된 문자로만 전달되어, 말하는 사람의 문장 표현력과 논리성, 글의 조직성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때조차도, 상대의 의사를 이해하는데 거의 90%가 비언어적이고 언어적 표현은 10%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문자로만 전달되는 메시지는 더욱 정확한 이해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문자는 상대방의 즉각적인 반응이 어려워, 말한 사람은 자신의 의사가 제대로 표현되었는지조차 모를 수 있다. 요즘 많이 유행하는 카카오톡 또한 그런 면에서 매우 유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한편 의사소통에서 약 90%를 차지하는 비언어적 표현에는 얼굴 표정이 50%, 목소리의 어조나 음조가 30%인데,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눈이다.

 

눈은 마음의 창이니 어떤 말을 하느냐 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베르나르도 성인(St. Bernard)은 “사랑이 없는 참된 덕이란 있을 수 없다.”(교본 243쪽)고 하였다. 그러니 대화를 할 때도 표현에 사랑이 담겨야 함은 두 말 할 것 없다.

 

 

중요한 내용일수록 직접 대면해서 전해야

 

사실 의사를 명료하게 전달해야하는 책임은 일차적으로 말하는 사람에게 있다. 그러니 말하는 사람은 단순하고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여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좋게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의사소통 또한 소통이니 만큼 듣는 사람의 반응은 필수적이다. 듣는 사람이 반응을 하지 않으면 그것은 양방향의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인 의사전달이나 명령에 불과하기 때문에 말을 듣는 사람 또한, 반응을 제 때에 빨리 해주어야 한다.

 

그러니 중요한 내용일수록 직접 대면하여 전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간접적으로 전해야 할 때는 되도록 여러 사람을 거치지 않고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메시지가 왜곡될 가능성이 낮다.

 

풍요롭고 건전한 대인관계는 삶을 의미 있게 하고 행복을 증대시키지만, 원만하지 못한 대인관계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야기하여 외로움과 정서적 상처로 인한 우울증까지 불러올 수 있다. 그러니 생활의 필수인 인간관계에서 효율적인 의사소통 기술은 행복하게 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아주 유용한 능력이다.

 

이런 소통 기술은 레지오 봉사활동에서도 중요하다. “‘개인적인 사도직’이란 결국 다른 이들과 우정의 관계를 쌓는 일”(교본 310쪽)이며 “레지오 활동의 본질은 친밀한 관계를 이루는 것”(교본 434쪽)이기 때문이다. 또한 “레지오 단원은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과 반드시 친밀한 우정의 관계를 이루어야 한다. 그것만이 실질적이며 광범위한 레지오의 활동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다.”(교본 443쪽)라고 하니, 단원들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활동을 위해서도 나의 의사소통방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툰 의사소통은 애써 수고한 것을 헛되게 할 수도 있지만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일치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는 “레지오 안에서도 일치를 이루지 못하면서 바깥세상의 대립 위에 다리를 놓아보겠다고 나서는 것은 쓸데없는 일”(457쪽)이라는 교본의 말이 잘 드러내고 있다. 또한 “보고 듣고 말하는 행위를 절제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의 내면 감각을 통제하므로, 불필요한 기억이나 상상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순화시키는 역할을 해준다.”(교본 310쪽)하니 소통을 잘하는 것은 성화(聖化)의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레지오 단원들은 옷차림이나 말씨도 검소하고 단순 소박해야 한다. 그와 같은 자세야말로 그의 방문을 받는 사람들과의 사이에 장벽을 허무는 일임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교본 444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5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독서치료협회 총무이사)]



2,202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