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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교리톡톡 신앙쑥쑥: 주님 봉헌 축일에 왜 초를 축복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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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2-01 ㅣ No.2421

[교리톡톡 신앙쑥쑥] 주님 봉헌 축일에 왜 초를 축복하나요?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주님 봉헌 축일’은 ‘주님 성탄 대축일’ 후 40일째 되는 2월 2일, 성모님께서 모세의 율법대로 정결례를 치르고 요셉 성인과 함께 성전에서 아기 예수님을 하느님께 봉헌한 것(루카 2,22-23)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4세기 말 예루살렘 교회에서 시작된 이 축일은 촛불 행렬과 함께 6세기 동방교회에 전파됩니다. 처음에는 시메온 예언자가 기다리던 메시아를 만난 것에 초점을 두어 ‘만남의 축제’로 지냈습니다. 이 전통은 7세기 이후 서방교회에 전해져 ‘만남의 축제일’ 또는 ‘성모 취결례’라는 이름으로 기념되었고 중세 후반부터는 촛불을 들고 행렬하는 예식에 맞추어 ‘성촉절(聖燭節)’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1970년 이후 교회는 이 축일의 본 의미를 되살리고자 구세주이신 예수님에게 초점을 맞추어 ‘주님 봉헌 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바로 이 축제일에 촛불 행렬을 위해 초를 축복하던 전통이 오늘날 교회 안에 정착되어, 매년 ‘주님 봉헌 축일’에 각 본당과 가정에서 일 년 동안 사용할 초를 미사 중에 축복합니다.

 

그렇다면 전례나 기도 중에 촛불을 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초대교회 신자들은 촛불을 켜는 것이 이교도들 가운데 널리 행하여지던 관습이라 여겨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생명과 구원의 상징으로 장례 때 또는 순교자들의 무덤 앞에서 촛불을 켜기 시작하면서 촛불을 켜는 관습은 서서히 교회 안에 들어와 일반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초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 초는 무엇보다 어둠을 뚫고 이 세상을 밝히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 8,12)라고 말씀하셨고, 또 우리 역시 당신의 빛으로 세상의 빛이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태 5,14 참조). 이처럼 촛불은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가운데 계심을 드러내는 표지이며, 동시에 세상의 빛으로 살아갈 것을 약속하는 우리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둘째 교회가 전례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초는 밀초인데, 이 밀초는 죄 없으신 순결한 어머니 마리아를 통하여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합니다. 벌들은 꿀을 보관하고 알과 애벌레를 키우기 위해 벌집을 짓는데, 이때 벌들이 만들어내는 순수한 물질을 밀랍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밀초를 만드는 벌들의 순결함 안에서 교회는 그리스도를 발견합니다.

 

셋째 초가 스스로 타면서 빛을 내듯이 당신 자신을 희생하심으로써 인류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고결한 희생을 상징합니다. 전례와 기도 안에서 초를 봉헌하는 우리는 예수님처럼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여 사랑을 위한 희생과 헌신을 결심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전례나 기도 안에서 초를 켤 때마다,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순결함과 희생을 본받아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겠다는 마음을 함께 표현하는 것임을 언제나 기억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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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몸을 하느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드려야 하는 합당한 예배입니다. 여러분은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정신을 새롭게 하여 여러분 자신이 변화되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하느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 분별할 수 있게 하십시오.”(로마 12,1-2)

 

[2020년 2월 2일 주님 봉헌 축일(축성 생활의 날) 서울주보 4면, 사목국 기획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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