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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계명들에 대해서 반감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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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9-23 ㅣ No.868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계명들에 대해서 반감이 생깁니다

 

 

질문

 

모태신앙을 가진 30대 중반의 남성입니다. 어렸을 때에는 당연히 지키고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던 여러 가지 교회의 계명들에 대해서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반감이 생기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주변 사람들은 굳이 그런 계명들에 충실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잘 사는 것 같은데 왜 그런 계명들을 지킨다고 불편하고 때로는 손해를 보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답변

 

모태신앙이란 조상 때로부터 이어 온 오랜 믿음을 뜻합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를 따라서 성당에 다니고, 자연스럽게 신앙을 몸에 익힌 분들입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주일학교에 다니고, 첫 영성체와 복사 등을 거치면서 신앙이 발달되어 갑니다. 종교 심리학에 따르면 어릴 적에는 신앙이 크게 성장하지 않은 상태인데 나이가 들면서 신앙에 대한 깊이도 깊어져 간다고 합니다. 전능과 전지, 편재함에 대한 이해도 생겨나게 됩니다. 물론 교리를 통한 이해이기에 몸으로 체험한 것은 미미할 수도 있습니다만, 성인 세례자들과는 다르게 전능과 전지에 대한 개념이 동시에 발생되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신앙이 성숙하다가 사춘기에 다다르면 종교에 대한 많은 회의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성당을 멀리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머니의 태 안에서 받은 신앙’이라는 모태신앙은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는 신앙이기도 합니다만, 한편은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측면도 있습니다. 충분히 스스로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교리를 삼켜버렸다고 하는 표현이 적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교리에 대해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계명이란 말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내리신 윤리적, 도덕적 규정이나 명령입니다. 그리고 계명을 적극적인 하느님 사랑의 권고로 받아들이고 지켜야 한다고 교회는 권고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가장 위대한 계명은 복음에 나오는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둘째 계명이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마태 22,37-39)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계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엄격한 것으로 다가옵니다. 바로 십계명의 계명들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십계명은 공동체의 모든 신자들 사이에 최소한의 일치를 보장하려는 것입니다만, 우리에게는 무겁게 다가오기에 일상생활을 하면서는 불편함과 손해를 보는 듯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세례를 더 늦게 받았더라면 좋았겠다 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고해성사가 무겁게 다가옵니다.

 

물론 교회에서는 신자들을 돕기 위해서 여러 규정을 자꾸 제시하지만 신자 입장에서는 구속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자유로우려면 스스로 해방되고자 해야 합니다. 남이 제시한 규칙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자기 존중감을 지키면서도 남을 배려해 가는 삶의 태도가 중요하리라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바오로 사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율법에 따른 의로움으로 말하면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이롭던 것들을,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두 해로운 것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깁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얻고 그분 안에 있으려는 것입니다. 율법에서 오는 나의 의로움이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로움, 곧 믿음을 바탕으로 하느님에게서 오는 의로움을 지니고 있으려는 것입니다.”(필리 3,6-9)

 

율법을 넘어서는, 계명을 넘어서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평안함을 누리시길 빕니다.

 

“자비는 심판을 이깁니다.”(야고 2,13)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8년 9월 23일, 이찬 신부(성 골롬반외방선교회 · 다솜터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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