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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중 매체와 가톨릭: 교회의 대중 매체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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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7-29 ㅣ No.1673

[경향 돋보기 - 대중 매체와 가톨릭] 교회의 대중 매체 활용

 

 

‘Pope Francis’. 프란치스코 교황의 ‘트위터’ 계정이다. 날마다 두세 줄의 짧은 글이 올라오는 이 트위터에 천팔백만 명이 넘는 팔로워가 연결되어 있다. 2016년 개설한 교황의 ‘인스타그램’ ‘franciscus’은 최단 시간 동안 100만 팔로워를 돌파하면서 교황은 최고의 인스타그램 스타가 되었다.

 

교회의 최고 어른이 최신의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것을 보며 전 세계인이 환호하고 있다. 2000년 전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비유로 하느님 나라를 말씀하시고 바오로 사도가 서신으로 교회에 복음을 전했던 것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대 기술이 제공하는 ‘미디어’(미디어[Media]는 대중 매체[Mass Media]의 상위 개념이지만 이 글에서는 같은 의미로 혼용하였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하느님이 누구이신지 알리고 있다.

 

어떤 이는 ‘교황님이니까 그런 거 아냐?’ 하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물론 교황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더 부각되는 점도 있겠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미디어를 활용하여 복음을 전하려는 사목자와 평신도들의 활동을 볼 수 있다. 아직은 그 걸음이 눈에 띄게 활발하진 않지만 대중 매체와 새로운 미디어를 이용하여 현대 사회와 소통하고 친교를 이루려는 열정이 커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교회는 대중 매체를 활용해 복음을 전하라고 한다. 그런데 왜 대중 매체일까? 왜 미디어일까? 현대 사회에서 텔레비전, 영화, 신문, 인터넷과 같은 매체가 얼마나 중요하고 긴요한 역할을 하는지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이런 질문을 한 것은 그에 대한 고민과 답이 교회의 대중 매체 활용에서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대중 매체에 대한 교육, 하느님의 ‘선물’을 알아 가기

 

비오 12세 교황의 회칙 「놀라운 발명」(Miranda Prorsus, 1957년)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우리 시대 인류의 자랑인 저 놀라운 기술적 발명은 비록 인간의 재능과 노력의 산물이지만 우리의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모든 좋은 선물은 하느님에게서 나왔습니다.”

 

위의 질문에 답한다면, 교회는 대중 매체를 주님께서 주신 ‘선물’로 인식하므로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 선물을 함부로 남용하면 어떠한 악영향을 초래하는지 알고 있다. 잠시 생각해 보자. 혹여 위험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대중 매체를 꺼리는 것은 아닌지? 만일 그렇다면 화재가 무서워서 불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같지 않을까?

 

대중 매체는 주님께서 인간 생활을 더 풍요롭게 하고 이 시대에 복음을 전하는 새로운 도구로써 주신 ‘선물’이다. 그러므로 선물을 주신 분의 뜻에 따라 잘 활용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대중 매체를 바라보는 인식의 긍정적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어떤 것을 사용하려면 앎의 과정이 필요하고,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선(先)교육도 필요하다. 교회가 복음을 선포하고자 대중 매체를 활용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대중 매체에 대한 교회의 문헌들은 모두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특히 미래 사목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의 미디어 교육을 중요한 과정으로 권고하였다. 가톨릭 교육성의 「사회 홍보 수단에 관한 사제 양성 지침」(1986년)은 미디어 교육의 목적을 세 가지로 제시한다. 먼저 신학생 본인의 미디어 사용에 대한 훈련을 쌓는 것이고, 신자들이 미디어를 올바로 사용하도록 가르치기 위한 것이며, 사도직 안에서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한 것이다(4항 참조).

 

현재 우리나라의 신학교 가운데 미디어 교육을 교과목으로 지정한 곳은 인천과 수원뿐이며 해마다 개설하는 곳은 인천이다. 이는 신학교 교육 과정 가운데 배워야 할 신학과 철학이 많은 점도 있지만, 대중 매체에 대한 긍정적이지 않은 인식과 신학교에서 왜 미디어 교육이 실행되어야 하는지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학교의 미디어 교육은 신학생의 미디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의 하느님 백성을 위한 직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몇몇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사제가 자주 등장하였고 신자들도 익숙하지 않은 구마 의식이 여러 매체에서 다뤄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교회에 대한 대중 매체의 재현을 ‘드라마니까’ 또는 ‘영화니까’로 여기며 현실의 교회와 분리하는 것은 단순한 이분법적인 해석일 뿐이다.

 

드라마의 시청자들은 텔레비전 속의 사제와 교회의 모습이 미디어가 만들어 낸 허구임을 알면서도 때로는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신학교에서 이뤄지는 미디어 교육은 대중 매체에 등장하는 종교적, 윤리적, 사회적 문제에 대해 사목자의 눈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성장시키고, 종교적 메시지와 상징을 왜곡시키는 미디어를 비평하며, 신자들에게 올바른 복음적 가치를 전하려는 것이다. 나아가 대중 매체에서 일하는 이들을 신앙으로 고무시키며,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능력을 습득하여 적극적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자극을 받는다.

 

실제로 필자의 미디어 수업을 듣는 신학생들이 미디어를 하느님의 선물로 인식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 가며 스스로 활용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또한 그러한 모습에서 세상 속에 그리스도를 선포하고자 하는 사목자의 열정도 느낀다.

 

 

대중 매체 활용, ‘선물’을 함께 나누기

 

미디어가 하느님의 선물임을 인식하게 되었다면 이제 최신의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자.

 

가장 현대적인 미디어를 떠올리면 다양한 디지털 매체가 연상될 것이다. 앞서 보았던 교황의 ‘트위터’나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최근 가장 영향력 있는 ‘유튜브’까지 수많은 디지털 미디어가 있다. 그 가운데 인터넷 라디오라고 할 수 있는 ‘팟캐스트’에 집중해 본다. 팟캐스트에 주목한 이유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이용자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먼저 이용자 편에서 보면, 팟캐스트에는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수많은 콘텐츠가 날마다 또는 일정 주기에 따라 올라온다. 이용자는 관심 있는 분야와 주제에서 채널을 선택하거나 순위별로 제공되는 채널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찾을 수 있다. 날마다 해당 채널을 검색하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구독 신청을 하면 자동 업데이트가 되기 때문에 쉽게 청취할 수 있다. 또한 다운로드로 언제 어디서나 재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가톨릭 신자들이 들을 수 있는 팟캐스트는 무엇이 있을까? 쉽게 가톨릭 콘텐츠를 찾으려면 [종교] 카테고리에서 여러 개의 가톨릭 채널을 만날 수 있다. 반가운 점은 3년 전 100위 안에 두세 개에 불과했던 가톨릭 채널이 지금은 열 개 정도로 많아진 점이다.

 

가톨릭 채널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를 살펴보면, 강론과 복음 묵상, 영성, 교리, 가톨릭평화방송 프로그램 등이 있다. 이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채널을 구독해서 에피소드를 듣고 댓글로 소감을 남기거나 응원을 전하면서 채널 운영자와 직접 소통할 수도 있다. 또한 채널 운영자에게 용기와 사명감을 주고자 후원하는 방법도 있다. 이제 팟캐스트에서 들을 수 있는 가톨릭 채널들을 알게 되었다면 오늘의 강론과 묵상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면 어떨까?

 

다음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팟캐스트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바로 직접 채널을 만드는 것이다. 팟캐스트는 음원 서비스만 제공하기 때문에 다른 매체에 비해 누구나 쉽게 제작할 수 있다. 제작의 간편성은 미디어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교회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점이다. 하지만 제작이 쉬운 것과 별개로 ‘무엇을 말할 것인가’ 하는 내용에서 가톨릭 채널의 고유성과 차별성을 잘 부각시킬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획은 사목적인 고민을 필요로 한다.

 

또한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청취자에게 무엇을 전하겠다는 자세보다 열린 마음으로 그들이 듣고 싶은 것에 관심을 갖고 함께 나누는 것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친교를 나누는 데 중요하다.

 

다른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이웃 종교의 채널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종교 분야의 100위 가운데 70개 이상의 채널이 개신교다. 이들의 콘텐츠를 보면 설교와 묵상, 성경 공부, 성경 읽기, 찬송 성가, 신앙생활 상담, 교회사, 영어 성경 공부, 어린이 성경, 신학에 이르기까지 신자들의 신앙생활 전체를 아우른다. 젊은 신자 중에는 성가를 들으려고 개신교의 CCM 팟캐스트를 듣는다고 한다.

 

법륜 스님의 팟캐스트는 종교 분야뿐 아니라 전체 분야에서 10위에 해당할 정도로 종교 채널 가운데 구독자가 가장 많다. 이 구독자 중에 가톨릭 신자가 많은 것은 교회에 시사하는 점이 있다. 1,500회가 넘는 에피소드 중에는 불교적 내용을 다룬 것도 있지만 인간관계와 외로움, 아픔과 같은 내면 문제, 사회생활에서 오는 갈등을 상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인생 상담을 하는 채널이다.

 

우리 교회도 더 다양한 내용의 콘텐츠를 만들어 신자들과 나눠야 한다. 또한 신자들이 듣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목소리를 염두에 두면서 말이다.

 

교회 안에 있는 풍부한 신앙 유산과 문화는 현실 세상에 가득하다. 그것을 세상과 나누는 방법은 많겠지만 하느님의 선물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면 좋겠다. 또한 미디어를 읽고 해석하고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을 성장시킨다면 더욱 효과적인 복음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회의 다양한 지체가 모여 생각과 의견을 나누고 협력한다면 미디어를 통한 복음 선포의 길은 더 넓어지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박정아 율리아 - 수녀. 성바오로딸수도회 미디어영성교육팀. 주교회의 사회홍보위원회 위원이며 인천가톨릭대학교에서 미디어의 사목적 활용에 대한 강의를 한다.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 박사 과정에 있다.

 

[경향잡지, 2019년 7월호, 박정아 율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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