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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3주간 화요일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모세가 아니라 내 아버지시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급변하는 한국의 가족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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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3-22 ㅣ No.994

[생명을 주는 가족] 급변하는 한국의 가족공동체

 

 

1인 가구가 증가하는 한국 사회를 직시하고 이에 대해 발빠르게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교회의 가정관에 대한 자기 반성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2016년에 우리에게 주신 선물은 결혼과 가정의 문제에 관한 권고, ‘사랑의 기쁨 Amoris Laetitia’이다. 이 책에는 전 세계적으로 젊은이들이 혼인을 기피하게 된 추세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다양한 가정 형태에 대한 사목적 배려가 담겨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 교황께서는 가정을 대하는 교회의 방식이 오늘날의 위기 상황을 야기하는데 일조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먼저 교회가 반성해야 할 점부터 제시했다는 점이다(36, 37항).

 

첫째, 혼인에 대해 유독 자녀 출산의 의무만을 강조해서, ‘사랑을 키워나가라는 부르심’과 ‘상호 도움의 이상’이 가려졌다.

 

둘째, 혼인을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인위적인 신학적 이상, 곧 실제 가정의 구체적인 상황과 현실적 가능성에 동떨어진 것으로 제안했다.

 

셋째, 은총에 열려 있도록 권장하지 않은 채, 교리적, 생명 윤리적, 도덕적 주제들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교회가 이미 가정에 충분히 도움을 주고, 부부 유대를 강화하며 부부가 함께하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넷째, 혼인을 개인의 성장과 완성의 역동적 여정으로 제시하기보다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짐으로 더 많이 제시했다.

 

교회의 태도에 대한 솔직한 자기반성 후, 가정과 결혼의 문제에 교회가 접근하는 방법은 교회가 함께하며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가정 문제를 추상적 사변이 아닌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풀어보려는 방식을 준비한다. 한국 가톨릭 교회도 이런 자기반성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교회의 가정관에서 벗어난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

 

‘사랑의 기쁨’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교황께서 통상적인 가정 상황에서 조금 빗겨나 있는 사람들, 예컨대 ‘사회적인 혼인 계약을 맺은 이들, 이혼하고 재혼한 이들, 또는 단순히 동거하는 이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를 강조하신 점이다. 이런 상황들을 ‘irregular’ 한 것으로 지칭하면서, 이들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틀에 맞추려 하지 말고, 우선 적절한 사목적인 식별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런데 한글 번역본에는 ‘irregular’가 ‘비정상적’으로 번역되었는데, ‘irregular’ 한 가정의 상황을 ‘비정규’나 ‘비정상’ 등으로 지칭하는 게 온당한지 의문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양친과 자녀가 함께 생활하는 가정만이 ‘정상 normal’ 가정이고, 외부모, 조손 가정, 혼합가정, 입양아를 키우는 가정 등을 ‘비정상 abnormal’ 가정이라고 지칭하다가, 최근에는 가족구조에 관해 정상/비정상 등의 차별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아마 교황님도 이런 경향을 의식하여 조심스럽게 선택한 용어가 아닐까. 이런 용어 선택 하나에도 좀 더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

 

 

증가하는 1인 가구의 비율

 

현대 가정의 변화상에 대해 교황님 시야에서 비켜나 있는 현상이 있다면, 요즘 SNS나 연예 프로그램에서 자주 회자되는 용어로 ‘혼밥’, ‘혼술’, ‘나 혼자 산다’ 등이 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 생활자들의 생활풍속을 드러내는 용어들이다.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비혼(非婚) /이혼(離婚) 등), 공동체 중심이 아닌 개인중심 가치관의 가속화 그리고 고령화 등의 요인으로 1인 가구가 늘면서, 가족의 형태와 기능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닌 세계적인 변화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단독 가구는 총 506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6.5%에 해당한다. 네 가구 중 하나는 1인 가구인 상황이다. 2000년에는 전체 가구의 15.6%였는데, 15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1인 가구 중에선 30대가 18.3%(95만 3,000가구)로 가장 높고, 70세 이상이 17.5%(91만 가구), 20대가 17.0%(88만 7,000가구)였다. 남성(49.8%, 259만 3000가구)과 여성(50.2%, 261만 가구)의 비율은 비슷했다. 남성에서는 30대(23.5%)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았고, 여성에서는 70세 이상(27.6%)이 높았다.

 

1인 가구의 비율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해서 20년 후에는 34.3%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대부분의 선진국 1인 가구 비율은 30%를 훨씬 넘는다. 하지만 30%를 넘어서기까지 꽤 긴 세월에 걸쳐 진행됐지만, 한국 사회의 1인 가구 증가율은 지나치게 빠르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이외에도 배우자 없이 자녀를 양육하는 한 부모 가족, 조손 가족, 결혼은 했으나 자녀를 낳지 않는 무자녀 가족 등의 가족들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부부의 이혼율이 40%에 육박한다는 통계치를 감안하면, 이제 우리 사회의 가족 문제를 파악하는데 핵가족과 확대 가족 개념을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가톨릭 신자의 상황도 전체 통계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1인 가구의 증가를 비롯하여 형태와 역할 면에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가족 공동체를 보살피기 위해 한국 가톨릭교회가 한발 앞서 대처하기는 힘들다해도, 비슷한 속도로나마 대처해 나가려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살레시오 가족, 2017년 3월호(143호), 박은미(품 심리상담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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