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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화로 만난 하느님13: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과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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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6-22 ㅣ No.650

[성화로 만난 하느님] (13)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과 피’


거룩한 성찬례로 주님과 하나 되는 감격 표현

 

 

예수께서는 돌아가시기 직전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나누면서 자신의 삶을 빵과 포도주의 표징으로 나타내셨다. 그리스도교의 핵심 성사인 성찬식은 그리스도교 도상학(圖像學)의 중요한 요소다. 빵과 포도주를 축복하는 ‘최후의 만찬’이나 성인들의 ‘성찬식’ 장면은 화가들에게 자주 인용된 주제였다. 성 보나벤투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성녀 루치아, 성녀 막달라 마리아,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 등의 영성체 장면이나 성체 현시대의 성찬식 장면은 화가들에게 많은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성 바르톨로메오 제대화 거장의 ‘성 그레고리오의 미사’, 1500~1505년경, 패널에 유채, 28x19.5㎝, 독일 트리어의 비쉐프리헤스 대성당 내 주교박물관.

 

 

고귀한 피, 성혈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St. Gregorius I, 540년경~604년)은 제대 앞에 무릎을 꿇은 채 경배하는 자세로 팔을 위로 치켜들고 있다. 왼쪽 주교는 성경을 열심히 읽고 있고 오른쪽 주교는 교황이 미사 집전을 하는 동안 그의 삼중관을 들고 있다.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은 서방교회 4명의 교회박사 중 한 사람으로 ‘위대한’(Magnus)이란 칭호를 받은 교황이다. 화가들은 그림에서 성인을 교황 예복을 입고 삼중관을 쓴 모습으로 표현하는데, 보통 그의 저작 활동에 영감을 불어넣는 신성한 영성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그려진다. 가끔 성인이 가난한 12명의 사람을 식탁에 초대한 것에 기인해 예수와 열두 제자와 함께 식사하는 장면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널리 알려진 성인에 관한 장면은 ‘성 그레고리오의 미사’다. 어느 날 미사에 참례한 한 사람이 미사에 쓰이는 빵과 포도주가 실제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인지 의구심을 갖자, 성인은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며 성체가 그리스도의 현존이라는 것을 그에게 확신시킬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바로 미사 중 예수가 십자가에서 내려와 제대에 놓인 성작에 피를 쏟았다는 일화다.

 

예수의 몸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다. 예수는 인류에게 흐르는 사랑의 표징인 생명의 피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에게 내어주고 있다. 화가는 그리스도와 성인의 만남을 자세히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섬세한 묘사는 북유럽 회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십자가를 등에 진 예수께서는 황금빛의 환한 빛이 둘러싸인 미사 제대에 놓인 석관 위에 한 발을 지탱하며 십자가에 매달려 죽기까지 고통의 흔적인 손과 가슴의 상처를 내보인다. 제대 위에 놓인 성작에는 이미 예수의 성혈이 담기고 있다. 예수는 이제 십자가에 매달려 있지 않다. 다만 예수의 머리 뒤로는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수난의 상징이 배열돼 있다. 예수 수난의 시간을 말해 주는 십자가 위에 달린 ‘유다인들의 임금’(INRI)이라는 죄명패와 예수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실 당시 사용된 도구인 세 개의 못과 쓸개즙, 포도주를 적시는데 사용한 헝겊 막대기와 십자가에서 예수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옆구리를 찌른 창이 묘사돼 있다. 십자가 위에는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세 번이나 예수를 모른다고 할 것이라 했던 것을 상기시키는 닭과 베드로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그 아래로 한 줌의 머리카락 더미를 들고 있는 손과 베로니카의 수건이 보인다. 예수의 왼쪽에 어린아이가 예수께서 기둥에 묶여 채찍질 당한 돌기둥을 들고 있고, 기둥에 예수가 묶였던 긴 줄은 수난의 시간을 생생하게 상기시킨다. 더욱이 화가는 기둥을 들고 있는 순수한 아이를 통해 예수께서 무죄하게 고통 받았다는 것을 극대화하고 있다.

 

성작은 원근법적 구성 안에서 소실점의 위치에 놓여 있다. 예수는 약간 몸을 성인 쪽으로 기울이고, 오른손으로 피가 흘러내리는 가슴의 상처를 직접 펼쳐 보이며 왼손 바닥을 펼쳐 보인다. 예수의 가슴에서 한 줄기씩 흘러내리는 피는 제대에 놓인 성작으로 모인다. 창으로 찔린 예수의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흘러 나와(요한 19,34) 세상 모든 사람을 다시 살아나게 하실 것이다. 성인은 무릎을 꿇고 놀랍고 경외하는 표정으로 예수의 피, 계약의 피를 받고 있다. “흠 없고 티 없는 어린양 같으신 그리스도의 고귀한 피”(1베드 1,19)를 취함으로써 예수와 하나가 될 것이다.

 

프란치스코 브리지오의 ‘그리스도께 성체를 받는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1614년경, 캔버스에 유채, 240x130㎝, 이탈리아 볼로냐 성 도미니코성당.

 

 

거룩한 몸, 성체

 

도미니코 수도복을 입은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Caterina da Siena, 1347~1380)는 예수께 성체를 받고 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함께 이탈리아의 수호성인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는 18세에 도미니코 제3회에 입회했다. 20세 때 이미 성녀의 영적 능력은 높은 단계에 이르렀으며, 이 무렵 성녀는 영적 체험으로 그리스도와 신비의 결혼식을 맺었다고 전한다. 이 때문에 화가들은 아기 예수가 성녀 가타리나에게 결혼반지를 끼워 주는 장면을 많이 그렸다. 성녀 가타리나의 ‘그리스도와 신비의 결혼식’만큼 자주 그려진 주제는 성녀가 오상을 받는 것과 황홀경에 빠진 장면이다.

 

정겨운 아기 천사들에게 둘러싸인 천상공간에서 성녀 가타리나는 천사의 도움을 받으며 예수께 ‘그리스도의 몸’을 받고 있다. 예수는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성녀에게 주고 있는 성체가 바로 자신의 살아 있는 몸임을 말하듯 가슴에 왼손을 살짝 대고 있다. 

 

성녀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가슴에 얹고 경건하게 예수의 몸을 받는다. 성녀의 오른 손등에는 기도하던 중 받은 작은 성흔이 새겨져 있다. 예수 손등의 상처로부터 받은 성녀의 성흔은 그리스도의 삶을 온전히 따르는 성녀를 의미한다. 성체를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살며 주님의 사랑에 일치를 이루는 것을 몸소 체험하는 순간이다.

 

[가톨릭신문, 2019년 6월 23일, 윤인복 교수 (아기 예수의 데레사 ·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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