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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열린 공동체: 천주교창조보전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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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9-24 ㅣ No.139

[세상에 열린 공동체] 천주교창조보전연대


환경 보전에 투신한 신앙인들의 연대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가 고통을 겪고 있다. “지구를 마음대로 약탈할 권리가 부여된 주인과 소유주를 자처”(「찬미받으소서」, 2항)하는 인간이 자연을 약탈하고 파괴하였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은 생태계는 물론 인류의 생존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환경에 대한 교회의 청지기 소명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고 하신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의 관리자요 일꾼으로 사람을 선택하셔서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다. 하느님 뜻에 맞는 협력자로서 ‘청지기’의 소명을 해야 하는 교회는 여러 문헌과 회칙을 통해 환경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촉구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0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하는 평화’에서 그리스도인의 환경 보전을 위한 중대한 의무를 상기시켰다.

 

베네딕토 16세 교황 또한 2010년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라는 제목의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통해 창조 질서를 회복하고자 지속적인 실천을 촉구하였다.

 

2015년에는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환경과 생태 문제를 주제로 삼은 회칙이 반포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환경과 생태 문제가 지구와 자연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에 긴밀하게 연결되므로 정의와 평화의 문제이며, 근본적으로 신앙과 실천의 문제임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오늘날 지구는 기후 변화와 대기 오염 등 수많은 환경과 생태 위기로 신음하고 있으며, 이는 인간 활동이 결정적이다. 이러한 인간 활동을 개선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하느님과 인간, 자연의 관계를 올바르게 정립하고 삶의 방식을 바꾸는 회심이 필요하다.

 

 

창조 질서 지키는 천주교 환경 NGO

 

우리에게 자연환경은 단순히 삶의 일부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하느님의 숨결이 서린 ‘창조’이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창조 질서를 보전하고 가꿔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생태 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창조 질서를 회복하고자 하는 응답으로 한국교회는 다각도로 환경 운동을 벌여 왔다. 그 가운데 ‘천주교창조보전연대’(이하 연대)가 있다.

 

연대는 각 교구의 환경 사목 부서, 수도회, 그리고 교회의 환경 단체가 연대한 전국적인 환경 운동 조직으로 2002년 6월, 교구별로 활동하던 환경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뜻을 모아 창립했다.

 

연대는 창립 선언문에서 “교회의 환경 운동은, 사회 환경 단체의 운동과 차별성을 갖지 못함으로써, 단순한 사회운동의 부문으로만 여겨져 왔다.”며, “하느님과 세상을,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는 이원적 신앙관을 극복함으로써 모든 피조물과 조화로운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확립하고 삶 속으로 스며드는 생태 영성의 진작에 전력함으로써 천주교 환경 운동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갈 것”을 선언했다. 

 

“뭇 생명 중 유독 인간만이 하느님을 ‘닮은’ 존재로 창조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창조 행위에 초대받았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협력자로 함께할 때에만 비로소 존엄하다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온전히 내어 놓아 수많은 생명을 살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성사의 신비를 실천하는 활동 가운데 하나가 바로 창조 질서 보전 활동입니다. 교회는 가진 자원과 능력을 최대한 동원해 창조 질서 보전을 위한 환경운동에 열과 성을 다해야 합니다.”

 

연대 대표인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수원교구 환경위원장, 지동본당 주임)가 밝힌 교회가 환경 보전 운동에 나서는 이유다.

 

 

창조 질서 회복을 위한 노력

 

연대는 여러 환경 현안에 대해 그리스도인의 눈으로 식별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새만금 방조제, 부안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 4대강, 핵 발전소, 제주 해군 기지, 설악산 케이블카 등의 건설 사업에 반대 운동을 하는 등 한국 사회의 주요 환경 현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현재 펼치는 주요 활동은 탈핵 관련 활동, 창조보전축제, 폐휴대 전화 모아 착한 사마리아인 되기, 한일 탈핵 간담회(2013년 이후부터 참여), 종교인 생명 평화 순례 등이다. 모두 창조 질서 보전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로 전환하고자 하는 활동들이다.

 

“활동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뜻입니다.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뭇 생명과의 공생과 교감,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질 ‘인간의 구원’을 늘 염두에 두고 활동합니다.”

 

지구와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고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는 창조보전축제는 올해로 15회째 진행되었다. “인류뿐만 아니라 모든 피조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핵 발전과 기후 변화를 초래하는 화석 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되돌아보며, 지속 가능한 재생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대안적인 삶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폐휴대 전화 모으기 운동을 통해 모은 수익금을 콩고 민주 공화국의 교육사업과 국내 환경 운동에 지원하고 있다. 또 종교 간 교류와 연대 활동인 종교환경회의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생태 교육이 중요하다

 

“와, 움직인다.”

 

지난 8월 7일 수원교구 지동성당 마당에서는 생태 교육이 한창이다. 양기석 신부가 자전거 발전기를 힘차게 돌려 분수대의 물을 올리는 시범을 보인다. 장난감 자동차가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햇빛에서 얻은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해 그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휴대 전화에 앱을 깔면 누구나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단다. 여러 명이 함께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태양광 선풍기와 블루투스 스피커, 태양열을 이용해 음식물을 조리하는 조리기도 선을 보였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아요.” 교육에 참여한 수원교구 소하동성당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들은 직접 자전거 발전기를 돌리고 태양광 자동차를 조종하면서 대안 에너지를 경험했다.

 

“그렇죠. 작지만 이것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깨끗한 에너지원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어요.”

 

소하동성당에서는 이번 주일학교 여름 캠프를 ‘창조 신앙과 환경’을 주제로 정하고 양기석 신부에게 교육을 의뢰했단다.

 

“어릴 때부터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려고요.” 생태 · 환경을 보호하려면 어릴 때 습관이 중요하다는 데 교사들은 뜻을 같이해 생태 교리도 할 예정이란다. 이렇듯 연대는 생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좋게 보신 세상, 그대로

 

9월 1일은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이다. 2015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제정을 위한 서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기도의 날이 기도, 묵상만이 아니라, 생태적 회개의 생활 방식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기를 호소하였다. 우리가 그렇듯 우리의 자녀들도 본디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나누고 보전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환경 운동이다.

 

“교회의 여러 통로를 통해 전달되는 창조 질서 보전을 위한 노력으로 신자들의 삶이 변하고, 변화된 신자들이 생활 속에서 세상의 수많은 이웃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전하는 모습이 바로 이 시대의 복음 선포라 생각합니다.”

 

연대의 활동을 응원하며 교회 공동체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문의: ☎010-9238-3639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최태량

 

[경향잡지, 2019년 9월호, 글 · 사진 김민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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