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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40: 베드로 사도 무덤 발굴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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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9-29 ㅣ No.609

[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 (40) 베드로 사도 무덤 발굴 작업


마르틴 루터의 오해, 베드로 무덤이 가짜라고요?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월 일반알현 때 혜윰터 이세연 대표로부터 「어부의 무덤」 한국어 번역본을 받아들고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미국의 유력 매체 뉴욕 타임스는 1949년 8월 22일 ‘희대의 특종’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습니다. 카밀레 잔파리 기자가 쓴 바티칸발(發) 기사였습니다.

 

성 베드로 유골 발견! 언론인들은 이런 기사를 희대의 특종이라고 부릅니다. 바티칸이라는 기관의 성격을 고려할 때 이런 특종을 한다는 것은 수십 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기 때문입니다. 1년 뒤 비오 12세 교황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 “베드로 사도의 무덤이 발견되었다”고 뉴욕 타임스의 특종 보도를 확인해 주었습니다.

 

바티칸발 희대의 특종이 2013년에도 있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그해 2월 특별 담화문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라틴어로 작성한 담화였습니다. 바티칸 출입기자들이 대변인실의 번역을 기다리는 동안, 라틴어에 능통했던 이탈리아 안사(ANSA)통신의 지오바나 치리 기자가 ‘베네딕토 16세 교황 사임’이라고 1보를 타전했습니다. 100명이 넘는 출입기자들이 꼼짝없이 물먹고 말았지요.

 

 

베드로 사도 묘지의 진위 여부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에는 베드로 사도의 무덤이 있습니다. 이곳은 가톨릭 최고의 성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베드로 사도 묘지의 진위를 놓고 말들이 많았답니다. 불을 지른 사람은 종교개혁을 주창했던 마르틴 루터였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로마에 왔다는 어떤 물증이 없다. 베드로 대성전 지하에는 베드로 무덤이 없다. 가톨릭은 이교도의 무덤 위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다.”

 

종교개혁 이전에도 이런 소문이 있기는 했지만, 루터의 발언은 가톨릭의 자존심에 칼을 꽂았습니다. 사실 베드로 사도가 로마에 왔다는 기록이 성경에 없거든요. 베드로 사도가 로마에 와서 박해를 받았고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처형당했으며, 시신이 바티칸 공동묘지에 묻혔다는 이야기는 전승일 뿐입니다. 교황청이 사실 확인에 나섰습니다. 베드로 사도 무덤을 발굴하여 물증을 공개하는 전략을 세운 것입니다. 두 번(1513년과 1683년)에 걸쳐 발굴을 시도했으나 중단되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와 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비오 12세 교황(재위 1939년~1958년)이 결단을 내렸습니다. 전임자인 비오 11세 교황의 무덤을 대성전 지하에 만드는 과정에서 유력한 단서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비오 12세 교황은 ‘베드로 무덤 발굴팀’을 극비 구성하여 1940년 발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비밀 유지를 위해 발굴팀은 바티칸 내부 인사로 차출되었고, 삽과 곡괭이 등 재래식 장비로만 작업하도록 했습니다. 전동장비를 사용할 경우 소음으로 인해 외부인들이 눈치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순례자들은 평소처럼 베드로 대성전을 드나들었고 지하에서는 발굴팀이 두더지처럼 흙더미를 파고 있었던 것입니다. 작업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불가피한 조치였습니다. 비용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미국의 석유재벌 조지 스트레이크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세상은 2차 세계대전으로 시끄러웠지만, 베드로 사도 무덤 발굴 작업은 감쪽같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뉴욕 타임스의 특종 보도가 터진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 무덤 발굴 사업은 몇 번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천재 고고학자이자 금석학자인 마르가리다 과르두치의 헌신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과르두치는 지하 무덤에서 “베드로가 여기 있다”, “베드로여,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라고 쓰인 명문(銘文)과 1~2세기 로마에서 통용되었던 동전 봉헌물 등을 다수 찾아냈습니다. 베드로 사도의 무덤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결정적인 물증들입니다. 루터의 주장이 낭설임이 자연스럽게 밝혀진 것이지요.

 

 

74년 걸린 무덤 발굴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3년 3월 취임 직후 베드로 사도 무덤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해 11월 베드로 광장에서 특별 미사를 집전하면서 베드로 성인의 유해를 공개했습니다. 교황님은 이 자리에서 “이 뼈들이 진실로 베드로 성인의 유해다”라고 광장에 모인 순례자들과 전 세계에 선언한 것입니다. 준비과정에서부터 장장 74년이 걸린 베드로 사도의 무덤 발굴 프로젝트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미국의 작가 존 오닐은 2018년 교황청의 협조를 받아 「어부의 무덤」을 출판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베드로 무덤 발굴 프로젝트를 흥미진진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혜윰터 출판(대표 이세연)에서 우리말 번역본을 내놓았습니다. 이세연 대표는 올해 2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알현하는 자리에서 한국어 번역본을 증정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9월 27일, 이백만(요셉, 주교황청 한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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