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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성 프란치스코의 성체 공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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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2-11 ㅣ No.1077

성 프란치스코의 성체 공경

 

 

그동안 성 프란치스코의 성체 공경과 성체 공경의 역사를 통하여 드러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역사의 신비에 대해 살펴봤다. 성체께 대한 신심과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성체 안에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실제로, 실체적으로 계심을 다시금 믿고 고백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대희년의 발자취를 따라서 그리스도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을 교회 임무의 핵심으로 삼았다. 교황은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에서 그리스도의 공동체인 교회가 이 놀라운 성체성사를 중심으로 살아가도록 자극하는 중요한 사목적 지침을 제시한다.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이러한 진리는 일상적인 신앙 경험을 표현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신비의 핵심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 성체 성사를 통하여 이러한 현존을 매우 강렬하게 체험하고 있습니다. (…) 교회의 눈길은 언제나 제대의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향하며, 그 안에서 그분의 끝없는 사랑이 온전히 드러남을 발견합니다.”(1항)

 

성 프란치스코의 성체 공경은 당시 상황에 비추어 또 오늘날 성체 공경의 일반적 경향에 비추어 보아도 전혀 혁신적이거나 유별난 것이 없다. 성 프란치스코는 성경 - 기록된 ‘말씀’ - 과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하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성체에 대해 지녔던 그의 열성적인 사랑은 회개의 생활, 가난의 생활, 복음적 생활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인간은 하느님을 받아 모시고, 하느님은 또한 우리를 받으신다. 바로 이러한 완전한 일치에서, 하느님과 우리와 하나가 되는 이러한 일치 신비에서 우리들의 회개생활이 시작되고 완성된다. 즉 이 지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자기 자신까지 비우는 소유 없는 가난의 생활, 하느님을 중심으로 하는 회개의 생활이 매일매일 성체를 통해 새로워지며 쇄신되는 것이다.

 

성경에 근거를 둔 그의 신심은 하느님 구원의 역사를 과거의 사건과 미래를 향해 전체적으로 보도록 이끌어 주었다. 프란치스코의 성체(그리스도의 몸과 피)에 대한 말과 글을 보면 누구라도 그가 성체성사를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사도들이 예수의 인성의 베일을 통하여 그분의 신성을 보았던 것과 같이 오늘날 성체 성사의 베일을 통하여 하느님의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과 실존을 보고 또 믿는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역사적 인물로서 당신의 사도들과 생활하셨던 것 같이, 지금 그분은 참으로 그리고 실제적으로 성체의 현존 안에서 우리 가운데 살아계신다.

 

구원과 저주가 그분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 달려 있듯이, 우리 영혼의 구원은 성체 안에서 머무르고 계시는 하느님이시며 동시에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우리의 희망과 믿음과 사랑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성체와 함께 성체를 위하여 성체로 사는 사람은 누구나 사도 시대와 마찬가지로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예수 그리스도를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성 프란치스코가 살던 시대, 또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시대와 다가올 미래의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는 성체 공경의 교훈이다.

 

이 시대는 크게 보아 두 가지 사조가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극도의 합리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그것이다. 인간 지성의 절대적 우위를 주장하는 합리주의는 종교를 단순히 감상적 차원으로 격하시키고, 성사를 단순히 종교적 상징 정도로 파악하게 한다. 이기주의에 바탕을 둔 극도의 물질만능주의로 인하여 인간성은 급속히 말살되어 가고 있으며 사회는 증오와 분열과 퇴폐가 만연하다.

 

현시대의 모든 이들에게 빛을 비추기 위해서는 내적으로 쇄신되어 성체성사 안에서 드러나는 구원의 신비를 올바로 인식하여 ‘육화’, ‘십자가’ 그리고 이 시대에 만연하고 있는 합리주의와 물질 만능주의를 극복함으로써 사랑과 나눔과 일치의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참된 그리스도의 신비체 안에서 모두가 형제요 자매임을 나타내는 것이 성체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성모기사, 2017년 12월호, 김성학 사무엘(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신부, 부산 기장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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