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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겸손한 것이 미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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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8-18 ㅣ No.859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겸손한 것이 미덕일까요?

 

 

질문

 

현대사회에서 겸손한 것이 과연 미덕이 될까요? 주위에서 흔히 보면 자기 자랑을 하고 자기 능력을 과시하고 잘난 척하는 것이 오히려 더 사회생활 하기에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고 숨기는 것은 더 이상 현대사회에서 미덕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회에서나 또는 윤리 도덕적인 가르침에서는 겸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어떤 것이 맞는지요?

 

 

답변

 

상담을 하다 보면 만나는 내담자들 중에 성격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에서 성격 장애를 가진 분들이 간혹 오시는 데, 이들은 성격적인 특성 자체가 특이하여 부적응적 삶이 지속되는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성격 장애는 어린 시절부터 서서히 발전하여 성인기에 개인의 성격으로 굳어진 심리적 특성이 부적응 양상을 나타내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격 장애 중에서 자기애적인 성격 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를 가진 분들을 보면,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겪은 경험들이 무의식 속에 잠재돼 성인이 된 후 행동과 성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주로 부모나 타인과 애정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경험하면서 이차적 자기애로 발전해야 합니다. 그런데 완벽한 부모 양육 태도에서 적절한 좌절이나 실패 경험 없이 제멋대로 성장할 수가 있습니다.

 

만약 부모로부터 지속적으로 이해와 공감을 받지 못하거나 냉정하고 차가운 양육을 받게 되면 애정결핍이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로부터 칭찬받거나 특별한 대우를 해 주면, 아이는 이를 매우 중요시하게 되고 스스로 인정받기 위해서 애를 쓰게 됩니다. 점점 엄마의 칭찬과 거절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엄마가 좋아할 것 같은 이상적인 자기상에 점점 집착하게 됩니다.

 

자기애적 성격장애는 외현적 자기애와 내현적 자기애로 구분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외현적 자기애를 가진 분들은 타인이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고 칭찬해주는 존재로만 인식하고 있다면, 내현적 자기애는 타인이 자신을 좋아해 주고 사랑해주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그런데 뭐가 됐든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가진 분들의 공통점은 부적절한 ‘자만심’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만심으로 자기 능력을 과시하고 잘난 척하는 경우와 ‘겸손함’을 갖고 있는 경우에 만약 문제를 일으킨다면 어느 쪽이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까요? 우리가 살면서 자기 과시적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경우만 볼 게 아니라, 그러한 사람들이 타인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경우도 생각해보아야 할듯합니다. ‘겸손’이라는 것은 자기 평가를 올바르게 해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누군가가 자기 평가를 잘못해서 부적절한 ‘자만심’을 갖게 된다면, 이러한 ‘자만심’을 그저 좋은 것이라고 할 수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겸손에 대해서 미국 대학농구의 전설적인 감독, 존 우든이 한 말이 있습니다. “재능은 신이 주신 것이다, 겸손하라. 명성은 인간이 준 것이다, 감사하라. 자만은 자신이 준 것이다, 조심하라”입니다. 겸손하다는 것이 꼭 내 능력과 장점을 숨기라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겸손은, 관계 속에서 적응하고 남을 배려하며, 자신의 능력 정도를 알고 있으며, 나아가 그 한계를 분명히 자각하고 있으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성녀 데레사는 하느님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비책은 겸손뿐이라고 했습니다. 오늘부터 우리는 우리의 한계를 깨닫고 그 시점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8년 8월 19일, 황미구 원장(상담심리전문가 ·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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