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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41: 고딕 성당의 첫걸음 - 상스의 생테티엔 주교좌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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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2-07 ㅣ No.767

[성당 이야기] (41) 고딕 성당의 첫걸음


상스의 생테티엔 주교좌성당(Cathedrale Saint-Etienne de Sens)

 

 

생드니 수도원장 쉬제는 정치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종교적 기반을 가지고 첨단의 건축술을 구가한 건축가였습니다. 물론 당시의 성직자들이 성당 건축에 관여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건축에 대한 안목이 깊었던 그는 유능한 장인을 기용하고 그들과 건축 자재를 구하러 직접 다녔을 뿐만 아니라, 설계를 주도하고 현장에서 공사를 감독하였습니다. 그는 성당 건축이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담아내고 예술적 완성도를 표현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이러한 쉬제의 노력은 일드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하나의 건축학파를 형성하여, 고딕 성당이 유기적 구조로 발전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고딕 구조의 발전은 우선 ‘리브’의 발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리브’란 볼트 천장을 받치고 있는 갈빗대 모양의 부재입니다. 볼트가 수직으로 교차하는 것을 ‘그로인 볼트’라고 하는데 그것에 리브가 더해지면 ‘리브 그로인 볼트’라고 말합니다. 로마네스크에서 고딕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르쎄의 삼위일체 성당(→ 성당이야기 37회)을 소개하면서, 이미 캉의 생테티엔(→ 성당이야기 26회)과 더럼 대성당(→ 성당이야기 31회)에서 리브 그로인 볼트가 불완전하게나마 시공되었고, 르쎄에서는 리브의 구조적 역할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를 구조적으로 완성한 것이 쉬제를 중심으로 하는 일드프랑스의 건축가들이었습니다. 리브가 천장에서 구조적으로 역할을 하자 천장의 두께가 얇아져서 천장의 하중이 1/3로 줄었습니다. 또한 리브를 먼저 시공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천장을 만들었기 때문에, 천장이 정방형이 아닌 장방형이나 사다리꼴이어도 시공이 용이했고, 공사 기간도 단축되었습니다. 이제 하중은 천장에서 벽체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리브를 따라 기둥으로 전달되었습니다. 따라서 리브 하나에 기둥이 하나씩 대응되었고 이것이 여러 개 합쳐져 ‘다발 기둥’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리브와 다발 기둥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룬 곳이 상스의 생테티엔 주교좌성당입니다. 이 성당은 6분 볼트 천장이어서(→ 성당이야기 26회), 대각선 리브가 내려오는 곳에는 주기둥이 세워지고, 가운데 횡방향 리브가 내려오는 곳에는 부기둥이 세워집니다. 이럴 경우 주기둥에는 네이브 천장에서 5개의 리브가 아일 천장에서 3개의 리브가 내려와 8개의 대응 기둥이 합쳐진 다발 기둥이 생깁니다. 반면 부기둥에는 3개의 리브가 내려오고 거기에 대응 기둥이 1개만 형성되어 있습니다. 상스의 생테티엔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은 로마네스크에 비해서 주기둥과 부기둥의 크기가 확연히 차이가 나는 점입니다. 그 결과 부기둥은 벽체를 구분짓는 것이 아니라 벽체에 속해 있는 느낌을 받으며 벽면을 가볍고 넓게 보이게 합니다. 그리고 부기둥 아래의 코어 기둥은 하나의 원기둥이 아니라 횡방향으로 두 개가 세워져 있는데, 이는 구조적으로 안전한 기하면서 성당에 빛을 많이 끌어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2020년 12월 6일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의정부주보 7면, 김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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