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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찬미받으소서 주간, 의미와 회칙 제대로 알기, 한국 교회 환경 운동과 실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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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5-17 ㅣ No.1738

「찬미받으소서」 주간, 의미와 회칙 제대로 알기


서로 연결된 하느님의 피조물… 인간은 공동의 집 지킬 관리자

 

 

공동의 집 지구의 눈물을 닦읍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반포한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키기 위해 모두가 생태적 회심으로 피조물을 보호하는 데 적극 나서도록 이끈 ‘21세기 생태 지침서’다. 지구 환경 파괴와 관련한 원인을 현대의 경제ㆍ사회ㆍ문화ㆍ범국가적 차원에 걸쳐 종합적인 고찰을 통해 ‘통합생태론’을 제시한 문헌이기도 하다. 1891년 가톨릭 사회교리 정립에 기여한 회칙 「새로운 사태」 이후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교황 문헌으로 평가받는다.

 

「찬미받으소서」는 2015년 12월 파리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그해 초 반포된 문헌으로서 기후위기에 대처해야 할 국제사회 전반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5년 만인 올해 11월 영국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내년으로 연기됐다. 교황은 이에 맞춰 가톨릭 신자를 비롯한 지구촌 모든 구성원이 국제행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며 ‘찬미받으소서 주간’을 지내도록 했다.

 

‘찬미받으소서 주간’(16~24일)은 더 절실한 마음으로 우리 공동의 집을 돌보기 위한 행동에 교회가 다시금 나서는 기간이다. 늘 국제사회와 이웃과의 연대를 강조해온 교황은 모두의 협력 없이는 기후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찬미받으소서 주간’은 우리 교회 스스로 통합적 생태 영성을 잘 실천하는지 평가하고, 공동의 집을 가꾸기 위해 재출발하는 의미를 지닌다.

 

 

0.5℃에 지구 운명이 바뀐다

 

한국 주교단은 ‘찬미받으소서 주간’을 맞아 발표한 성명서에서 특별히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피력했다. 지구 환경 변화의 시작이 기후에서 비롯되며, 오늘날 가장 시급한 과제가 지구 온난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활동은 19세기 산업화 이후 지구 연평균 기온을 1℃ 상승시켰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18년 발표한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2006~2015년의 10년간 관측된 전 지구 평균 표면 온도는 1850~1900년의 평균보다 0.8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곳곳에서 온난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북극에서는 2~3배 더 크게 그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지구 표면 온도가 지금보다 0.5℃ 높아지면, 해수면 상승과 염수 침입, 홍수, 이상 기온, 생태계 파괴, 기반 시설 피해, 동식물 멸종, 열에 의한 질병 창궐 및 사망, 식량 감소 등 지구촌 피해는 이루 나열할 수가 없다. 보고서는 2030~2052년 사이 1.5℃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찬미받으소서」 제대로 읽기

 

「찬미받으소서」 내용을 속속들이 아는 신자들은 얼마나 될까. 총 6장 246항이라는 분량에 압박을 느껴 읽기를 주저한 이도 많을 것이다. 이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회칙 ‘제대로 읽기’를 돕기 위해 「찬미받으소서」 요약 설명을 담은 강론집을 내놨다.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김종화 신부(작은형제회 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위원장)는 「찬미받으소서」의 원천은 바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이라고 강조했다. “성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고자 하느님과 이웃, 자연, 그리고 자기 자신과 조화를 이루며 소박한 삶을 산 분”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인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찬미받으소서」에서 통합생태론을 전개한다”고 설명했다. 회칙 제4장에 나오는 통합생태론은 자연환경은 물론 이를 둘러싼 인간 활동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차원을 모두 아우르는 생태론이다. 김 신부는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사랑으로 선물하셨다”(「찬미받으소서」 220항 참조)며 “세상의 모든 좋은 것을 하느님께 되돌려 드리는 것이 우리 인간의 역할이며 프란치스코 성인이 깨달은 참된 복음적 가난의 태도”라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 백종연 신부(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장)는 “「찬미받으소서」는 하느님께서 피조물 안에 현존하시며, 말씀이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창조된 이 세상은 하느님을 향해 존재한다는 진리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회칙이 다른 피조물들도 중요한 존재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인간이 다른 피조물과 함께 살아가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피조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찬미받으소서」는 인간이 이 세상의 일부이며 구성원이라는 것, 우리가 다른 피조물들과 함께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 지구가 겪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피조물을 돌보는 일을 넘어서 동시에 우리 인간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이재돈 신부는 “「찬미받으소서」는 우리 생활의 변화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물질문명이 제공하는 편리함에 중독된 소비지향적인 삶을 벗어나 물질적으로 검소하되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 신부는 “우리가 「찬미받으소서」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본당마다 생태사도직 단체 ‘하늘땅물벗’을 설립해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생태 보전운동을 효과적이고 지속해 진행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강우일 주교도 「찬미받으소서」 가르침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때라고 역설했다. “우리는 모세처럼, 예수님처럼, 불의에 직면했을 때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며 “하느님께서 영겁의 세월 동안 뜸 들여 빚으시고 가꾸어 오신 피조물들의 생명과 조화를 순식간에 파괴하여 죽음과 혼돈의 땅으로 만드는 반창조적 현상을 보고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5월 17일, 이정훈 기자]

 

 

「찬미받으소서」 주간, 한국 교회 환경 운동과 실천 사례


주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건강한 지구’ 위해 앞장서는 사람들

 

 

- 2019년 10월 하늘땅물벗 창립 3주년 잔치에서 회원들이 업사이클링 제품을 직접 만들어 보고 있다.

 

 

생태적 회심도 중요하지만, 생태적 삶과 실천은 더 중요하다. 모든 힘은 ‘풀뿌리’에서 나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생태사도직 단체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 기념 주간(5월 16∼24일)을 맞아 한국 교회의 생태사도직 단체들을 소개한다.

 

 

하늘땅물벗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생태사도직 단체 ‘하늘땅물벗’(회장 홍태희 스테파노)은 특별하다. 만들어진 지 25년 만에 평신도 사도직 생태단체로 인준된 역사가 있다.

 

1990년 1월 1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담화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하는 평화」를 발표했다. 환경 문제만을 다룬 첫 번째 교회 문헌이었다. 이에 한국 교회에서도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생활실천부 중심으로 창조질서보전 운동이 활기를 띠었다. 1991년에 마침내 환경 운동에 관심이 많은 사제ㆍ수도자ㆍ평신도가 모여 하늘땅물벗을 조직하고 여러 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사도직 단체로 정착하지는 못했다. 교회 내 환경 운동 활성화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반포한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였다. 회칙은 환경 운동 지침서로서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는 2016년 10월 4일 하늘땅물벗을 생태사도직 단체로 창립했다. 이날은 교회 생태 운동의 수호성인인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기념일이었다. 하늘땅물벗은 이듬해 2월 교구 평신도 사립단체로 공식 인준됐고, 10월에 활동 지침을 담은 「하늘땅물벗 길잡이」 교본을 출간했다.

 

현재 하늘땅물벗에는 신학생들로 이뤄진 낙산벗, 생태영성학교 출신들이 모인 누리보듬벗, 청년들 중심인 벨루가벗, 교구벗, 포이동본당 발효곰실벗 등 11개 본당 단위 벗들이 활동한다. 하늘땅물벗은 4년째 생태 교육과 생태적 회개 운동, 생태적 생활양식 실천, 본당ㆍ지역공동체에서의 생태활동, 즐거운 지구 살리기 운동 참여 등을 통해 생태적 실천을 구현해 나가고 있다. 기후위기 극복 역시 최근 하늘땅물벗의 주요 관심 사안이다. 지난해에는 「기후변화 극복을 위한 하늘땅물벗 본당 활동 안내서」를 발간해 본당 신자들이 「찬미받으소서」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처럼 서울대교구에서 시작되면서 인천교구도 지난해 2월 ‘하늘땅물벗’을 인준해 본당 벗들이 생겨났고, 제주교구도 최근 ‘하늘땅물벗’ 사도직단체 인준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 곰네들ㆍ수원 마중물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작은 생명환경단체들도 있다. 대구대교구의 ‘곰네들’, 수원교구의 ‘마중물’ 같은 단체들이다. (사)푸른평화 출신 엄마들로 이뤄진 ‘곰네들’(대표 박선희)은 신앙 안에서 도시생태공동체를 꿈꾸는 협동조합이다.

 

2008년 곰네들 누리터를 만들어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체험과 학습의 장이나 인문학교실을 열면서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렸고, 2013년에 대구 매호동에 협동조합을 만들며 본격화했다. 회원 200여 명, 조합원 80여 명 되지만, 녹색 삶과 녹색 공동체, 녹색 미래를 꿈꾸며 ‘작은 공동체’를 지향한다.

 

수원 화서동에 친환경 농산물 매장 ‘창조보전 나눔터 마중물’을 운영하는 ‘마중물’(회장 최순영 율리아나)은 비록 법인체는 아니지만, 먹거리 운동을 통해 꾸준히 지역 내에서 소박한 환경 실천을 이뤄내고 있다.

 

박선희(힐데가르트, 대구 고산본당) 곰네들 대표는 “우리 엄마들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 곧 먹거리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농업은 물론 자연도 바뀌고, 도시도, 생태환경도 바뀔 수 있기에 녹색 삶을 지향하는 도시생태공동체를 일구고 있다”고 귀띔했다.

 

 

환경연대

 

교구별로도 평신도 조직을 통해 꾸준히 환경 실천을 해나가는 단체들도 있다. 안동교구 생명환경연대(대표 전장훈 안드레아), 인천교구 가톨릭환경연대(선임대표 최진형 미카엘) 등이다. 2003년 설립된 안동교구 생명환경연대는 교구 가톨릭농민회,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등과 연계, 생명운동과 친환경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연구와 조사, 교육, 홍보 사업, 환경보전 공동 대응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3년 설립된 인천교구 가톨릭환경연대도 지역사회의 환경 현안, 곧 토양오염이나 갯벌 보호, 섬 쓰레기 문제에 대응하며 기후변화 문제, 어린이 생태보호활동과 생태환경교육 등의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강동마중물

 

‘강동마중물’은 서울 강동구 일대 신자들 10여 명과 비신자 협조단원 몇몇이 모여 활동하는 작은 단체다. 강동구 맑은환경과, 지속가능협의회 환경분과 등 지자체 부서와 연결고리를 만들며 도시 농업에 치중한다.

 

도시 안에서 국ㆍ공유지 공터를 찾아 공동체 텃밭을 일구고, 그마저도 없으면 상자 텃밭도 만든다. 토종 종자 씨앗을 채취하거나 보급하고, 씨앗도서관도 만들어 운영하는 일도 한다. 지자체 환경단체나 마을 공동체와 연대, 주민 환경개선 캠페인도 벌인다. 고덕천을 생태 하천으로 만들고자 수질 개선을 위한 진단키트 조사 활동도 한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이나 가톨릭기후행동 등과 연대, 기후 위기 대응도 한다. 또한, 구청에 제안, 2021년에는 주민들의 환경 인식 개선을 위한 생태 교육도 할 계획이다.

 

김양선(율리아나, 서울 둔촌동본당) 강동마중물 대표는 “혼자 힘으로는 안 되니까, 생태나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연대를 통해 환경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고 전한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위원장 백종연 신부는 “전반적으로 교회 내 생태 문제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는 않지만, 생태 문제는 신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주교님이나 본당 신부님들도 풀뿌리 생태사도직 단체들에 깊은 관심을 두고 격려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생명환경문제에 관련해 교회 전반의 의식 변화를 위한 교육은 교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5월 17일, 오세택ㆍ이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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