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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우리 함께, 지금 당장 시작해요! 가톨릭기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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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7-14 ㅣ No.1755

[더불어 사는 세상] 우리 함께, 지금 당장 시작해요! 가톨릭기후행동

 

 

코로나19로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낯선 일상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동안 빠르고 편리하게 사느라 밀쳐두었던 진짜 중요한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 가장 긴박한 문제를 꼽는다면 단연 기후위기이다. 기후위기에서 비롯된 생태계 파괴가 코로나19 사태의 원인이라는 진단은 반박할 수 없는 진실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이미 이 위기를 내다보고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하며 줄곧 ‘생태적 회개’를 호소해왔다.

 

지난 5월 16일 반포 5주년 기념주간을 맞아 명동 거리에서 강우일 주교를 비롯해 200여 명이 손 팻말을 들고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행동에 함께했다. 아주 작은 행동이었지만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새길 수 있었다. 이 행사를 준비한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김종화(작은형제회) 신부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만났다.

 

올해 1월 20일 공식 출범한 가톨릭기후행동은 사제, 수도자, 평신도, 청년이 함께하는 연대체로 이들이 공동대표를 맡아 운영하며 기도와 교육, 행동, 연대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선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거든요. 저도 2017년부터 세계기후총회에 참석하며 심각성을 알게 되었어요.” 김종화 신부는 지난해 방문했던 미얀마의 경우 중부지역이 원형탈모처럼 사막화되어가고,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열대우림에서는 숲이 사라지고 있으며, 몽골은 극심한 대기오염과 사막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고 기후 취약국들의 상황도 전해준다. 코로나를 겪으며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깨우쳤기에 아시아 이웃 나라들의 참담한 현실이 먼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신자들에게 「찬미받으소서」 회칙이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생태적 회개’ 같은 말이 생소하지만 사실 용어보다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생활방식을 바꾸기가 어려운 것 아닐까요. 느리고, 작고, 소박하고, 불편하게요.” 결국 「찬미받으소서」의 골자는 지구 생명체가 죽어가고 있으니 함께 살자는 이야기라고 정리해준다. 하지만 이제 지구 생태계는 개인적인 실천만으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범국가적인 기후위기 정책을 통해 기업과 정부, 산업계 전반이 바뀔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해요.” 그중 직접적인 행동으로 ‘투자철회운동’을 권한다. 이는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화력기업에 투자하는 금융에서 자산을 철회하고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하는 은행에 재투자하는 운동이다.

 

“일상의 작은 실천들도 중요하지만 이런 직접적인 행동에 동참하면 더 큰 힘을 실어줄 수 있어요.” 은행이나 기업의 운영체계도 꼼꼼히 살피고 올바르게 투자하는 것도 지구를 살리는 큰 지혜가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코로나를 맞으며 바이러스의 원인보다 경제적인 문제에 집중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개발과 성장 지향에서 생명과 생태 중심의 탈성장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경제라는 말도 교회 철학 용어인 ‘오이코스’, 집이란 개념에서 나왔어요. 그러니 전체 집을 관리하는 것, 불평등하지 않고 약한 이들까지 돌본다는 개념인 거죠.” 김 신부는 이는 소유가 아닌 순환의 개념으로 ‘성부 성자 성령께서 끊임없이 서로 주고받으시는 삼위일체 신비’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풀어준다. 또 프란치스코 영성인 복음적 가난과 맞닿아 있는데 하느님께서 주신 모든 것을 감사로이 잘 사용하고 나누고 돌려드리는 감사와 무상성을 살아가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해 시대의 징표를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며 김 신부는 종교인의 역할에 대한 숙고를 나눈다. “그동안 우리는 미사를 드리는 제사장의 역할만을 강조했는데 사회적 역할도 있어요. 빵을 나누고 공정하게 분배하던 초대교회 부제의 역할이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주변에 취약하고 불평등한 사람들을 찾으러 나가는 것도 그리스도인의 역할인데 간과하고 있었어요. 코로나는 모이는 교회를 넘어 흩어지는 교회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요.”

 

‘흩어지는 교회’라는 말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김종화 신부는 가톨릭기후행동의 금요기후행동으로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현장 방문 계획을 전했다. 유럽에선 이산화탄소 배출 주범으로 이미 사양길에 들어섰지만 당혹스럽게도 한국은 앞으로도 7개의 발전소 건설이 예정된 현실이기에, 매달 전국 석탄화력발전소를 찾아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려 한다고.

 

며칠 후 가톨릭기후행동의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공사현장 방문에 동행했다. 이른 아침, 서울에서 출발해 세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곳은 삼척 안정산 입구다. 삼척은 물론 서울과 대전에서도 삼삼오오 모여왔다. 대부분 처음 보는 얼굴들이지만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이것이 연대의 신비 아닐는지.

 

안정산 중턱에 30여 명이 둘러섰다. 간간이 들려오는 묵직한 발파 굉음은 공사현장이 가까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프란치스코 재속회원으로 오랫동안 삼척탈핵활동을 해온 김덕년(미카엘) 씨는 이곳에 세워지는 석탄화력발전소의 부당함과 위험성을 조목조목 짚어준다. “화력발전소는 발전소와 항만 부대시설 공사비는 물론 완공 후 유지비용도 엄청납니다. 그에 비해 태양광은 1/3밖에 안 들어요. 부대시설도 필요 없고요.” 그의 목소리엔 절박함이 가득하다. “게다가 공사 중에 동굴이 발견되었어요. 총 거리가 1,310미터에 이르는 큰 동굴이에요.” 천연동굴로 지정될 만한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지만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공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탄식을 쏟아낸다. 특히 이 동굴 안에 멸종위기 종인 붉은박쥐와 토끼박쥐가 살고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고 한다.

 

공사현장으로 향하는 산길, 지천으로 열린 산딸기와 각양각색 고운 야생화들이 더 가슴 아리게 한다. 정상에 오르니 깊은 산자락 아래 짙푸른 풍경과는 이물감이 드는 생경한 광경이 펼쳐진다. 회색빛 공사현장이다. 엄청난 규모에 입이 벌어진다. 김덕년 씨는 공사장 한 지점을 가리키더니 동굴 입구라고 알려준다. 땅콩 모양으로 축대를 쌓고 시멘트로 막아두었다. 발전소는 공사 자체만으로도 이미 산과 바다의 생태를 파괴하고 있었고, 완공되면 이산화탄소 배출로 대기까지 오염시키게 될 것이다. 함께 모인 이들은 공사현장을 뒤로하고 피켓을 높이 들었다. 거대한 골리앗 앞에 선 작은 다윗들 같았다. 하지만 다윗에게 힘과 지혜를 주시는 분께 닿기를 바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구호를 외쳤다.

 

산을 내려와 맹방해변의 공사현장도 멀리서 지켜보았다. 아름다운 백사장으로 유명했다는 해변은 침식되어 모래는 사라지고 흉물스런 공사 구조물들이 들어서 있다. 안타까운 마음을 추스르며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위해 발로 뛰는 이들, 연대하기 위해 달려온 이들이 둘러앉았다. 그동안 해온 갖가지 노력들을 귀 기울여 듣고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시간이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임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따뜻한 힘과 위로가 오가고 있었다. 30여 년 동안 삼척탈핵운동의 중심에서 활동해온 박홍표 신부는 “이 투쟁의 승리보다 우리가 하느님의 피조물을 보호하는 데 마음 모으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라며 지친 마음들을 토닥여주었다. 더불어 ‘우리가 하는 일들이 미약하고 힘겹지만, 이 작은 그러나 진심어린 힘들이 모여 길을 만들 거라 믿는다’며 용기를 북돋워준다.

 

일정을 마무리하며 프란치스코와 글라라 성인 이콘을 앞에 두고 미사를 드렸다. 김종화 신부는 “삼척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코로나가 이미 알려주었듯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습니다.”라는 말로 강론을 열었다. 가톨릭기후행동은 앞으로 울고 있는 사람들, 파괴되는 현장에 함께할 것이라고 밝히는 그에게서 단단한 결기가 느껴진다.

 

지구의 온도는 산업혁명 이후 200년 사이 급격히 올랐다. 우리가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에서 돌아서지 않으면 2030년엔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하고 그땐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위기 속에서 위기를 모르는 것이 가장 큰 위기다!’라고 일갈했다. 어쩌면 코로나는 ‘공동의 집’에 거처하는 인류를 향한 마지막 경고장이자 초대장이 아닐까. 지금 당장 멈추고 돌아서라는,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라는…. 우리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할지라도 그 힘들이 하나로 모여 두드린다면 분명 희망은 그 문을 열어줄 것이다!

 

[생활성서, 2020년 7월호, 글 신효진 편집장 · 사진 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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