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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자식 잃은 고통, 견디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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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9-19 ㅣ No.420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자식 잃은 고통, 견디기 힘들어요

 

 

질문

 

지난해 10살짜리 딸을 교통사고로 잃고, 거의 1년 동안 정신줄을 놓고 지내왔습니다. 지금도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해 고통스럽고, 아무 죄 없는 어린 것을 데려가신 하느님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답변

 

우리는 살면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호스피스 교육을 했던 어떤 분의 말씀이, 암은 특성상 애도기간을 가지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애도기간 없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는 애도를 충분히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세월호 사건처럼 자녀가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경우에, “먼저 떠난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할 정도로 부모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십 년도 훨씬 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저도 갑작스럽게 부모님이 두 달 간격으로 모두 돌아가셔서 심리적으로 매우 큰 충격을 받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된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형제들 간의 갈등까지 생겨나 이중으로 힘들었던 기억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장례 절차도 의논해야 하고, 서류상으로 정리도 해야 하고, 조문 오신 분들에게 일일이 연락도 해야 하는데, 슬픔 때문에 먹지도 못하고 누워 있기만 해서 아무 일도 못하는 형제, 만나기만 하면 재산 문제로 으르렁대는 형제, 연락을 해도 답도 없고 만나지도 않으려는 형제 때문에 혼자서 일 처리를 다하고도 두고두고 욕을 먹은 형제도 있었답니다. 큰 아픔이 있을수록 가족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을 해주었어야 하는데도, 비난이나 어설픈 충고로 마음의 상처를 오히려 덧나게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인 미치 앨봄과 그의 학창 시절 철학과 교수였던 모리 교수가 매주 화요일마다 삶과 죽음에 관해 대화하는 이야기입니다. 모리 교수가 루게릭병으로 병상에 있게 되면서 대화가 시작됐습니다.

 

그 중 미치가 모리 교수에게 ‘욥기’에 대해서 묻는 대목이 나옵니다. “저, 여쭤볼 말이 있는데요. ‘욥기’ 기억하시죠? 욥은 착한 사람이지만, 하느님은 그에게 고초를 겪게 하죠, 믿음을 시험해 보려고요. 그가 가진 모든 것들을 앗아가지요. 그의 집, 돈, 가족, 명예, 권력…. 그래서 제가 궁금한 것이…. 선생님은 그걸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 생각에는 하느님이 심하셨네”라고 모리 선생님이 대답을 해줍니다.

 

세월호 사건이나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아이들을 생각하면 저는 이 대답이 떠오르곤 합니다. 우리의 생각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는 참 많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단지 권선징악과 인과응보의 관점으로만 보자면, 벌은 무슨 죄를 지었을 때 그 죄에 대해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무슨 죄를 지었겠습니까. 그러니 아이들은 벌을 받고 우리 곁을 떠나간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모리 교수는 죽음에 임박했을 때 슬퍼하는 제자 미치에게, “죽음은 삶의 끝이지, 우리들 관계의 끝이 아니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여라. 과거를 부인하거나 없애려 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여라”라고 합니다. 하늘나라에서 별이 된 아이들과의 관계는 지금도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슬픔 앞에서 엄마가 용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비난 대신 위로를, 어설픈 충고나 조언 대신 공감을 해주는 분들이 가족들 중에 꼭 누군가가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7년 9월 17일, 황미구 원장(상담심리전문가 ·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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