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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영화 칼럼: 작은 아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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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5-16 ㅣ No.1199

[영화 칼럼] 작은 아씨들(2020 감독 그레타 거윅)

 

 

툭하면 ‘우리한테 이게 있으면 좋을 텐데’, ‘우리가 저렇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불평하는 아이들이 한 노파를 찾아가 행복해질 수 있는 주문을 가르쳐달라고 합니다. 노파는 이렇게 말해줍니다. “인생이 불만족스러우면 너희가 받은 축복을 떠올리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해라.”

 

아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노파의 입을 빌은 어머니의 가르침이라는 사실을.

 

아버지가 친구의 어려움을 돕다 재산을 잃어 가난해진 ‘작은 아씨들’에게 ‘마치 부인’은 인생에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행복한 삶이 어떤 건지 가르쳐 줍니다. “사랑은 두려움을 몰아내고, 감사하는 마음은 자존심을 이기는 법이란다.”

 

어린 시절 동화로도 읽었을,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자전적 소설 <작은 아씨들> 속의 네 자매는 이런 어머니의 가르침으로,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면서 자신들의 재능과 꿈을 하나씩 이뤄갑니다. 억지스럽지도 않고, 지나치게 순종적이거나 숙명적이지도 않습니다. 그 과정이 유쾌하고, 아름답고, 뭉클합니다. 참기 힘든 아픔도 있습니다.

 

1860년대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마을 콩코드에 사는 ‘작은 아씨들’은 순례자 놀이(천로역정)를 하듯 각자의 짐을 지고, 선함과 행복을 향한 갈망을 길잡이 삼아, 고난과 실수를 극복하면서, 용기를 잃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웃음과 눈물, 존경과 사랑, 믿음과 나눔이 평화에 이르는 여정이며 곧 성장입니다. 1933년, 1949년, 1994년에 이어 지난해 또다시 영화로 찾아온 이유도 그 감동과 아름다움을 확인하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작은 아씨들>에서 진정한 주인공은 딸들이 아닌 어머니 ‘마치 부인’입니다. 그녀는 어린 딸들이 가졌으면 하는 모든 미덕을 먼저 갖춘 본보기입니다. 가난하면서도 더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웃을 돌봅니다. 돈과 지위보다 품성과 인격과 교양이 축복임을 보여줍니다. 타인을 너그럽게 용서합니다. 이보다 더 좋은 자녀교육, 자녀 사랑은 없습니다. ‘자식에게 가장 큰 스승은 부모이고, 가장 좋은 가르침은 부모의 실천’이며 가장 달콤한 대가는 아이들의 사랑과 존경과 믿음입니다.

 

영화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녀에게는 깊은 신앙심이 있습니다. 그것이 딸들에게도 스며듭니다. 그래서 열아홉 살에 죽음을 맞이한 셋째 딸 베스는 하느님에게 자신을 맡기면서 아픔과 슬픔을 희망과 믿음으로 승화시킵니다. 조는 “포기하지 말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누구나 ‘광야의 시험’에 들 때가 있다. 하느님의 힘과 온유함을 본받는다면 모든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고 살아갈 수 있다”는 어머니의 말에 용기를 잃지 않고 작가가 됩니다.

 

그녀는 “모든 근심과 희망, 죄와 슬픔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하느님께 털어놓으라”고 말합니다. 주님은 언제까지나 우리를 돌봐주시고 마음의 평화와 행복, 힘의 원천이 되어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160년 전, 한 어머니의 충고와 믿음이 ‘코로나19’의 고통과 시련 속에 있는 우리의 가슴에까지 와닿는 것 같습니다.

 

[2020년 5월 17일 부활 제6주일 서울주보 5면, 이대현 요나(국민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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