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7일 (수)
(백) 부활 제3주간 수요일 아버지의 뜻은, 아들을 본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기도 배움터: 복음묵상 기도 (1) 기도 요점 정하기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8-29 ㅣ No.834

[기도 배움터] 복음묵상 기도 (1) 기도 요점 정하기

 

 

이번 달부터는 제가 신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는 복음묵상 기도에 대해서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신학생들은 보통 아침미사가 끝난 후부터 다음날 복음을 읽으면서 기도 요점과 청할 은총을 정하고 기도 준비를 하면서 하루를 지낸 후에 끝기도가 끝나고 나서 40분 정도 복음묵상 기도를 합니다. 기도를 마치고 나서는 기도 성찰을 하고 기도 실천을 할 것을 정하지요. 이런 순서에 따라서 이야기를 할 것인데, 이것은 지금까지 제가 이야기해 오던 것의 종합이고 어떤 면에서는 반복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더 자세한 이해를 위해서는 이전에 말씀드린 것을 참조하면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기도 요점을 정하는 것을 보지요. 복음 말씀 중에서 내가 어떤 말씀을 가지고 기도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입니다. 요점을 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내가 복음을, 하느님의 말씀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느냐 인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2000년 전에 예수님께서 유대인들에게 하신 말씀을 기록한 옛날 옛적의 말씀으로 대할 것이냐 아니면 하느님께서 지금 여기에 있는 나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맞아들일 것이냐입니다. 먼저 예수님과 바오로 사도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겠습니다.

 

요한 복음 17장 6절부터 19절에서 예수님께서는 세상을 떠나가시기 전에 제자들을 위해 특별히 기도하십니다. 그 중에서 먼저 11절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저는 더 이상 세상에 있지 않지만 이들은 세상에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께서는 이제 당신 없이 이 세상에 남아있는 제자들을 위해 먼저 아버지 하느님께 제자들을 지켜 주십사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17절에서는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은 진리입니다”라고 기도하십니다. 둘째로 예수님께서는 진리이신 하느님의 말씀으로 제자들이 거룩하게 해 주십사 기도하며 여기에 제자들을 맡기고 계십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사도행전 20장의 바오로 사도의 밀레토스 연설에서 그대로 나오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면 자신에게는 다만 투옥과 환난만이 닥칠 것인데 바오로 사도의 걱정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떠나가면 곧 교회 공동체에 어려움이 닥칠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 어려움을 크게 두 가지로 보았는데, 29절부터 30절에서 여기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떠난 뒤에 사나운 이리들이 여러분 가운데로 들어가 양떼를 해칠 것임을 나는 압니다. 바로 여러분 가운데에서도 진리를 왜곡하는 말을 하며 자기를 따르라고 제자들을 꾀어내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자신이 곁에 있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뻔히 보이는 어려움 앞에 제가 보기에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지녀왔던 가장 중요한 것을 꺼냅니다. 바로 하느님과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32절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제 나는 하느님과 그분 은총의 말씀에 여러분을 맡깁니다. 그 말씀은 여러분을 굳건히 세울 수 있고, 또 거룩하게 된 모든 이와 함께 상속 재산을 차지하도록 여러분에게 그것을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하느님과 하느님의 말씀이 이렇게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살아있는 생생한 그 무엇으로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과 바오로 사도의 이런 감각을 지니고 복음을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읽어 내려가면서 하느님께서 이 말씀을 통해서 나에게 하시려는 말씀이 무엇인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분들은 복음을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고, 또 미사 중에 복음을 들어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그분들에게 복음을 몇 번이나 읽었느냐고 되묻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님의 도우심을 청하면서 천천히 반복해서 읽어 보십시오. 한 번 읽어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부분, 마음에 확 와 닿는 부분도 있지만 열 번을 읽어도 무슨 말씀인지 도통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지요. 이럴 경우엔 복음을 읽는 것을 잠시 중단하고 다른 일을 하다가 읽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구절을 기도의 요점으로 정하라고 하면 엉뚱한 내용을 붙들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보시고, 우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가, 또 우리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계시는가 하는 것이지요. 마음에 드는 구절을 정할 때 이런 것을 고려해서 마음의 움직임이 큰 것이나 마음에 와 닿는 것을 정하면 됩니다(저는 대학원 1학년 신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데, 이들은 사제가 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이고, 사제는 강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날 전례를 고려해서 복음의 핵심이 되는 내용을 요점 말씀으로 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저는 기도의 요점을 정하면서 복음 해설서를 참고하지 않도록 합니다. 절대적으로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복음 내용 자체에 더 집중했으면 하는 것이지요. 복음은 대충 보고 해설서에 더 많이 의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에는 기도 안에서 하느님께서 나에게 무엇을 말씀해 오시는가 보다 말씀의 의미를 생각하는 데만 골몰하기 쉽습니다. 복음 말씀을 머리로만 생각하게 되지 복음 말씀을 내 마음에 품고 자리에 앉아 있지 않게 되지요. 무엇보다도 복음 말씀을 아주 단순한 마음으로 글자 그대로 읽어 내려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설의 말씀보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해 주시는 그 말씀 자체가 훨씬 더 중요하고 더 풍요롭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기도의 요점은 몇 개나 정하는 것이 좋을까요? 두세 개 정도 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저는 신학생들에게 하나만 정하라고 말합니다. 한 군데에 집중적으로 머물기를 바라기 때문이지요. 어느 방법을 써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기도 요점을 정할 때는 ‘사랑’, ‘기쁨’, ‘용서’와 같은 명사로 끝나는 것보다는 ‘서로 사랑하여라’, ‘원수를 사랑하여라’와 같이 하나의 문장으로 끝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말씀이 너무 긴 것은 좋지 않습니다. 너무 긴 것은 자꾸 되뇌일 수 있도록 짧게 재구성하는 것도 좋습니다.

 

* 최규화(요한 세례자) 신부는 2000년 사제 수품 후, 2009년 로마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교의 신학)를 취득 하였다. 현재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신부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외침, 2016년 8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최규화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교의 신학)]



3,834 3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