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
(백)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교의신학ㅣ교부학

[교부] 교부들의 사회교리18: 교회의 보물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4-28 ㅣ No.520

[교부들의 사회교리] (18) 교회의 보물


“가난한 이들이여, 그대들이 보물”

 

 

“거룩한 라우렌티우스(=라우렌시오) 순교자가 그런 금을 주님을 위해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 박해자들이 그분에게 교회의 보물을 요구했을 때, 그분은 보여주겠노라 약속했습니다. 그 이튿날 그분은 가난한 사람들을 데려왔습니다. 약속한 보물이 어디 있냐는 물음에, 그분은 가난한 사람들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들이 교회의 보물입니다.’ 가난한 이들이야말로 참으로 보물이니, 그 안에 그리스도께서 계시고 그 안에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은 질그릇 속에 보물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입니다.’(2코린 4,7) 

 

그리스도께서 당신 몸소 그 안에서 살고 계신다고 말한 이들보다 그분께 더 큰 보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렇게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나에게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나에게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나를 맞아들였다. 너희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35) 그 안에서 당신을 즐겨 드러내시는 이들보다 더 귀한 무슨 보물을 예수님께서 지니고 계시겠습니까?”(암브로시우스, 「성직자의 의무」 2,28,140.)

 

 

부제 순교자 성 라우렌티우스 이야기

 

258년 로마에서 순교한 라우렌티우스 부제는 고대 교회에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은 성인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라우렌티우스 축일에 행한 강론만도 다섯 편이나 남아 있다. 

 

예부터 현대까지 성화에서 사다리 모양의 석쇠를 들고 있는 인물은 십중팔구 성 라우렌티우스다. 그는 달구어진 석쇠 위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고, “다 익었으니 뒤집어서 먹으시오”(「성직자의 의무」 1,41,207)라는 말을 남긴 채 258년 8월 10일 영원한 나라로 건너갔다. 

 

로마의 주교 식스투스 2세도 부제 여섯과 함께 순교했지만, 로마 교회는 가난한 이들의 보호자 라우렌티우스 부제를 수호성인으로 모셨다. 

 

라우렌티우스의 이 순교 여정을 감동적으로 전하는 그리스도교 문헌들은 다양하다. 그보다 고작 한 달 뒤인 258년 9월 14일에 아프리카에서 순교한 키프리아누스까지 짧은 기록을 남겼을 정도다. 그 가운데 가장 권위 있고 유명한 것은 암브로시우스가 쓴 「성직자의 의무」에 나오는 이 대목이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

 

그리스도교 최초의 윤리 교과서이자 서양의 목민심서(牧民心書)라 할 수 있는 이 책에는 교회의 참된 본성에 관한 라우렌티우스의 장엄한 고백이 담겨 있다. “가난한 이들이 교회의 보물이다!” 교회 재산을 내놓으라고 다그치던 박해자들 앞에서 라우렌티우스 부제가 외친 이 한마디는 진정한 복음 선포이며 탁월한 신앙 유산이다. 

 

돈이 지배하는 이 세상의 논리로는 가난한 이들은 무능하고 무익한 천덕꾸러기에 지나지 않겠지만, 참된 그리스도인은 가난한 이들이야말로 교회의 참된 보물임을 고백하며 그들을 주님처럼 섬긴다. 

 

가난한 이들에게 보물을 나누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가난한 이들을 보물로 받아들이는 이 위대한 교부 전통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위해 투신하는 교황 프란치스코를 통해 오늘날까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4월 28일,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



1,73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