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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낙태종식 기획: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5) 1-3. 아기가 죽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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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8-11 ㅣ No.1674

[낙태종식 기획]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5) 1-3. ‘아기’가 죽어 가요


갈기갈기 찢은 뒤 시신 조각 맞춰봐… “이래도 살인이 아닌가”

 

 

‘수정 순간부터 모든 생명은 사람이다.’ 낙태종식 기획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지난 편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임신주수별 아기의 모습을 통해 확인했다. 수정란에서부터 주요 임신 허용 시기로 거론되고 있는 임신 6·14·22주 등 시기마다 모든 아기는 자신이 사람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이번 편에서는 이렇게 살아있는 아기를 죽이는 낙태는 무엇인지, 낙태로 인해 아기가 어떻게 사라지는지 알아본다. 낙태로 세상을 떠난 수많은 아기와 그 과정에 자신도 고통 받았던 여성들을 위해 기도를 바친다.

 

 

낙태는 살인

 

“저는 8년 동안 2만2000명의 살인에 가담했습니다.” 

 

한때 낙태 찬성 시민단체 ‘플랜드 패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의 낙태 클리닉 최연소 지부장까지 지낸 ‘애비 존슨’은 이렇게 고백했다. 자신이 처음 수술실에서 초음파 검사 화면을 본 날을 설명하면서다. 존슨은 자신이 세포 덩이라고 믿었던 것은 사람이었고, 여성들을 돕는 줄 알았던 낙태는 처참한 살인이었다고 진술한다. 이후 생명 운동가로 돌아선 존슨은 자신의 실화를 담아 2011년 자서전 「언플랜드」(unplanned · 미리 계획하지 않은)를 펴냈다. 올해 영화 ‘언플랜드’로까지 제작된 존슨의 일화는 현재 미국에서 많은 이들이 ‘낙태 반대’로 돌아서게 하고 있다.

 

“낙태는 살인”이라는 고백은 존슨의 얘기만은 아니다. 프로라이프의사회 차희제(토마스·산부인과 전문의) 회장은 지금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데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지만, “과거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레지던트 시절 몇몇 병원들에서 일하며 낙태를 수십 건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낙태에 대한 입장은 다를 수 있어도, 낙태가 생명을 죽이는 일이라는 걸 부인하는 의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차 회장은 “당시에는 생명에 대한 개념 정립이 지금처럼 철두철미하지 않았고, 태어나도 얼마 못살 아기를 낳게 하는 건 잔인한 짓이라는 생각 등으로 그랬지만, 그때도 낙태가 꼬물꼬물 움직이고 심장이 뛰는 아기를 그대로 죽이는 일이라는 걸 몰랐던 건 아니다”라면서 “낙태는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낙태 후 아기 시신 맞춰봐…“이것이 낙태의 실체”

 

낙태의 처참한 과정을 실제로 보지 않아도, 낙태가 살인이라는 점은 그 과정만 봐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낙태가 이뤄지는 대부분(90.2%,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의 방식인 ‘외과적 방법’만 봐도 그렇다. 외과적 방법 중 ‘흡입술’은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단단히 닫혀 있는 엄마의 자궁경부를 헤가 확장기(hegar dilator)와 같은 도구로 억지로 연 뒤, 진공 흡입기에 연결된 관을 삽입해 자궁 안에 있는 아기를 빨아들이는 방법이다. 아기는 살과 피로 뜯겨 관 속으로 흡입된다. 이러한 흡입술은 ‘소파술’과 함께 사용되기도 하는데, 소파술은 큐렛(curette)이라는 가는 수저 모양으로 생긴 기구를 자궁에 넣어 아기와 태반 조직 등을 긁어내는 방법이다.

 

이미 골격이 커진 아기들은 흡입술이나 소파술만으로 낙태가 어렵다. 때문에 수술 도구로 아기의 팔·다리, 몸, 머리까지 하나씩 다 찢어낸 뒤 꺼내거나, 유도 분만제로 아기를 억지로 밖으로 내보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독성 물질을 양수에 주입해 일부러 아기를 죽인 뒤 아기가 배출되도록 하거나, 제왕절개로 낙태를 하기도 한다. 

 

「알기 쉬운 생명 윤리」에서는 제왕절개를 통한 낙태에 대해 아기는 통에 넣어져 죽을 때까지 그대로 방치된다면서 출산할 때 아기가 제왕절개 후 의료진의 집중 치료에 맡겨지는 것과 다르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외과적 방법과 관련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중곤(이시도로) 명예교수는 8월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낙태 후 아기의 시신 조각을 맞춰보는 과정이 있는데,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 그만두는 의사가 많다고 들었다”면서 “이것이 바로 낙태의 실체”라고 강조했다.

 

낙태에는 외과적 방법뿐만 아니라, 약리학적 방법도 있는데 이 역시 살인이기는 마찬가지다.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는 것을 막는 방법과 착상 이후 아기의 성장을 막는 방법 등 모두 이미 수정된 아기를 죽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주교회의도 2001년 10월 29일 발표한 ‘사후피임약(조기낙태약) 시판 허가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에서 “이 약품을 사후피임약 혹은 응급피임약이라고 칭하는 것은 용어의 잘못된 사용이며, ‘조기 낙태약’ 혹은 ‘화학적 낙태약’이라고 부르는 것이 올바른 의미”라고 지적했다.

 

 

낙태는 여성에게도 악영향

 

교회가 이렇게 살인인 낙태를 금하는 이유는 아기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임신한 여성에게도 낙태는 정신적·신체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9~10월 만 15~44세 여성 1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발표한 낙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낙태한 여성의 절반 이상(54.6%)이 죄책감과 우울감, 불안감, 두려움, 자살 충동 등의 정신적 증상을 경험했다. 자궁 천공이나 불임 등 신체적 증상을 경험한 여성도 낙태한 여성의 8.5%에 해당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7 연구보고서 ‘임신중단(낙태)에 관한 여성의 인식과 경험 조사’ 역시 낙태 경험자 10명 중 6명 가량이 낙태 후 죄책감을 느꼈고, 절반 이상은 낙태 당시에 대해 얘기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이 보고서는 낙태 경험자 중 과반수가 낙태를 한 그 날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고 전한다.

 

프로라이프여성회 배정순(에스테르) 회장은 이와 관련해 “2014~2016년 운영된 ‘라이프앤힐링 위기상담센터’ 활동을 포함해 그동안 낙태 경험자 20여 명을 상담했다”면서 “대부분 상담자는 죄책감, ‘남성혐오증’ 등의 후유증을 지니고 있었다”고 전했다. 

 

배 회장은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생명, 윤리와 정책(제2권 제1호)」에 실은 글에서도 낙태는 여성의 몸과 마음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외상이고, 여성이 낙태 후 고통을 겪는 것은 결국 몸이 아기를 생명으로 느끼기 때문이라면서 낙태를 치유의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톨릭신문, 2018년 8월 11일,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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