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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함께 만들어요, 생명수호 법안: 임신 유지·출산 · 양육 위해 정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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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4-27 ㅣ No.1732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함께 만들어요, 생명수호 법안 (4) 임신 유지·출산 · 양육 위해 정부는?


국가가 아이 낳아 기르는 사회로 거듭나야

 

 

‘임신 유지·출산·양육을 위한 정부의 수준 높은 지원’은 그동안 낙태 문제 해결의 근본책으로 거론돼왔다. 임신 유지와 출산·양육을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현재로서는 낙태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렇다면 임부의 낙태를 막기 위해 정부의 임신·출산·양육 정책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함께 만들어요, 생명수호 법안’ 이번 편에서는 이를 알아본다.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오노레 도미에의 ‘공화국’. 국가는 국민의 엄마, 아이의 책임자로서 국민을 배불리 먹이고 그 덕에 국민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나라, 그것이 이상적인 공화국의 모습이라는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다. wikimedia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는 공화국으로서 프랑스의 자부심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 하나 있다.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오노레 도미에 작가의 ‘공화국’이라는 작품이다. 이 그림에는 한 여성이 두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고, 여성의 발치에서는 한 아이가 책을 읽고 있다. 그 여성은 한쪽 손에 국기를 굳게 잡고 있는데, 이는 공화국으로서 프랑스의 이상을 잘 그려 준다. 국가는 국민의 엄마, 아이의 책임자로서 국민을 배불리 먹이고 그 덕에 국민은 본인이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야말로 공화국의 전형이라는 묘사다.

 

실제 프랑스에서는 이 같은 사상이 잘 실현되고 있다. ‘아이는 국가가 낳아 기른다’는 철학으로 국가가 임신 유지와 출산·양육을 책임지고, 여성들은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낙태 일부 합법화 국가임에도 프랑스 합계출산율이 1.86명(2017)을 기록하는 비결, 바로 ‘국가의 강한 책임 의식’이다.

 

 

한국에서 아이는 엄마가 낳아 기른다

 

하지만 같은 공화국인데도 한국에서 ‘아이는 엄마가 낳아 기른다.’ 정부의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인식은 주체가 아닌 객체에 머물러 있고 그 탓에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정부 지원도 미미하다. 일례로 정부의 관심 지표라 할 수 있는 지출 비중만 살펴봐도 아이에 대한 국가의 책임 의식은 미흡하다. 2017년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영유아양육지원정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아동 관련 공공 지출 비율은 GDP 대비 1.1%(2013)에 불과했다. 이는 OECD 국가들의 아동 관련 공공 지출 비율 평균(2.1%)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앞서 언급한 프랑스는 이 비율이 2.9%에 달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여전히 1.05명(2017) 수준, 지난해에는 0.92명으로까지 떨어진 데에 대해 정부의 부족한 임신·출산·양육 지원도 영향 미쳤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엄마는 아이와 자신의 삶 둘 중 하나를 포기

 

이렇게 임신·출산·양육을 감당하기 어려운 여성들은 임신을 꺼리거나 임신을 해도 아이와 자신의 삶 둘 중 하나를 포기한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낙태의 가장 주된 이유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였고, 낙태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여성들은 학교에서 자퇴를 강요받거나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고 있다. 올해 초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19년 경력 단절 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여성 3명 중 1명은 임신·출산·양육 등으로 경력 단절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특히 육아 휴직 사용 여성들 중 절반 이상(56.8%)은 다시 회사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말하는 등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임신·출산·양육은 여성에게 큰 부담이 있음을 보여 줬다.

 

 

임신 · 출산 · 양육은 국가적 책임

 

때문에 임신·출산·양육과 관련해 기본적 주체는 여성이 아니라 국가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를 엄마가 아닌 국가가 낳아 기르는 사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윤정 연구위원은 ‘프랑스 저출산 정책의 주요 현황’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프랑스 출산율이 높은 이유는 국가가 자녀 양육에 대한 지원을 보편적으로 아낌없이 제공하고, 여성의 일ㆍ가정생활 양립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양육이 개인 가정의 책임이 아니라, 전 국가적인 책임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상대학교 행정학과 명성준 교수 등도 ‘출산 장려 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연구’ 논문에서 “출산 장려 정책은 자녀를 가질 의사가 있어도 개인적 여건상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의 집합”이라며 “효과적인 출산 장려 정책이 되려면 여성이 육아 문제로 직장생활에 지장을 느끼지 않도록 직장 보육 시설 설치와 같은 보육 지원을 확대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출산·육아에 적절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신문, 2020년 4월 26일, 이소영 기자]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사는 사람들 (4) 출산과 양육 적극 지원하는 나라들

 

 

출산율이 높은 프랑스·스웨덴·영국 등에는 몇몇 공통점이 있다. 보육에 대한 확실한 투자, 일·가정생활의 적정한 균형, 높은 성평등 수준이 그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VIP 리포트: 저출산의 해법, 유럽에서 배운다」에 따르면 프랑스 출산 장려 정책 관련 지출은 한때 GDP 대비 5%(2012)가 넘었다. 현재도 프랑스에서는 아이가 독립할 때까지 가족 수당을 지급하고, 가족 정책 전담 지원 체계 ‘가족 수당 전국 공단’을 통해 전국적으로 보육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이 10명 중 9명은 공립 유치원에서 무상 교육을 받고 있고, 여성은 사회적 지원 체계 덕분에 모성과 자신의 경력 모두를 추구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스웨덴도 보편적 복지 정책에 기반을 둔 여성의 노동 참여 확대, 성평등을 위한 정책적 지원으로 출산율 하락의 위기를 극복했다.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라는 정신으로 보육부터 교육부가 관리하고, 일·가정생활의 양립을 위해 출산 휴가 480일, 12세 이하 아이 병간호 휴가 120일 등을 제공한다. 특히 스웨덴의 전체 보육 시설 중 80%는 공공 보육 시설로, 국가가 아이들을 책임지고 있다. 성평등 수준이 높은 스웨덴에서는 출산 휴가를 반드시 부모가 나눠 사용하게 하고 남성은 의무적으로 2주간의 휴가를 내게 하는 등 육아에서의 성평등 기준도 엄격하다.

 

영국에서는 부모의 소득·재산 등에 상관없이 16세 미만 아이들에게 보편적 아동 수당을 지급한다. 16세 미만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탄력 근무를 할 수 있고, 39주간의 유급 모성 휴가 등이 제공된다. 여성이 출산 후 복직하면 남성은 20주간의 모성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20년 4월 26일,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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