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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교리 문헌 해설: 사회적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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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9-19 ㅣ No.1427

[사회교리 문헌 해설] 『사회적 관심』

 

 

교황님들이 사회 회칙을 반포하실 때는 앞서 나온 특정 회칙을 대부분 기념해 내신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 회칙도 그렇습니다. 1967년에 바오로 6세 교황님이 반포하신 회칙 『민족들의 발전』 20주년을 기념하고 있지요. 이런 회칙들은 흔히 기념하려는 회칙의 내용을 요약하고, 당시 가르친 바가 지난 기간 얼마나 실현되었는지 평가하며, 그리고 당대에 새삼 강조해야 할 주제들이 무엇인지 다루는 게 일반적입니다. 당연히 이 회칙도 같은 순서를 따랐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은 다시 2009년 6월 29일 베네딕토 16세께서 반포하신 『진리안의 사랑』에서 반복됩니다.

 

이렇게 보면 『새로운 사태(일명 ‘노동헌장’)』가 가장 자주,『민족들의 발전』이 두 번째로 자주 반복·기념된 회칙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노동’과 ‘발전(이 회칙에서는 개발)’이 한 인간, 더 넓게는 인류 사회의 중요한 주제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반포 배경

 

이 회칙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1987년 12월 30일에 『민족들의 발전』 20주년을 기념해 반포하셨습니다. 당연히 ‘발전’이 주제입니다. 하지만 이 회칙은 『새로운 사태』와의 연속성도 강조합니다. 또한 이전 회칙들에 비해 정치인, 경제인에게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역할이 충분하지 않았으니 새삼 본연의 역할을 강조하겠다는 뜻입니다. 특히 『민족들의 발전』 반포 이후 20여 년동안 세계 경제, 정치 현실이 연속성을 띠면서도 큰 변화를 이룩한 점에 관심을 갖습니다. 그에 따라 ‘발전(development)’ 개념을 더 완전하고 상세히 규정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그래서 새로 다루게 된 내용들이 전쟁, 저개발국과 세계 불의 등의 문제입니다.

 

이 회칙은 ‘발전’ 문제에서 나타나는 제반 견해들을 수용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심도 있게 학문적 논증을 시도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세계 경제구조의 획기적 변혁을 위해 자본주의나 사회주의가 아닌 제3의 길을 제시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다만 강대국들이 책임감 있게 제 역할을 다하고, 경제·정치적 태도와 행동을 바꿀 필요성은 강조하였습니다.

 

 

회칙의 주요 내용

 

서론(1~5항) : 사회교리의 원칙을 재확인합니다. 사회교리를 이성적 사색(자연법 전통)과 인간학(인문학과 사회과학)의 보조를 받으며 현세 사회를 책임지고 건설하는 교회(신자들)의 소명에 호응하도록 인도하는 노력이라 정의합니다. 그러면서 사회교리가 전임 교황들이 가르친 바와 연속성을 가지면서도 역사적 사건의 변화, 인간 생활 조건이 바뀌는 데 따라 적응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부단한 쇄신도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방법론으로는 현대 세계에 대한 신학적 탐구와 이전에서부터 강조해온 가르침, 발전 개념을 더 상세하고 완벽하게 규정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민족들의 발전』의 참신성(5~10항) : 이 회칙이 선의의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경제와 사회에 국한시켜 ‘민족들의 발전’을 다루었으며, 사회문제에 대해 폭넓은 관심을 표명하였음은 물론, 교회의 사회교리 전체에 고유하게 공헌한 바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를테면 ‘발전은 평화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점입니다.

 

현대 세계에 대한 진단(11~26항) : 회칙의 3부에 해당하는 이 부분에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합니다. 우선 회칙은 선진 북반구와 개발도상국의 남반구 사이의 격차가 확대일로에 있음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원인을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태만, 특히 경제적, 정치적 권력을 잡고 있는 자들의 태만이라 진단하였습니다. 선진국과 저개발국 사이의 상호의존관계를 가리키는 지표인 국제부채 문제도 심각해졌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자본주의와 마르크스주의는 동서 간 긴장을 낳았고, 여전히 둘 다 불완전하고 철저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무기 거래도 각 나라들이 가장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세계가 선(善)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세계 도처에서 수많은 인권단체들이 인간 존엄성의 기치를 높이 들고 인권 유린에 대항하면서 보다 나은 세계 건설에 투신하는 일을 매우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였습니다.

 

진정한 인간 발전(27-34항) : 발전이 세속적 개념이 아니라, 인간 소명의 본질을 나타내는 현대적 표현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발전이나 경제의 목표가 하느님께 잘 나가는 방법, 신앙이나 인격 성숙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논의된 문제들에 대한 신학적 해석(35~40항) : 세상의 죄의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공동선에 투신하는 강력하고 항속적인 결의를 요청합니다. 그 한 방법으로 연대성을 요구합니다. 연대를 평화와 발전에 이르는 방법으로 제시하였던 것입니다.

 

41~45항에서는 사회교리를 신자들에게 가르치는 일이 복음 선포 사명의 일부라고 가르칩니다. 동시에 악과 불의를 단죄하는 일도 복음 선포 중 봉사직의 한 부분이자, 교회의 예언적 역할의 한 측면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회칙의 의의

 

이 회칙은 부유한 국가들의 경제 사회 정책과 그 결과들을 강도있게 비판합니다. 특히 범 지구 차원에서 나타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강한 어조로 비판합니다. 또한 부자 나라들이 제3세계의 생활수준 향상에 대한 노력은 소홀히 하면서 무기생산, 제공, 판매 등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점도 비판합니다. 정부가 소득분배를 정의롭게 실현하기 위해 누진과세, 복지정책, 주거시설 확충 및 의료혜택, 사회적 차원의 원조계획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라 요구합니다.

 

현대의 경제-정치적 현실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도록 촉구하면서 요한 바오로 2세는 비오 12세의 ‘정의의 열매인 평화(opus justitiae pax)’라는 사상을 이어받아 ‘연대 의식의 열매인 평화(opus solidaritas pax)’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연대감을 사회-경제적 불평등,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제국주의, 상호불신, 자유를 희생시키는 과도한 안정추구, 약소국가의 영토합병에 대한 올바른 신앙의 응답으로 보았던 것이지요. 이렇게 요한 바오로 2세는 ‘연대성의 신학’을 개발하여 남북 격차, 동서 투쟁에 도전하였습니다. 그는 인간에게 합당한 고상함과 품위를 되찾아주기 위해 과감하게 현실을 분석하고 그에 따라 해결 원리를 제시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2017년 9월 17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의정부주보 5-6면, 박문수 프란치스코 박사(사목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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