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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신앙과 심리: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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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8-29 ㅣ No.336

[신앙과 심리]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K는 두 자녀를 둔 결혼 6년차. 아내와의 갈등이 큰데 아내가 자신의 성격이 이상하다고 하여 정말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왔다. 그는 2년 전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다른 사람과도 갈등이 생기며 분노 조절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최근 의미 없이 사느니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하고 있다.

 

K는 청소년기에 시작된 부모의 이혼, 재결합, 다시 이혼 등으로 혼란기를 지냈다. 형이 가출하고 비행으로 일탈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은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살아왔다. 학창시절에 혼자 꾸준히 공부하여 성적은 반에서 상위를 유지하였고 운동을 즐기며 자기관리를 해온 것이 지속되어 이제껏 이어졌으나 대인관계에서 적절히 자기를 표현하지 못했다. 형과 달리 자신은 혼자 알아서 잘 해결하고 독립적으로 살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그는 심리적으로 가족으로부터 소외되어 살았다. 20대 초반 분열적인 사고 등을 겪은 것으로 보아 매우 깊은 우울감이 내면화되어 있었다.

 

아내와 대학 재학 중에 만나 오랜 기간 연애 후 아내 중심으로 모든 것을 맞춰 주리라고 생각하며 성당에서 관면혼배를 드렸다. 결혼 초부터 내담자가 자기주장을 적당히 조율하지 않은 것이 현재의 심한 갈등으로 온 것으로 보이는데 그는 아내가 자신을 조정하고 통제한다고 생각하여 점점 더 화가 났다. 전에 부부 상담을 받았을 때 아내가 우울증이니 잘해주라고 하여 다시 아내에게 맞추어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고 살면서, 아내와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K가 갖고 있는 마음의 세계, 관계적 세계, 그리고 영적 세계를 살피면서, 어려서부터 부모의 갈등이 지속되자 힘든 마음을 느끼지 않으려고 감정을 차단하며 부모 마음에 들고자 맞추며 살아온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족 안에서 불안을 느끼고 있었으나 말하지 않았고, 부모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맞추어 행동하였다. 그로 인해 그는 진정한 관계를 맺기 어려웠다. 어찌 보면 그의 투철한 독립성은 적절히 의존하며 독립을 유지한 것이 아니라 가짜 자기의 모습에 가까웠다. 가짜 자기는 관계에 의해 쉽게 변화되고 자신이 목표를 세웠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말, 행동, 바람 등에 의해 쉽게 마음을 바꾸는 현상을 말한다. 진짜 자기는 관계에 따라서 변화되지 않는 자기를 말하며 자기 확신이나 신념에 의해서 나타나며 다른 사람들이 바라거나 원하더라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서 행동할 수 있는 심리적 현상이다. 타인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진짜 자기의 모습과 타인 중심으로 맞추며 사는 가짜 자기의 모습이 있는데 내담자의 경우는 후자이다.

 

자기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계 패턴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 모습과 타인에게 비춰지는 관계 속 자기 모습이 있는데, 수많은 이유로 인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본래 모습을 잃어버리고 산다. <감수성 훈련>에서 심리학자 유동수씨는 자신을 다시 찾아가는 길을 다음의 4가지 단계로 제시했다. 자기를 바로 본다, 자기를 이해한다, 자기를 받아들인다, 자기를 터놓는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 안에 보고 싶지 않은 단면들이 있는데 그 때문에 자신의 진실한 얼굴 위에 가면을 만들어 쓰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방어하기도 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마치 거울을 보고 자신의 모습을 보듯이 남에게 비추어 보지 않고는 자신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들도 나처럼 가면을 쓰고 있거나 방어를 하고 있어 순수하게 그대로 비추어 보기는 쉽지 않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자신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자기 판단 기준이나 가치관, 감정, 신념, 행동들을 바르게 보고 나서 그때부터 시작해야 될 일은 무엇 때문에 자기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었는가를 이해하는 일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벗겨놓고 바라보면 여러 감정이 일어난다. 자신의 부족한 면을 보면 자신으로 인정하기 싫을 수 있다. 수치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 자신을 인정하기 쉽지 않으나 자신에게 너그럽지 못하면 타인에게 너그러울 수가 없다. 부족한 면까지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여유를 찾아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타인에게 보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남에게 드러내기 힘든 부분도 있는 법이다. 존 포웰 신부는 <나를 말하기를 두려워하는가?>에서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드러내면 미움받거나 무시당하거나 거부당할 위험이 있으며 이해받으려고 이야기했다가 오해를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듯 오해받거나 거부당한 경험이 있기에 가면을 벗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K는 착한 아들, 좋은 남편, 바람직한 아빠로 살아오며 억압한 자신의 욕구 그리고 방어하는 모습을 알아차리며 마음이 가벼워졌다. 사랑한다고 생각한 가족들과 소통을 이루지 못한 근본적인 요인이 무엇인가 이해하며 자유로워졌다. 자신을 외면하고 사랑하지 못하고 거짓 자아로 살아온 것이다. K는 부족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어야 다른 사람을 그 존재 자체로 사랑하며 하느님 사랑에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모든 율법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하신 한마디 말씀으로 요약됩니다”(갈라 5,14).

 

* 유정인(리디아)씨는 한국 가톨릭 상담심리사 및 한국 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상담심리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메일 uli9942@hanmail.net

 

[외침, 2016년 8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유정인(유리심리상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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