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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기해박해 공개강좌: 회장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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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6-10 ㅣ No.1037

[기해박해 180주년 한국교회사연구소 '사료로 보는 기해박해' 공개강좌] 제10강(끝) 「회장규조」

 

“회장이 소임을 극진히 하려 하면 무슨 덕이 있어야 할꼬?”

 

 

- 「회장규조」는 공소 회장들을 위한 지도서로 회장이 지키고 행해야 할 직분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은 회장규조 활판본. 한국교회사연구소 제공.

 

 

어떤 책인가

 

「회장규조(會長規條)」는 제목 그대로 공소 회장들을 위한 지도서로 회장이 지키고 행해야 할 직분 내용을 담고 있다.

 

「회장규조」는 박해 시기에 저술됐다. ‘배교한 사람은 회장이 될 수 없다’는 구절은 이 책이 박해 시기에 저술된 것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두 분 신부마저 잡혔다’고 한 대목에서 또 다른 사실, 즉 이 책이 기해박해(1839) 이전에 저술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두 분 신부란 모방 신부와 샤스탕 신부를 말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회장규조」는 박해 시기 한글 필사본(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과 1873년 북경에서 간행한 한문본과 이 책의 한글 번역본이 있다. 한문본은 전유사(田類斯) 주교의 감준으로 간행(1873년, 구세당)된 것으로, 1876년 선교사 입국 때 함께 들어온 것 같다. 우리말로 번역되어 보급됐다. 하지만 한글 필사본과 한문본은 내용이 다르다. 

 

「회장규조」는 회장의 본분과 위치, 회장 선출의 규칙, 교중사를 다스리는 책임, 신부에 대한 본분과 신자들에 대한 본분, 미신자들에 대한 본분의 7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회장

 

회장은 신자 공동체의 지도자로서 사제와 교우의 중개 역할을 하며, 사제를 도와 신부가 없을 때 교회 일을 담당한다. 한국 교회의 회장제는 주문모 신부에 의해 제도화되기 시작했다.

 

회장을 표현하는 라틴어 ‘카테키스타’(Catechista)는 본래 ‘교리교사’를 뜻한다. 신대륙과 동방에 복음이 전파되면서 그 역할이 확대됐고, 중국에서 쓰이던 ‘회장’이라는 칭호가 조선에서 그대로 쓰였다. 

 

조선 교회의 회장은 주문모 신부 입국 이후에 나타난다. 1801년에 작성된 황사영의 「백서」에는 최창현(요한)을 총회장, 정약종(아우구스티노)을 명도회 회장, 강완숙(골룸바)을 여교우를 관리하는 회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백서」 등을 통해 볼 때, 주문모 신부가 활동할 당시 조선 교회에는 총회장, 명도회장, 여회장, 지역 회장 등 여러 종류의 회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회장이 신부를 대신해 지방 공소 신자들을 관리하도록 했고, 교리교육과 전교를 위해서는 명도회(明道會)와 같은 단체를 설립해 회장을 두었다. 그리고 여성 신자들은 강완숙과 윤점혜 등 여성을 회장으로 임명하여 그들을 가르치고 돌보도록 조치했다.

 

박해 시기 회장은 교우촌 회장 혹은 공소 회장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회장은 아무나 임명될 수 없었다. 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착한 표양과 좋은 명성이 있어야 했고, 교리를 분명히 알고 일을 열심히 해야 했다. 그리고 회장의 소임을 잘하기 위한 덕목으로 ‘예수를 간절히 사랑할 것, 인내의 덕을 지닐 것, 정결한 덕을 보존할 것 등도 요구됐다.

 

 

회장의 역할

 

「회장규조」는 박해 시기 회장들이 해야 할 일들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먼저 회장으로서 해야 할 본분으로, 첫째 교우들의 영혼을 구하는 일, 둘째 외교인에게 전교하는 일, 셋째 병든 사람을 보살피고 위험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 넷째 어린이 대세를 주는 일 등 4가지를 제시했다. 그리고 공소 순방 때 신부를 맞이할 준비와 보고 사항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회장이 신부를 대신해서 해야 할 업무로 필요할 때 대세 주는 일, 주일과 첨례 때 예절을 주관하는 일, 혼배에 관여하고, 병자를 돌보는 일, 임종을 도와주는 일, 외교인에게 전교하는 일, 군난 때 신자들의 신덕을 견고하게 하는 일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교우 중에 화목하지 않고, 표양이 착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서로 화목하고 나쁜 습관을 고치도록 권면하며, 생명을 보존하기 어려울 정도로 빈궁한 교우가 있으면 주일마다 교우들에게 애긍을 거두어 도와주도록 했다. 이처럼 회장은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관여하고 있었다. 

 

주일날 신자들의 모임을 주선하고, 판공성사 때 교우들이 모일 장소를 마련하는 것도 회장의 몫이었다. 교육 활동도 회장의 임무 중의 하나였다. 또 회장은 교회에서 운영하던 여러 사업에도 관여했다.

 

 

회장 지위

 

「회장규조」는 회장에 대한 신자들의 의무도 규정하고 있다. 회장은 신부를 대신해서 신자들의 영혼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므로, 교우들은 마땅히 공경해야 한다. 그리고 회장이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돕고,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보호할 의무가 신자들에게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6월 9일, 조한건 신부(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정리=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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