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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탐욕 (3) 탐욕의 심리와 치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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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1-20 ㅣ No.898

[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탐욕 (3) 탐욕의 심리와 치유제

 

 

탐욕과 심리

 

▶ 탐욕, 항문기 고착 –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색한 이들은 ‘항문기 고착증’이다. 부모가 대소변을 지나치게 통제하면 아동은 ‘항문 보유적 성격’이 발달하여 강박적이고 인색하게 된다. 돈을 모으기만 하는 성격이 된다. 반대로, 배변을 훈련하지 않은 아이는 ‘항문 폭발적 성격’이 되어 아무 때나 배설하게 되는데 훗날 돈을 낭비하는 성격이 된다.

 

▶ 돈과 인간의 정서 - 돈과 관련한 연구가 드물었던 심리학 영역에서 20세기 후반부터 다양한 실험과 연구가 시작되었다. 연구자들은 돈에 대한 신념과 태도, 감정, 대인 관계 안에서 역할, 병적인 유형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우리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골드버그와 루이스는 돈에 대해 개인이 가진 정서를 안전과 힘, 사랑, 자유 등의 네 가지 형태로 구분했다. 곧 돈은 불안을 줄이는 주요 방법(안전)이고 자신의 가치와 우위, 통제를 얻는 방법(힘)이다. 또한 애정의 표현과 대체(사랑),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수단(자유)이다.

 

인간은 돈에서 안전과 힘, 사랑, 자유를 정서적으로도 체험한다. 결국 돈은 인간의 심리와 정신 활동과도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 병적인 행동 유형 - 포먼(Forman)은 돈과 관련하여(벌고 쓰고 모으는 과정) 나타나는 병적인 행동을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행동 유형으로 구분했다.

 

첫째, 구두쇠(Miser) 유형. 자신이 천한 대우를 받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돈을 잃는 것에 큰 공포를 느끼며 남을 믿지 못하고 돈의 혜택을 누리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둘째, 낭비가(Spendthrift) 유형. 강박적으로 소비하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다. 특히 우울하고 자존감이 떨어질 때 더 그렇다. 소비하면 짧은 시간 만족감을 느끼지만, 곧 죄책감을 느낀다.

 

셋째, 돈을 버는 것에만 몰입하는(Tycoon) 유형. 권력을 얻고 지위와 인정을 받는 길은 돈을 버는 것으로 생각한다. 돈이 많을수록 세상을 통제할 수 있고 더 행복해진다고 생각한다.

 

넷째, 싸고 질 좋은 물건을 지나치게 찾는(Bargain Hunter) 유형. 강박적으로 할인 판매를 찾아다닌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 대해서도 그렇다. 싸게 사면 우월감을 느끼지만 정상 가격으로 사거나 깎을 수 없을 때는 화가 나고 우울해진다.

 

다섯째, 도박꾼(Gambler) 유형. 내기 같은 모험을 할 때 흥분하고 이겼을 때는 권력감을 느낀다. 권력감 때문에 돈을 잃더라도 중단하기 어렵다.

 

현재 정신 의학에서는 강박적 소비나 중독(쇼핑, 도박 등)을 제외하고는 위에서 언급한 유형들을 정신 질환에 포함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우리 삶에서 어떤 이들은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불안과 같은 심리적 문제에서 위에서 언급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어 이러한 행동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탐욕의 치유제

 

▶ 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 지니기 - 성경은 우리에게 재물을 쫓는 것이 얼마나 ‘헛된 일’(코헬 5장; 잠언 23장)인지를 알려 준다. 예수님 또한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24)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들은 종종 재물을 가치 없는 것,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는 극단적 이원론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실제로 신앙인 가운데는 재물을 부정적인 것이라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은 돈에 집착하기도 한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교부는 우리에게 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게 도와준다. 그는 그리스도인이 재산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재물은 ‘소유할 가치가 있는 것’이고 ‘어떤 것을 할 수 있게’ 하며 ‘유익’하고 ‘의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인간을 위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재물이라는 도구를 ‘잘 사용할 줄 알아야’ 하고 그것에 대한 책임은 돈이 아니라 인간에게 있다(「어떤 부자가 구원받는가?」, 35쪽 참조).

 

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우리 삶을 채우는 다양한 가치 안에서 그것의 적절한 자리를 찾게 하는 데 가장 필요하다. 재물이 어디서 온 것이고 자신이 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고 실천하는 것이 바로 신앙생활이다.

 

▶ 현재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기 - 바오로 사도는 당시 믿음의 공동체가 재물에 대한 탐욕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우리는 그것으로 만족합시다.”(1디모 6,8)라고 당부한다. 요한 크리소스토모 교부는 진정한 부자는 재물을 많이 모은 사람이 아니라 재물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만족하는 사람이며, 정말 가난한 자는 재물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탐욕이 가득해서 만족하지 못하는 자들이라고 말한 바 있다(「부자」 참조).

 

그리스도인은 탐욕의 죄에 빠지지 않으려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소유에 대한 이상적인 기대가 있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것은 ‘지금’이다. 현재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는 이는 감사하게 된다.

 

▶ 가진 것을 나누기 - 초대 그리스도교가 복음을 실천했던 구체적인 방식 가운데 하나는 ‘공유’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을 함께 공유했다. 그래서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사도 4,34).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것을 주는 행동이 아니라 ‘재물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믿음의 표지’다. 또한 자신이 ‘재물의 노예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소비해야 할 항목이 점점 늘어가지 않는가? 어느 것 하나 뺄 수 있는 것이 없어 숨이 막히고 마음은 점점 각박해진다. “뭣이 중헌디!”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돈을 사용해야 할 우선순위가 혼란스러워진다. 그게 어디 개인뿐이겠는가? 사회와 정부, 교회도 그럴 수 있다.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기득권층의 고삐 풀린 사치와 부자들의 탐욕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리스도의 제대가 금으로 된 잔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 그리스도(=가난한 사람)께서 굶주림으로 돌아가신다면 무슨 유익이 있겠습니까? 여러분은 먼저 배고픈 이들을 충족히 채워 주고 난 다음 그 나머지 것으로 제단을 장식하십시오. … 살로 된 성전이 돌로 된 성전보다 훨씬 가치 있기 때문입니다”(「마태오 복음 강해」, 50).

 

소비의 우선순위가 혼란스러워지면 정체성이 혼란스러워지기 쉽다. 그 우선순위의 끝이라도 가난한 이에 대한 나눔을 넣고 흔들리지 않는 틀이 되게 하자.

 

▶ 재물 다스리는 훈련하기 - 클레멘스 교부는 부자 청년의 비유를 설명하면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마태 19,21)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단순히 소유물을 포기하라는 명령이 아니라 청년의 영혼에서 재물에 대한 애착, 지나친 욕망, 병적인 불안, 걱정, 생명의 씨앗을 자라나지 못하게 하는 세속적인 삶의 가시를 떨쳐 버리라는 명령이라고 말했다(「어떤 부자가 구원받는가?」, 30쪽 참조).

 

‘돈을 지배하지 않으면 돈이 당신을 지배한다.’라는 말이 있다. 어릴 때부터 돈을 절제 있게 사용하고, 누군가와 나누며 성실하게 일해서 돈을 버는 법, 의미 있게 사용하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

 

노예의 삶에 익숙해지지 말자. 하느님 이외에 그 어떤 것에도 삶의 주도권을 내어 주어선 안된다.

 

* 김인호 루카 - 대전교구 신부. 대전가톨릭대학교 대학원장 겸 교무처장을 맡고 있다. 가톨릭평화방송 TV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저서로 「신앙도 레슨이 필요해」, 「거룩한 독서 쉽게 따라하기」 등이 있다.

 

[경향잡지, 2019년 1월호, 김인호 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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