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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사목] 농어촌 이주노동자들의 현실과 권리, 그리고 교회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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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1-19 ㅣ No.1143

농어촌 이주노동자들의 현실과 권리, 그리고 교회 가르침


농한기 ‘일방적 해고 통보’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이주노동자들

 

 

평택 외국인복지센터에서 만난 네팔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처한 노동 현실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나 열심히 일했어. 그런데 사장님이 일 끝날 때 잔소리하고 나가라고 했어.”

 

최근 평택 외국인복지센터(대표 김우영)에서 만난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농한기가 오자 해고를 당했다”고 입을 모았다. 네팔에서 온 수니따(30)씨와 동료들은 현재 복지센터에서 숙식하며 일자리를 구하러 다닌다. 김우영(요셉) 대표는 “노동자에 대한 재계약 권한이 고용주에게 있다 보니 농한기면 거리로 내몰리는 일이 반복된다”며 “한 달 전에 해고 통보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새 일자리를 구할 시간 여유도 없다”고 밝혔다.

 

현행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2조는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를 균등하게 대우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의 기본적 노동권 보호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2만 1900여 명(통계청 2018년 집계)에 달하는 농어촌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침해는 더 심각하다. 농어촌 지역은 근로기준법 63조에 의해 근로시간ㆍ휴일ㆍ휴식시간 등에 제한이 없다. 한 달 중 휴일 이틀을 제외한 28일, 월 250~364시간을 노동하지만 제대로 된 추가 근무 수당도 받지 못한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노동사목소위원회와 국내이주사목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농어촌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몇 가지 사목적 배려’를 발표했다. 이주노동자들의 현실과 법적 권리, 교회의 가르침을 전하며 사목적 관심과 이들을 돕기 위한 실천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농어촌 이주노동자 현실과 교회의 가르침을 살펴본다.

 

농어촌 이주노동자는 농한기가 오면 한 달전 해고 통보라는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거리로 내몰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농한기 텅빈 논에 천으로 덮인 경운기가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말해주는 듯하다.

 

 

외국인 노동자, 현대판 노비인가?

 

네팔에서 온 이주여성노동자 싯다(26)씨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그가 농장에서 일할 수 있는 E-9 비자를 받고 한국에 온 지 3년이 다 돼 간다. 마지막으로 일한 농장의 고용주가 허락하면 1년 10개월 비자 연장이 가능하지만, 일자리를 찾아 떠도는 신세다. 고용노동부 알선으로 새 일자리를 찾는다고 해도 비자 연장은 쉽지 않다. 몇 달도 채 보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나서줄 고용주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이주노동자 쉼터 ‘지구인 정류장’의 이주노동자들 현실도 암울하다. 캄보디아에서 온 판 시응리(23)씨는 “아침 6시 30분부터 하루 10시간 일해서 너무 힘들고 너무 피곤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 10시간 일했지만 잔업을 한 2시간분의 수당은 받지 못했다”고 했다.

 

항의해도 돌아오는 건 고함과 일방적 해고 통고뿐이었다. 캄보디아인 쳔 전무란(36)씨는 “월급이 안 맞는다”고 항의하다 숙소에서 쫓겨났다. 농장주는 ‘이주노동자들의 무단결근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했다’고 고용센터에 신고했다.

 

외국인 노동자는 근로계약에 명시된 사업 또는 사업장 외에서는 법적으로 근로할 수 없지만(고용허가제법 시행령 제25조 제2호) 농장주들끼리 이주노동자를 빌려주는 경우가 빈번한 게 현실이다. 또 등록이 안 된 시설에서 일하다 적발되면 고용주는 벌금형에, 이주노동자는 불법 취업으로 추방 위기에 내몰린다. 농촌 이주노동자들은 모든 면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억울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는 현실

 

하지만 이러한 부당한 현실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근로계약이 해지된 이주노동자는 한 달 안에 구직등록을 하지 않으면 미등록자가 되고 결국 불법체류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들이 고용주의 부당한 대우를 고스란히 감내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주노동자를 도입하고, 고용허가를 하는 유일한 합법 알선자는 고용노동부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외국인노동자의 노동 실태를 관리 감독을 해야 하지만 관리 인원 부족과 도심과 떨어진 농어촌 특성상 사각지대가 많고 여의치 않다.

 

이러다 보니 근무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인권위원회 조사(2018)에 의하면 농축산업 종사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조립식 패널이나 컨테이너로 지은 임시 건물 거주 비율이 36.7%로 다른 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다. 냉난방과 화장실 등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곳에 살며 20~40만 원을 월급에서 일방적으로 공제 당한다.

 

사업장에서 산재를 당해도 보상을 받기 쉽지 않다. 고용주가 다친 이주노동자의 병원비를 내주고 생색을 내지만 결국 월급에서 제하는 형식이다. 의사소통이 어려워 전후 사정을 알 수 없는 노동자는 그저 “고맙다”는 말을 하고 사업장을 떠나야 한다.

 

문제는 제조ㆍ건설업 근로자와 달리 농어촌 이주노동자는 도심과 떨어져 있어 그 실태 조사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 주 54.4시간에 대한 최저임금이 226만 1928원인 것에 비해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은 200만 1079원이다. 그중에서도 농어촌 이주노동 평균 월급은 남성이 183만 원, 여성이 153만 원으로 업종 중에서 가장 낮았다.

 

특히 여성 이주노동자는 임금 차별에다 성폭력에까지 노출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터와 숙소가 분리돼 있지 않고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소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2016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실시한 ‘이주 여성 농업노동자 성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농업에 종사하는 여성 이주노동자 202명 중 25명(12.4%)이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더욱이 피해는 1회에 그치지 않고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교회의 사목적 관심

 

물론 농어촌 이주노동자들이 모두 부당한 대우를 받는 건 아니다. 광주에서 농사를 짓는 양연무(베드로) 농민은 “다 사람인데 우리만 좋은 데 살려고 하지 않는다”며 “언어가 안 통해 불편할 때도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이 노력을 많이 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양씨는 이주노동자들을 많이 고용한 이들은 금전적 수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일반 소농과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현실에서 교회의 ‘농어촌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몇 가지 사목 배려’는 반가운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이민을 받아들이는 나라들은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보장되어야 할 권리들을 자국인과 동등하게 누리도록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외국인 노동자들을 착취하려는 생각이 확산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신중하게 감시하여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298항 중)는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과 맥을 같이 한다.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 총무 최법관 신부는 “농어촌 이주노동자에 대해 농어촌 지역 본당 사목, 특히 공소 방문 중 이러한 사례가 있는지 관심을 가져 달라”며 사례를 발견하면 1345 외국인 종합안내센터나 지역별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다문화센터, 교구 이주사목위원회 관련 기관에 연락해 도움을 청할 것을 요청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월 20일, 백영민 · 장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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