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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예수회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성 이냐시오 로욜라 (6) 주님께 받은 영적 위로, 세상에 나눠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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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8-19 ㅣ No.1013

[예수회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성 이냐시오 로욜라 (6) 주님께 받은 영적 위로, 세상에 나눠주다

 

 

- 회심 시기 이냐시오는 온종일 기도하고 그리스도의 사랑과 가난을 실천하는 사도적 활동을 했다. 그는 기도 중 환시를 통해 특별한 영적 위로를 받았다. 그림은 이냐시오 생가에 전시돼 있는 것으로 성인이 기도 중에 영적 환시를 경험하고 있는 모습이다.

 

 

예루살렘 순례에 대한 열망

 

이 두 권의 책으로 이제 예루살렘이라는 주제가 이냐시오의 삶에 매우 중요하게 등장하게 된다. 「금빛 전설」에 묘사된 아우구스티노의 저술 「신국론」에 나타난 두 개의 도시에 대한 이미지와 「그리스도의 생애」에 나타난 순례라는 이미지가 이냐시오의 마음에서 합쳐졌고, 이냐시오는 예루살렘으로 가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예루살렘은 바로 예수님께서 ‘자신을 온전히 비우고 내어주는 삶’의 정점에 이른 곳이었다. 이제 이냐시오가 원하는 것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보속의 여정이다. 예루살렘으로 가고 싶다는 이냐시오의 커다란 열망은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싶다는 이냐시오의 매우 강한 열망을 반영한다. 예루살렘으로 가고 싶다는 열망이 확증된 것은 바로 아기 예수와 함께 있는 성모님을 본 환시를 통해서였다. 이 환시에서 이냐시오는 매우 특별한 영적 위로를 받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영적 현상의 결실이 영적 현상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냐시오에게 있어 결실은 이냐시오에게 일어난 깊은 내적 변화였다. 이 내적 변화는 외형적 변화로도 나타났는데, 심지어 이냐시오의 식솔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하느님과의 일치를 향하여

 

이냐시오의 삶의 방향이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게 되면서 그에게 매일의 삶에 변화가 뒤따랐다. 이냐시오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냈는데, 하나는 ‘기도’이며 다른 하나는 ‘사도적 활동’이었다. 먼저 그의 기도 생활을 살펴보자. 이냐시오는 하루에 많은 시간을 기도로 보냈다. 「자서전」은 이렇게 말한다. “그가 가장 위로를 받는 일로는 별빛 찬란한 하늘을 조용히 바라보는 일이었는데 점점 더 그런 일이 잦아지고 점 더 그 시간은 길어져 갔다. 그는 그 결과 우리 주님을 섬기겠다는 커다란 열망을 마음속에 세차게 느끼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속마음을 거듭 되새기며, 완전히 회복하여 길 떠날 수 있는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자서전」 n. 11) 

 

이냐시오는 이러한 위로를 생애 말년까지 경험하였다. 이냐시오는 말년에 종종 로마의 예수회 총원 옥상으로 올라가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이냐시오가 말한 자신의 이 경험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알려준다. 첫째, 이러한 위로는 이냐시오로 하여금 하느님을 섬기려는 더 큰 열망으로 이끌었다. 즉, 이냐시오에게 영적 위로는 주님을 섬기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주님께서 주신 영적 위로는 결코 자기 자신만을 위한 위로가 아니다. 그렇기에 이 위로는 자신만을 위해 자신 안에 가두어 두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향해 확장되어 나아가야 한다. 둘째, 이냐시오의 마음은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께 더욱 높이 들어 올려졌으며, 더 나아가서 모든 것은 ‘위로부터’ 주어진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모든 것은 하느님께로부터 내려오며, 하느님께로 다시 올라간다. “온갖 좋은 선물과 모든 완전한 은사는 위에서 옵니다. 빛의 아버지에게서 내려오는 것입니다.”(야고 1,17) 

 

이냐시오에게 일어난 또 다른 변화는 그의 사도적 활동이다. 이냐시오는 ‘영적 대화’를 통해 집안사람들 영혼에 선익을 주었다. 이냐시오 영성의 고유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한 가지 표현인 ‘영혼을 돕는다’는 것은 주님을 섬기고 주님께 봉사하는 주요한 한 가지 일이다. 여기에서 영혼은 ‘한 사람 전체’를 의미한다. 영성 지도 혹은 고해성사를 주는 일 등과 같은 영적 사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으로 배고픈 이들이 있다면 이들과 음식을 나누는 일과 같은 실제적인 도움도 포함된다. 

 

따라서 이냐시오 영성은 매우 ‘강생적’이다. 하느님께 받은 영적 위로를 다른 이들에게 실제로 세상 한가운데에서 전하는 것이다. 하느님과 일치에 이르는 길은 하느님께 봉사하고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길은 영혼을 돕는 것으로 나타난다. 먼 훗날 이냐시오는 1547년 5월 7일 코임브라의 예수회원들에게 쓴 편지에서 “여러분의 이웃을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하느님의 모상으로 바라보십시오”라고 말한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모상인 이웃에게 봉사하는 것이 곧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며, 이를 통해 하느님과의 일치에 이르는 길을 걷게 된다. 훗날 더욱 심화될 이냐시오 영성의 사도적 특성은 이렇게 이냐시오의 회심 초기에서부터 발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냐시오는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사도적 체험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 로욜라를 떠나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순례 중 머물게 된 만레사(Manresa)에서 그 중요성을 깨달았다. 

 

또 순례하면서 기도와 활동 사이의 긴장을 점차 통합하게 된다. 사도적 삶을 살아가는 데 기도와 활동이 서로 완전한 조화를 이룰 때까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인간의 활동은 하느님의 활동 안에서 이뤄지게 되고, 영혼을 더욱 돕고 섬길수록 하느님과 더욱 깊은 일치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냐시오는 본래 만레사에 오랫동안 머물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계획을 바꿔 만레사에서 거의 11개월을 머물게 된다. 그 이유는 추정하건대 만레사 근처 몬세라트에 있는 성 베네딕도 대수도원 가르시아 히메네스 데 시스네로스 (Garca Jimnez de Cisneros, 1455~1510) 아빠스의 저서 「영성 생활 수련서(Exercitatorio de la Vida Espiritual)」 와 「시간 전례 지침서(Directorio de las Horas Cannicas)」를 알게 되었고, 이 책으로 영적인 수련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이냐시오는 만레사에서 「준주성범」을 알게 됐고, 이때부터 「준주성범」은 평생 그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8월 20일, 김용수 신부(이냐시오영성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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