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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허영엽 신부의 나눔: 다시 우리에게 오신 파티마의 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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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12-11 ㅣ No.662

[허영엽 신부의 ‘나눔’] 다시 우리에게 오신 파티마의 성모님

 

 

- 포르투갈 파티마 성지 광장에서 봉헌된 묵주기도 촛불행렬.

 

 

얼마 전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성지순례는 작년에 포르투갈의 파티마 교구장님께서 10월13일 성모님 발현 기념일에 맞춰 염수정 추기경님에게 전례 주례를 부탁하며 초청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와 평화방송 여행사는 함께 파티마 성지순례를 준비했습니다. 순례단은 포르투갈 일주 순례팀, 스페인 산티아고 도보 순례팀, 그리고 성모 발현지 순례팀으로 모두 세 팀으로 구성했습니다. 팀별로 각자 성지순례를 시작하지만 10월12일 오후에 모두 파티마 성지에서 합류하기로 계획했습니다.

 

저는 성모 발현지 순례팀과 함께했습니다. 벨기에 반뇌를 시작으로 파리와 루르드를 거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지나 파티마에 도착하는 여정이었습니다. 10월5일 토요일 아침, 인천공항에서 모인 신자 30여 분과 간단한 순례자의 기도를 바친 후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우리 일행은 출발 후 여러 성지를 순례한 뒤, 산티아고 성당이 있는 콤포스텔라에서 파티마로 출발했습니다.

약 5시간 정도 거리인 파티마로 가는 길 중간에 들린 휴게소마다 성지로 가는 순례자들로 북적였습니다. 커피 한 잔을 사려 해도 30~40명 뒤에 서야 할 정도였습니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부터 엄마가 끄는 유모차에 실린 예쁜 아기까지 전 세대와 국적을 아우르는 엄청난 인파에 놀랐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전에도 파티마 성지를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꽤나 추운 겨울날이어서 순례객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파티마 성지의 광장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찾은 파티마는 달랐습니다. 오후 6시가 되어 기념식 시작 전례를 할 때 광장을 내려다보니 빈 공간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성지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옆에 있는 한 외국 신부님께서는 이 광장이 가득차면 20여만 명 정도가 모인 것이라고 귀띔해 주었습니다. 파티마는 포르투갈의 작은 도시로 전체 인구가 1만 명 남짓이라고 합니다.

 

 

공산주의자들의 회개위해 로사리오 기도 바칠 것을 당부

 

그렇다면 저 많은 신자들은 도대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 궁금증은 전례에 참석한 사제들을 보고 바로 해결되었습니다. 유럽 각지에서는 물론 아프리카나 미국, 그리고 멕시코, 아르헨티나 남미에서 참석한 사제들도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전 세계의 신자들이 102년 전 파티마에 발현하신 성모님을 기념하기 위해 그 먼 길을 온 것입니다. 따져보면 동쪽의 끝, 대한민국에서도 순례객들이 왔으니 온 세상에서 파티마로 신자들이 모인 것이 맞는 말일 것입니다.

 

파티마는 성모 마리아께서 발현하신 곳으로, 포르투갈 중부 산타렘(Santarem)주의 레이리아(Leiria)교구에 속한 아주 작은 마을입니다. 성모님께서는 1917년 포르투갈 파티마에 살고 있던 세 어린이, 루치아 산토스(1907~2005)와 사촌인 히야친타 마르토(1910~1920)와 프란치스꼬 마르토(1908~1919)에게 발현하셨습니다. 이후 이곳은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성지가 되었습니다.

 

1917년에는 러시아에서 10월 혁명이 일어나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가 수립되었고, 공산주의자들의 무신론 사상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였습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발현하기 전에 먼저 천사의 발현이 있었는데 이는 성모님의 발현을 위한 준비였습니다. 천사는 오른손을 든 채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천사는 1916년 봄, 여름, 가을 등 세 차례에 걸쳐 발현했고 그 다음 해인 1917년 5월13일에 성모님이 파티마에서 발현하셨습니다. 그해 10월까지 매달 13일에 성모님은 파티마의 세 어린이들에게 나타나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성모님은 파티마의 세 어린이들에게 공산주의자들의 회개를 위해 특별히 로사리오 기도를 바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의 등장과 세계의 문제, 특히 교회의 어려운 문제점을 미리 내다 보신 성모님은 이 세상에 발현하셔서 기도로써 세상 구원을 호소하신 것입니다. 또한 성모님께서는 “만일 나의 요구를 듣는다면, 러시아가 회개할 것이며 세계에는 평화가 올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매일 로사리오 기도를 하고 그녀의 순결한 성심에 봉헌할 것과 희생할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나타나신 성모님은 태양보다 더 밝았습니다.

 

성모님은 세 어린이들에게 미래의 3가지 비밀을 알려주셨고, 성모인 자신을 ‘로사리오의 성모’라고 소개합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는 하늘에서 온 사람, 너희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성모님은 목에 지구 형상의 둥근 물체를 걸고 있었고 장미꽃을 들고 있었습니다. 성모님은 어린이들에게 매일 로사리오 기도를 바칠 것과 다른 이들도 똑같이 할 것을 청하셨습니다. 인류가 열심히 기도하면 끔찍한 세계대전을 끝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후 성모님의 예언대로 몇 년 후 히야친타와 프란치스코는 세상을 떠나고 루시아 혼자 남아 수도원에 들어가 평생 수도자의 삶을 살았습니다. 지금도 파티마 성지에서는 성모님 발현 일에 맞춰 전 세계 신자들이 모여 기도와 기념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기적은 기도를 하는 우리의 삶 곳곳에서 지금도 이루어져

 

우리 일행은 도착하자마자 12일 토요일 밤 9시에 파티마 성지에서의 묵주기도에 참석했습니다. 묵주기도 환희의 신비 두 번째 단은 한국어로 봉헌되었습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파티마 광장에 한국어가 울려 퍼지자 한국 신자들은 목이 메었습니다. 어두운 밤에 이루어진 야간 촛불 기도는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말과 문화가 전혀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하는 기도였지만 우리는 영적으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국적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마음으로 하나의 기도를 함께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기적과 다름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간절한 기도 중에 파티마 성모님이 다시 우리들 가운데로 오셨다고 믿습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늘 자신을 ‘순례자’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의 나그네 순례 여정을 마치는 날, 하느님과 함께 할 영원의 시간을 희망하며 사는 존재입니다. 그런 우리가 매일 순례를 떠나는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더불어 나의 삶의 자리를 성스러운 땅, 성지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은총을 하느님께 청해봅니다. 기적은 기도를 하는 우리의 삶 곳곳에서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지나친 생각일까요? 여러분 곁에도 항상 기도와 기적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9년 12월호,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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