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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음욕 - 음욕의 심리와 해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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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10-30 ㅣ No.970

[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 음욕] 음욕의 심리와 해독제

 

 

현대 심리학과 음욕

 

칠죄종의 ‘음욕’도 단순히 ‘심리적 문제’로만 축소할 수 없다. 다만 심리학적 측면을 관찰함으로써 음욕에 대해 폭넓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이상 성 행동 - 심리학은 무엇을 비정상적인 성 행동이라고 말할까?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성적 행동을 정상과 비정상(이상 성 행동)으로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시대와 문화, 사회, 그리고 학자들에 따라 그 기준과 경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성에 대해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성관계를 추한 것으로 여기며 엄격히 제한했던 19세기 빅토리아 왕조 시대다. 이 시기는 자녀 출산과 무관한 성관계는 성적 일탈이며, 나아가 그런 목적이 아니면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도 금했다. 남성은 성에 관련된 감정 표현을 억제해야 했고 여성은 성관계에 수동적이어야 했다.

 

그 뒤 현대 심리학의 초기 학자들은 이상 성 행동의 기준을 성행위가 성기 이외의 신체 부위에 집중하거나 이성과의 성교가 성기가 아닌 다른 것으로 대체되고 일반적이지 않은 성행위의 양상을 띠는 것으로 보았다. 이후 정신 분석가들은 인간 모두에게 잠재적인 ‘변태적인 핵’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좀 더 관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들은 상대에게 자신의 개인적 소망을 강요하거나, 소아 또는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이들을 유혹하는 경우로 이상 성 행동을 한정하기도 했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미국의 정신 의학 진단 편람(DSM-V)에서는 이상 성 행동을 정신 질환으로 보면서 이를 성기능, 성 불편증, 성도착 장애로 구분하였다. 여기서 특별히 주목하게 되는 것은, 성도착증으로 그 하위 유형에는 관음과 노출, 접촉 마찰, 성적 피학대, 성적 가학, 아동 성애, 성애물, 의상 전환 장애 등이 있다.

 

• 성도착 장애 - 성도착 장애는 성행위 대상이나 방식에서 비정상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들은 인간이 아닌 대상(동물, 물건)이나 아동을 비롯해 동의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성행위를 하거나 자신이나 상대방이 고통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방식을 지닌다. 정신 분석학자들은 성도착이 유아적 형태의 성으로 퇴행하고 고착된 것이 성인기까지가는 것으로, 소아기의 치욕스러운 경험을 성인기의 승리로 대체시키는 것이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성도착은 남성들에게만 나타난다고 여겼지만, 최근의 연구는 여성에게도 남성과 다른 형태의 성도착이 관찰되는 점에 주목한다.

 

또한 도착증 환자의 30% 미만은 한 가지 이상 성 행동에 국한되지만, 일부는 다른 행동으로 옮겨 가기도 한다. 예컨대 의상 전환 장애를 보이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아동 성애나 성적 가학 장애로 바뀔 수 있다. 성도착과 같은 이상 성 행동은 정신 질환을 지닌 이들만이 아니라 신경증 또는 비교적 건강한 이들에게서도 관찰된다. 예컨대 경계성 인격 장애나 반사회성 인격 장애를 지닌 이들에게는 성 가학증이나 아동 성애증 등이 흔하게 발생한다.

 

또한 연극성 성격이나 자기애성 성격을 지닌 일반인에게도 성적인 매력을 통해 다른 이의 관심을 얻으려 하거나 여러 상대를 통해 애정 또는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려는 경향을 보이면서 관음이나 노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성도착의 하위 범주에는 많은 사건 사고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많이 알려진 노출증, 관음증, 아동 성애 등이 포함된다. 노출증은 자신의 성기를 이성에게 보임으로써 성적, 심리적 쾌감과 흥분을 느끼는 증상으로 환자 대부분이 기혼한 성인이다. 현재 성범죄자의 30% 정도가 노출증이며 그 가운데 많게는 절반 정도가 재범자가 된다.

 

관음증은 이성과의 성적 접촉에서 얻는 쾌감보다 이성이나 동성의 나체를 훔쳐보고 타인의 성행위를 봄으로써 성적 흥분을 느끼는 증상이다. 최근 관음증은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매우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아동 성애는 사춘기 이전의 소아(13세 이하)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성행위를 말한다. 세계 보건 기구(WHO) 보고에 따르면, 성인 성폭력과 달리 아동 성폭력은 신체적 강압과 폭력이 매우 드물게 사용되며 가해자는 아동의 신뢰를 이용하여 성폭력을 숨기려고 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정신 분석학에서 아동 성애는 방어 기제인 전치와 관련이 있다. 이는 분노나 성욕같이 표현하기 두려워서 억압된 감정을 전혀 다른 안전한 대상에게 드러낸다. 이는 정상적인 관계에서 올 수 있는 거절감, 좌절된 성욕, 성적 무능감, 분노, 좌절 등을 아동을 대상으로 표출한다.

 

성도착은 많은 경우 사회적 범죄로 드러났을 때 치료 기관을 찾는다. 문제가 드러나지 않거나 개인적인 판단으로 정도가 심하지 않다고 여길 때는 그런 행동을 지속하기 쉽다. 위험성에 대한 자각과 전문적인 치료가 절실하다.

 

 

음욕의 해독제

 

초기 교부와 수도승들, 심리학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해독제를 찾고 이를 병행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 고행과 영혼의 깨어 있음 - 에바그리오는 음욕을 고행으로 맞서도록 초대한다(「안티레티코스」, ‘음욕’, 55 참조). 카시아노 또한 노동과 단식에 덧붙여 기도와 성경 묵상, 영적 지식이 필요함을 지적한다(「제도집」, 6.1.2 참조). 이는 육체와 영혼의 ‘깨어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가르침은 심리학에서 내면을 잘 살피고, 자신의 몸에 대한 사랑과 경청을 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을 자극하는 욕구가 어떻게, 어떤 환경에서 움직이는지를 인식하는 능력을 성장시키라는 조언과 잘 연결된다.

 

• 틈을 주지 마라 - 카시아노는 “음욕이 생각을 통해 슬그머니 마음에 들어오기에 악한 생각의 발단을 곧바로 몰아내야 한다.”(「제도집」, 6.13.1)고 가르친다. 우리는 많은 경우 ‘이 정도는 괜찮지.’라는 생각으로 성적 환상을 즐기거나 음란물을 보며 ‘손을 잡는 것 정도는’, ‘밥 먹는 정도는’ 하면서 조금씩 틈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생각과 행동은 점차 강화되어 음란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음란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작은 순간부터의 멈춤이 매우 중요하다.

 

• 보는 것을 주의하라 - 성경은 인간의 죄가 선악과를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소개한다. 탐식과 음욕도 바라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카시아노 또한 눈이 영혼에 볼 가능성을 제공하기에 특별히 눈을 지키라고 권한다(「제도집」, 6.12.1).

 

오늘날 많은 성적 일탈이 시각적인 차원(영화, 소설, 인터넷, 사람 등)을 통해 시작된다. 눈만 돌리면 언제라도 성적 자극을 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약간은 무관심해질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진리와 아름다움, 선함을 보는 것에 민감해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 성의 축복을 회복하라 - 토비야는 사라와 첫날밤을 치르기 전에 다음과 같은 기도를 바쳤다.

 

“당신께서는 아담을 만드시고 그의 협력자며 협조자로 아내 하와도 만들어 주셨습니다. … 이제 저는 욕정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으로 저의 이 친족 누이를 아내로 맞아들입니다. 저와 이 여자가 자비를 얻어 함께 해로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토빗 8,6-7).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성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축복이고 선물이다. 이 사실에 대한 동의는 오늘 우리가 성을 어떻게 대하는지의 태도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작은 기도로 그 변화를 시작해 보자.

 

* 김인호 루카 - 대전교구 신부. 대전가톨릭대학교 대학원장 겸 교무처장을 맡고 있다. 가톨릭평화방송 TV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저서로 「신앙도 레슨이 필요해」, 「거룩한 독서 쉽게 따라하기」 등이 있다.

 

[경향잡지, 2019년 10월호, 김인호 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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