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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바리스타협회: 커피 향을 그리스도의 향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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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2-19 ㅣ No.67

[사랑과 희망의 공동체] 가톨릭바리스타협회

 

커피 향을 그리스도의 향기로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다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만일 네가 도움의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손은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미국의 시인 샘 레벤슨이 쓴 이 시는 영화 ‘로마의 휴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배우 오드리 헵번이 그의 아들들에게 성탄절에 들려주었다고 하여 유명해졌다고 한다.

 

헵번은 유니세프(국제연합아동기금) 홍보대사로서 인권운동과 제3세계 오지 마을에 가서 굶주린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에 힘을 썼다. 암 투병 중에도 이러한 활동을 중단하지 않은 그녀는 젊을 때의 모습보다 더 아름다웠다.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가운데 자신의 이익이나 행복만을 추구하며 살아가지만 그래도 함께 살아가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지니고 봉사하는 ‘가톨릭바리스타협회’를 찾아갔다.

 

‘가톨릭바리스타협회’(이하 협회)는 2012년 2월 14일에 서울대교구의 승인을 받은 평신도 사도직 단체이다. 우리 사회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커피 문화를 활용해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에 실천하며 이를 확산시키고자 설립된 것이다.

 

바로 ‘바리스타(커피전문가)’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커피를 팔아서 수익금 모두를 기부하는 것이다. 협회에서 커피를 판매하는 지점인 선교 카페 이름을 카페 ‘하랑’이라고 한다.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에 실천하려고

 

카페 ‘하랑’은 ‘하느님의 사랑, 너와 나와 우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협회 담당사제 이경훈 신부는 이 협회를 발족시킨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2009년 흑석동본당에 부임하여 본당 활성화의 차원으로 카페 ‘하랑’을 만들었는데 본당의 성장뿐만 아니라 선교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수익금의 대부분을 본당의 주일학교 운영과 사회복지에 사용하면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며 봉사하고 싶어 하는 신자들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저와 본당 신자들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아 자격증을 딴 뒤 직접 교육까지 하다보니, 반응이 좋아서 협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신부는 이렇게 본당에 카페 ‘하랑’이라는 신자들을 위한 친교의 장을 마련했고, 직접 커피 교육을 하여 교육받은 이들이 카페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협회에서 운영하는 선교 카페는 서울 명동에 있는 가톨릭회관 1층의 카페 ‘하랑’을 비롯하여 숙대점(청파동)이 있다.

 

이 두 곳의 운영은 모두 봉사자들이 맡고 있는데 각 카페장 말고도 100여 명의 봉사자들이 있다. 좀 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쓸 수도 있지만 본디 취지에 맞지 않아서 모두 봉사자가 맡고 있다.

 

명동 카페 ‘하랑’의 카페장 이혜숙 루치아 씨(서울 새남터본당 신자)는 이곳에서 봉사하게 된 것을 참으로 기쁘다고 한다.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 때문에 이곳에 오는 차비도 아깝지 않아요. 봉사자들과 함께 일해서 즐겁고, 커피 한 잔 한 잔에 사랑과 행복을 듬뿍 담아 손님에게 드리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행복과 사랑을 느껴요.”

 

이곳에서 생기는 수익금 모두는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으로, 그리고 미혼모 시설과 다문화 가정, 보육원, 양로원 등 도움이 필요한 단체나 시설로 다달이 보내고 있다. 해외에서 힘들게 선교활동을 하는 성직자와 수도자들도 돕는다.

 

봉사자들은 자신의 작은 도움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희망이 된다는 것을 실제로 체험하면서 더욱 열심히 일하고 있다.

 

 

바리스타 교육을 통한 봉사

 

협회를 설립한 뒤 12주 과정의 바리스타 정규교육의 수료생은 1,500명이 넘으며 이 가운데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500여 명이다.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는 하지 않아도 입소문을 통해 교육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이 끝나면 바로 다음 차수가 시작될 정도로 대기하는 사람이 많다. 중고등학교에서도 바리스타 교육을 특별활동 시간에 해달라고 하여 학교에 가서 가르칠 정도다.

 

협회에서 교육을 마치면 수료증을 받게 되고, 실력을 더 쌓아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다. 협회에서 주관하는 자격증 시험이 해마다 서너 차례 실시되며, 자격증 취득자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협회장 김미선 마멜타 씨(서울 흑석동본당 신자)는 협회의 교육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교육을 받아 자격증을 취득하고 카페 봉사를 통해 쌓은 실력은 이미 입소문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어요. 실제로 카페 점장으로 추천해 달라는 요청도 많고, 창업하시는 분들에게 자문해 주기도 합니다. 협회에서 취업을 알선하지는 않지만 실력을 인정받은 청년 수료생은 자신감을 가지고 취업하기도 합니다.”

 

마멜타 씨는 협회가 이렇게 활성화된 이유에 대해서도 말했다.

 

“먼저 협회를 설립한 담당 신부님의 좋은 취지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고, 그 설립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순수하게 봉사하려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서로의 희생과 봉사정신이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또한 평소 장학사업이나 불우이웃 돕기에 관심은 많지만 선뜻 나서지 못했던 신자들이 시간과 재능 기부를 통한 선행으로 더욱더 성취감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남편이 돌아가신 뒤 장학사업을 하고 싶었는데 이곳에서 그 뜻을 이루게 되어 기쁘다고 임미령 데레사 씨(인천 만수1동 본당 신자, 명동 전 카페장)가 말한다.

 

“남편을 흑석동본당 평화의 쉼터(납골당)에 모시게 되어 이곳 만남의 장소인 카페 ‘하랑’을 알게 된 뒤 제 삶의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던 제가 바리스타 교육까지 받아 봉사하게 되어 삶의 활력과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되었지요. 지금은 만수1동본당 만남의 방에 카페를 만들어 신자들에게 커피를 팔고 있어요. 이 카페가 신자들에게 소통의 장이 되고 냉담교우들까지도 다시 성당을 찾게 됩니다.”

 

협회에서 교육을 받고 올해 2월부터 명동 카페 ‘하랑’에서 봉사하는 김지원 젬마 씨(군종교구 충호본당 신자)는 재능 기부를 한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커피가 좋아서 더 맛있게 마시려고 교육받았는데 이곳 봉사자들이 이름표를 달고 봉사하는 모습이 커피전문가라는 느낌을 받아서 저도 함께하게 되었어요.”

 

 

사회복지 사업을 좀 더 효율적으로

 

지난 10월 19일에는 협회의 사회복지 팀장 회의를 흑석동본당 사목회의실에서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협회의 후원 현황을 분석하고 후원의 활성화 방안에 대하여 협의하였다. 열두 개 기관에 후원하고 다달이 후원금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바로 ‘하랑 두드림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협의를 하였다. 카페 ‘하랑’의 수익금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어떻게 하면 가난한 이들에 대한 기부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협의한 것이다.

 

또한 카페 ‘하랑’에서 나오는 수익금만이 아니라 바자회를 실시하여 수익금을 모두 기부하거나 그동안 후원해 왔던 곳을 직접 방문하여 기부금을 전달하고, 그곳의 아이들과 놀아주며, 어려운 노인들을 도와주는 것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동작노인종합복지관’을 퇴직하고 명동의 카페 ‘하랑’에서 봉사하는 임지현 엘리사벳 씨(명동 본당 신자)는 사회복지에 더욱 관심이 많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사회복지 팀장까지 맡게 되었다.

 

“제 역할은 카페 ‘하랑’의 수익금을 효과적으로 사회복지 시설에 기부하려고 시스템을 잘 갖추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마음으로 하는 카페 ‘하랑’에서의 봉사와 기부를 통하여 협회가 향기로운 커피 향과 함께 온 세상에 그리스도의 향기가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할 작정이에요.”

 

 

최고의 맛을 내는 커피를 만들어

 

두 곳의 카페 ‘하랑’에는 봉사자들이 각자의 시간에 맞추어 일을 하며, 이곳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신자들은 각 본당에서 바리스타로 봉사하고 있다.

 

이경훈 신부는 협회에 대한 바람을 이야기했다. “사단법인을 만들어 인적자원 구성과 함께 기술개발을 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싶어요. 그래서 협회 봉사자들이 우리나라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좋은 커피 원료로 최고의 맛을 내는 바리스타가 되어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기부를 더 많이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등학생 시절 겨울방학 때에 성당 친구들과 군고구마와 엿을 팔아서 수익금 모두를 안양의 성 라자로 마을과 양로원에 보낸 기억이 생생하다. 그해에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더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었다. 아마 이곳의 바리스타 봉사자들도 그런 따뜻한 마음일 것이다.

 

신자들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어 성탄의 충만한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다.

 

* 가톨릭바리스타협회 : http://club.catholic.or.kr/barista

 

[경향잡지, 2016년 12월호, 글 권상혁 기자, 사진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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