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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를 찾아: 힐링캘리그라피연구소 - 붓을 들어 마음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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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2-18 ㅣ No.70

[배움터를 찾아] 힐링캘리그라피연구소

 

붓을 들어 마음을 쓰다

 

 

‘캘리그래피’는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림 문자라는 뜻으로, 글씨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을 일컫는다. 캘리그래피로 성경을 필사하거나 마음에 와닿는 하느님의 말씀을 써서 가슴에 새기는 신자들이 많다. 캘리그래피를 통하여 심리치료를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캘리그래피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알아본다. 

 

글씨를 하도 못 써서 초등학교 때 선생님에게 ‘발가락으로 글씨를 써도 그보다는 낫다.’고 핀잔을 들은 적이 있다. 예쁜 글씨를 써보려고 펜글씨 교본을 사서 배우기도 하였지만 크게 바뀌지 않았다.

 

지금은 웬만한 것은 컴퓨터 자판으로 글씨 쓰는 것을 대신하기 때문에 육필로 쓸 일이 많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렇게 글씨 쓰기에 대한 부끄러운 추억을 안고서 캘리그래피를 알아보려고 서울의 명동에 있는 ‘힐링캘리그라피연구소(이하 연구소)’를 찾아갔다.

 

 

캘리그래피란

 

‘캘리그래피(Calligraphy)’는 다소 생소하게 여겨지지만 요즘 많은 사람이 취미생활로 삼고 있다. ‘캘리그래피’는 엽서나 편지, 부채나 컵, 그리고 영화나 텔레비전의 드라마 제목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심리치료뿐만 아니라 마음의 평화를 찾아주기도 한다.

 

캘리그래피는 그리스어를 어원으로 하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칼로스(kallos)’와 ‘서체, 글쓰기’를 뜻하는 ‘그라페(graphe)’의 합성어로, 아름다운 서체 또는 아름다운 서체를 고안해 글씨를 쓰는 예술을 뜻한다.

 

좁게는 ‘서예(書藝)’, 넓은 의미로는 ‘활자 이외의 모든 서체(書體)’를 말한다. 따라서 캘리그래피는 ‘손으로 쓴 아름다운 글씨’로서 문자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순수한 우리말로는 ‘멋 글씨, 손 글씨’라고도 한다.

 

 

교육 과정과 내용

 

‘연구소’에서의 교육 과정은 입문 기초반과 중급반, 그리고 전문반과 작가반이 있다. 처음 시작하는 입문 기초반 과정에서는 10주간의 강의를 들으며 실기를 한다. 수강생들 대부분이 신자들이지만 성직자와 수도자도 있다. 처음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계속 이어져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캘리그래피 교육 내용은 서예를 기반으로 하는 강의다. 붓을 다루어본 기회가 적은 이들을 위하여 입문 기초 과정의 교육 내용을 간단히 들여다보았다.

 

① 붓을 잡는 법과 붓을 다루는 기초를 배운다(선 긋기, 붓의 운필, 획의 속도, 필압 연습)

 

캘리그래피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도구는 붓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감성 표현이 가능한 것도 붓 덕분이다. 붓을 잡는 방법에는 일반적으로 엄지와 검지, 그리고 중지로 잡는다. 쌍구법(두 손가락으로 일반 붓을 사용할 때), 단구법(한 손가락으로 작은 붓을 사용할 때), 오지법(다섯 손가락으로 큰 붓을 사용할 때)이 있다.

 

붓을 다루는 기법으로는 역입(逆入), 회봉, 중봉 등이 있고, 다양한 선 긋기로 붓을 다루는 능력을 키운다.

 

② 글자의 기초를 배운다(자음, 모음, 자음과 모음의 결합 익히기)

 

한글은 다른 문자와 달리 자음과 모음이 함께 조합되어 하나의 글자를 이루고 있다. 또한 세계 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받침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균형감 있는 한글 캘리그래피를 익히려면 먼저 우리 글자의 기초가 되는 자음과 모음 그리고 자모음의 결합을 연습한다.

 

③ 기초 조형을 익힌다(한글 고체를 중심으로)

 

우리 글자의 기초가 되는 훈민정음의 기초 조형을 익히는 단계로, 정사각형 공간 안에 초성, 중성, 종성을 결합해 어떻게 배열할 수 있는지 연습하면서 공간감과 균형감 있는 글자의 구성을 익힌다.

 

④ 단어 쓰기(조형미 익히기)

 

한글 캘리그래피는 서예와 디자인이 결합된 완성물이라 할 수 있다. 서예를 이해하고 붓을 잘 다룰 수 있게 된 뒤부터는 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고 훌륭한 캘리그래피로 탄생된다. 자음과 모음이 모여서 단어가 되고 문장으로 연결되는 기초 단계로 캘리그래피를 익히는 중요한 단계이다.

 

⑤ 응용에 대한 도전(하느님 말씀, 성구, 좋은 시)

 

글자에다 여러 가지 감성을 표현하는 단계로, 성경 필사나 짧은 성구, 좋은 시를 쓰면서 점차 완성도를 높여나간다. 연구소에서는 중급반부터 작품을 하고 있고, 점차 자기 서체를 완성해 나간다. 화려하고 멋진 글씨를 쓰기보다는 글씨를 통하여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붓을 들어 마음을 쓰는 캘리그래피

 

‘연구소’에서는 단순히 글씨를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쓰는 사람의 마음과 그 글씨를 받는 사람의 마음을 함께 생각한다. 그래서 수강생들이 붓과 일찍 친해지면서 짧은 시간임에도 작품을 만들게 된다. 화선지에 직접 쓴 좋은 글귀를 이웃에게 선물하면 성취감도 느낀다.

 

박철 베네딕토 선생(58세)이 연구소를 만든 것도 이러한 이유다. ‘붓을 이용한 모든 행위가 치유’라는 말이 있듯이, 캘리그래피를 통하여 글씨를 쓰는 행위가 최고의 예술이자 놀이, 공부, 수양의 과정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한 신앙인으로서 하느님의 말씀과 성구, 좋은 글귀를 쓰면서, 몰입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느끼는 행복함과 따뜻함을 이웃과 나누는 가운데 신앙심을 높일 수 있다. 이것이 내적 치유에도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저는 단순히 글씨 쓰는 기술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글씨로 마음을 치유하려고 만들었어요.”

 

그이는 지인들이 자신의 글씨 선물을 받고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고 하였다. “수술받은 분이 제가 써드린 글씨를 보고 눈물 흘리는 것을 보았어요. 그리고 힘들어하는 수강생이 캘리그래피를 시작하면서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더욱 밝은 모습으로 바뀔 때 가장 기뻤어요.”

 

마음과 글과 글씨는 같다고 한다. 그래서 캘리그래프를 하는 사람들은 한 자 한 자에 마음을 담는다. 이곳에서 1년이 넘도록 수강한 김윤희 안드레아 씨(61세)는 금융기관에서 퇴직한 뒤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서 캘리그래프를 배우게 되었다.

 

“하루 종일 하는 일 없이 집 안에서만 있으니 집사람하고 다투는 일이 잦았는데, 붓을 들면서 잡념이 사라지고 평화로워졌어요. 칠순이 되면 전시회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곳에서 수강한 지 4개월이 된 발비나 수녀는 기도할 때도 깨닫지만 붓을 들 때도 많이 깨닫는다고 하였다. 붓을 들어 화선지에 성경 말씀을 하나하나 써내려 가며 묵상하게 되는 것이다.

 

좀 더 연습하여 본당의 바자회가 열리면 표구를 해서 내놓고 싶다고 하였다. “마음이나 몸이 아픈 분들에게 좋은 글을 직접 써주면 어떠한 선물보다 더 좋은 치료제라는 것도 알았어요.”

 

박철 선생은 소박한 희망을 밝혔다. “이 연구소가 교회의 정식 단체가 되었으면 해요. ‘글씨는 그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제가 글자를 통하여 기쁨과 성취감을 느껴서 마음의 치유를 받은 것처럼 많은 신자도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성당에도 캘리그래피 강좌를

 

캘리그래피가 상업적으로 활용되면서 점차 대중적인 인기와 배우려는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 천주교회에도 성당에서 캘리그래피 교실을 개설하여 많은 신자가 이를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새기고 마음의 평화까지 덤으로 얻으면 좋겠다.

 

* ‘힐링캘리그라피연구소’ 박철 베네딕토 ☎ 010-5313-6554

 

[경향잡지, 2017년 2월호, 글 권상혁 기자, 사진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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