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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2: 초세기 (1) 유다인의 종교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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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2-04 ㅣ No.863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 (2) 초세기 ① 유다인의 종교 생활


율법과 제사, 고행으로 하느님께 다가간 유다인

 

 

초세기 그리스도교 태동 이후 그리스도인 영성 생활이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그리스도교의 모태인 유다교의 종교 생활을 모세의 율법 및 예언자들의 책(루카 24,27.44 참조)과 복음서를 통해 살펴보아야 합니다.

 

 

하느님께 나아가는 종교 생활

 

이집트를 무사히 탈출하여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히브리 민족이 아직 광야 생활을 하는 동안에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주 너희 하느님이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자신을 거룩하게 하여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1,44). 즉, 하느님께서는 히브리 민족을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도록 부르셨고,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하느님 백성은 자신의 삶을 나날이 거룩하게 만들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해야만 했습니다. 영성 생활이 나아갈 방향은 완덕을 완성하여 거룩하게 되는 것입니다.

 

히브리 민족이 광야 생활을 끝내고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기 전에 하느님께서는 다시 한 번 모세를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신명 6,4-6). 즉, 하느님께서는 히브리 민족이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서 반드시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영성 생활을 살아가는 최상의 방법은 애덕(愛德)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과 유다 백성이 하느님과 맺은 계약을 깨트려 이방 민족에게 망하기 직전에 하느님께서는 예언자 예레미야를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보라, 그날이 온다. 주님의 말씀이다. 그때에 나는 이스라엘 집안과 유다 집안과 새 계약을 맺겠다. 그 시대가 지난 뒤에 내가 이스라엘 집안과 맺어 줄 계약은 이러하다. 주님의 말씀이다. 나는 그들의 가슴에 내 법을 넣어 주고, 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겠다. 그리하여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예레 31,31.33). 즉, 계약에 충실하신 하느님께서는 옛 계약을 깨트린 이스라엘과 유다 백성이 새 계약을 마음 깊이 새긴다면 다시 한 번 구원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하느님 약속에 대해 굳은 믿음과 간절한 희망을 갖는 것도 영성 생활을 든든하게 받쳐줍니다.

 

- 이탈리아 화가 로마니노 작, ‘바리사이 시몬의 집에 가신 예수님’.

 

 

율법을 실천하는 바리사이

 

예수님께서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시기 몇백 년 전부터 유다인 사이에서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달리하는 몇몇 종교 그룹이 나타났습니다. ‘바리사이’는 종교 생활에서 모세의 율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겼으며, 율법을 철저히 지키고자 노력했습니다. 바리사이는 자신의 신념을 모든 유다인에게도 강요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자선, 기도, 단식은 유다인이 지켜야 할 덕행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참조. 마태 6,1~18). 그런데 성전에 올라간 바리사이는 꼿꼿이 서서 기도했습니다. “오, 하느님! …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루카 18,11~12). 아마도 그는 율법을 철저하게 지킨다는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인정받고 싶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방법을 묻는 젊은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생명에 들어가려면 계명들을 지켜라. … ‘살인해서는 안 된다. 간음해서는 안 된다.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 거짓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마태 19,17-19).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계명은 다름 아닌 ‘십계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젊은이는 자신 있는 어조로 예수님께 대답했습니다. “그런 것들은 제가 다 지켜 왔습니다”(마태 19,20). 예수님 당대에도 유다인은 율법과 계명을 충실하게 지키면서 종교 생활을 실천했습니다.

 

조토 작, ‘대사제 카야파 앞에 선 예수님’.

 

 

제사에 참여하는 사두가이

 

또한 하느님께서 주셨던 율법에는 제사 의식에 관한 규범도 있었습니다. ‘사두가이’는 대사제를 배출하였고, 성전을 배경으로 제사 의식이 종교 생활의 중심에 자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여드레가 차서 아기에게 할례를”(루카 2,21) 베풀었습니다.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그들은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루카 2,22) 바쳤습니다. “그들은 또한 주님의 율법에서 ‘산비둘기 한 쌍이나 어린 집비둘기 두 마리를’ 바치라고 명령한 대로 제물을”(루카 2,24) 바쳤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도 율법에 충실한 유다인 이었습니다.

 

율법이 정한 대로 파스카 축제 기간 동안 제사에 참여하기 위하여 소년 예수님은 부모님과 함께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하셨습니다(루카 2,41-42 참조).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기간에도 파스카 축제와 초막절 축제 등이 가까워지자 제자들과 함께 혹은 혼자서 예루살렘을 방문하셨습니다(요한 2,13; 5,1; 7,10; 12,12 이하 참조). 순례 축제 기간 중 유다인은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하고 제사에 참여하면서 종교 생활을 실천했습니다.

 

‘에세네파’는 척박한 장소에서 고행의 삶을 살았다. 이스라엘 사해 인근의 쿰란 동굴.

 

 

고행을 살아가는 에세네파

 

한편 ‘에세네파’ 사람들은 가족과 세상을 떠나 척박한 장소에서 고행의 삶을 살며 하느님의 말씀에 집중했습니다. 하느님의 구원이 도래할 때 가장 먼저 구원받기를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 당대에 요르단 부근 광야에서 살며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고, 요르단 강에서 유다 지방 사람들과 예루살렘 주민들에게 세례를 준 요한은 “낙타 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으며,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마르 1,6) 살았습니다. 이전에 요한 세례자는 에세네파에 속한 사해(死海) 부근 ‘쿰란’ 공동체에서 살았다는 전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를 받으시고 난 후에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나가 사십일 동안 밤낮으로 단식하며 기도하면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셨습니다(마태 4,1-2 참조). 예수님께서도 한적한 곳에서 단식하며 기도하는 것이 온갖 유혹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셨던 것 같습니다. 척박한 장소에서 고행을 실천하는 삶 역시 유다인에게 친숙한 종교 생활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유다인이 하느님께 나아가고자 노력하는 삶뿐 아니라, 율법과 계명을 실천하며 제사에 참여하여 희생과 속죄의 제물을 봉헌하고 세상을 떠나 고행의 길을 걷는 삶은 훗날 그리스도인이 살아야 할 영성 생활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6년 12월 4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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