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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탐식 (2) 교부들이 소개하는 탐식과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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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6-17 ㅣ No.933

[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탐식 (2) 교부들이 소개하는 탐식과 종류

 

 

교부들이 소개하는 탐식

 

초기 교부들과 수도자들은 음식과 술이 지닌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음식과 술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 것은 아니다. 교부들도 성경을 토대로 음식과 술의 양면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절제의 덕을 통해 하느님의 뜻에 따라 다루고자 노력했다.

 

특별히 초기 교부들은 사막 은수 생활과 공동 수도 생활 안에서 탐식의 실체를 더욱 섬세하게 관찰함으로써 후기 그리스도인들에게 탐식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악습의 출발점

 

에바그리오는 수도 생활에서 마주하는 악한 생각들과의 싸움을 소개한 저서 「안티레티코스」에서 첫 번째 장으로 탐식을 다루며, 영성 생활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유혹이 탐식임을 강조했다.

 

에바그리오의 영향을 받은 요한 카시아노 또한 예수님께서 받으신 광야의 유혹 장면을 떠올리면서 탐식의 유혹이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담화집」, 5.6.2 참조). 그는 탐식이 모든 그리스도인이 마주하는 악습들의 첫 자리(정상)에 있는 것으로 보았는데, 이는 탐식이 다른 악습들보다 훨씬 악하거나 중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악습의 출발점이 되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탐식으로 이끄는 유혹의 속삼임

 

에바그리오는 「안티레티코스」(담화1 참조)를 통해 악한 생각들에 존재하는 다양한 ‘악령들의 제안들’을 소개한다. 첫 장인 ‘탐식’에서는 당시 수도자들이 마주한 유혹의 속삭임이 69가지로 소개되는데, 이는 다음의 세 주제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째, 단식의 의미 없음. 이 속삭임은 단식의 노고는 소홀히 하면서 영적인 땅만 경작하려는 생각, 빵을 배불리 먹으면서 성인의 길을 가면 된다는 생각 등과 연결된다.

 

둘째, 자신에 대한 걱정. 이 속삭임은 단식에 끔찍한 죽음이 따르리라는 겁박, 자신들에게 필요한 물품이 부족하다는 걱정, 머지않아 기아나 궁핍의 때가 오리라고 예견하게 하는 생각, 몸이 약하기 때문에 먹으라고 부추기는생각 등과 연결된다. 에바그리오는 수도자들이 질병, 생존 수단의 결핍, 의학적인 치료의 부재에 대한 염려 때문에 금욕적 수행을 포기하도록 유혹한다고 소개하면서 이 부분을 크게 주목한다(「프락티코스」, 7항 참조).

 

셋째, 단 한번만. 이는 축제의 날에 오랜만에 한 번만 고기와 포도주를 들라는 유혹, 육체에 약간만 관대하라는 유혹, 한때의 기쁨을 상기시키고 떠오르게 하는 유혹 등으로 다가온다.

 

 

음욕과의 관련성

 

초기 교부들은 탐식이 음욕과 특별한 관련성을 지닌다고 보았다. 이를테면 에바그리오는 수도자들을 향해 “그대의 빵을 저울에 달고 물을 재서 마셔라. 그러면 음욕의 영이 그대에게서 달아날 것이다.”라고 가르친다(「공동생활을 위한 권고」, ‘수도승을 위한 권고’, 102항).

 

요한 카시아노 또한 “탐식에서 음욕이 생겨난다.”(「담화집」, 5.10.1)고 말하면서 탐식과 음욕의 관련성을 강조한다. 그는 특별히 탐식, 음욕, 탐욕, 분노, 슬픔, 나태의 여섯 가지 악습이 특별히 관련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 가운데서 탐식은 음욕에 영향을 주게 되고 음욕은 다른 악습에, 다른 악습은 또 다른 것에 영향을 주면서 악습에 빠지게 한다고 가르친다(같은 책, 5.4.1 참조). 그는 음욕을 다루는 것 또한 탐식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탐식을 정복한 사람은 음욕에 의해 시험받을 수 없습니다”(같은 책, 5.6.3).

 

단테는 이러한 교부들의 성찰을 바탕으로 「신곡」의 ‘연옥 편’에서 음욕의 죄를 지은 자들의 곁에 탐식에 빠진 자들이 있다고 묘사했다.

 

 

탐식의 종류

 

성경과 비교하면 교부들은 탐식의 종류를 좀 더 세분화한다. 카시아노는 탐식을 서둘러 먹는 것, 배부르게 먹는 것, 미식을 추구하는 것으로 구분했다(「담화집」, 5.11.1 참조). 그레고리오는 이를 좀 더 세분화하여 입맛을 만족시키려고 식사 전에 음식을 먹는 것, 급하게 먹는 것, 게걸스럽게 먹는 것, 지나치게 많이먹는 것, 까다롭게 먹는 것, 사치스럽게 먹는 것으로 나누면서 탐식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테면 게걸스럽게 먹는 이들은 음식에 대한 욕심으로 다른 이를 배려하지 않는 경향을 지닌다. 또한 까다롭게 먹는 이들은 그것을 요리하는 이들을 힘들게 할 수 있다(「욥기 주해」, XXX, 18,60 참조).

 

토마스 아퀴나스도 탐식을 ‘먹는 것에서의 혼란’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소개한다. 너무 호화롭고 값 비싼 음식을 먹는 것, 과도한 품질의 음식 섭취, 양이 과도한 음식 섭취, 급하게 먹기(너무 빨리 또는 부적절한 시간에), 탐욕스러운 섭취(너무 열심히). 처음 세 가지는 음식 자체에, 나머지 두 가지는 식사 방법과 관련이 된다(「신학대전」, II-II, 148,4).

 

 

탐식의 영향

 

그리스도교에서 탐식을 중요한 죄종의 하나로 여긴 이유는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는 마음의 불꽃이 꺼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카시아노는 수도자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음식과 술에서 찾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공동생활을 위한 권고」, ‘수도승을 위한 권고’, 38항).

 

이는 수도자들이 하느님 안에서 누려야 할 기쁨과 즐거움을 육체적 만족으로 대체하려는 유혹에 대한 것으로 진정한 탐식은 음식과 술의 양이나 섭취하는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하느님 이외의 대상에게 마음을 온전히 빼앗기는 것이다.

 

카시아노는 탐식이 수도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잠식하고 어떤 영향을 초래하는지를 자세히 소개한다. “첫째, 탐식에서 수도원에 대한 미움이 생겨나며, 아울러 동일한 거처에 대한 두려움 및 그것을 참고 견디지 못하는 태도가 자라며, 곧 수도원을 떠나는 일이 발생합니다. 둘째, 탐식에서 음탕하고 악한 욕망이 생겨납니다. 셋째, 탐식은 그 포로의 목에 탐욕이라는 제거할 수 없는 멍에를 얹어 놓으며, 수도자가 그리스도의 철저한 궁핍에 뿌리내리는 것을허락하지 않습니다”(「담화집」, 5.11.2).

 

 

절제 훈련의 필요성

 

베네딕토 성인은 「수도 규칙서」에서 수도자의 식음을 다룬다. 식사와 관련된 내용은 베네딕토 이전의 수도 규칙과 비교하면 엄격함이 다소 완화되었는데, 이는 삶의 형태가 달라진 데서 오는 유연함일 뿐 근본적인 측면에서는 지난날의 수도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규칙서에는 두 가지 종류의 음식, 하루 약 300g의 빵(한 리브라), 2회의 식사 횟수, 고된 일을 한 이에 대한 장상의 배려, 연령이나 노동의 양에 따라 음식의 분량을 다르게 분배하는 것과 허약한 이들에게는 금육이 적용되지 않는 것 등이 명시되었다. 한편 마시는 것에도 식사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양(한 헤미나)이 있고, 과음이나 술 취함에 주의할 것을 강조한다(39-40장 참조).

 

인간의 연약함을 잘 알고 있던 교부들과 수도자들은 이와 같은 규칙을 통해 탐식에 대한 절제를 몸에 익히고자 노력했다.

 

* 김인호 루카 - 대전교구 신부. 대전가톨릭대학교 대학원장 겸 교무처장을 맡고 있다. 가톨릭평화방송 TV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저서로 「신앙도 레슨이 필요해」, 「거룩한 독서 쉽게 따라하기」 등이 있다.

 

[경향잡지, 2019년 6월호, 김인호 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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